“날 돌려보내라” 일본 도난범 말려죽인 지장보살···‘영험한’ 그 기운, 서울서 만난다
선운사 보물 불상 3점 처음 사찰 떠나 한자리 전시
내소사 동종도···7월31일까지 불교중앙박물관

일제강점기인 1936년. 전북 선운사에 있던 금동지장보살좌상이 일본으로 밀반출됐다. 하지만 이를 소장했던 이들에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꿈에 보살상이 나타나 “내가 있던 곳 전라도 고창으로 돌려보내라”고 꾸짖었다. 몇 차례 이 같은 일이 벌어져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이들은 원인 모를 불운에 시달렸다. 병을 앓으며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날이 갈수록 가세가 기우는 등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도난범들은 2년 만에 경찰에 자수했고 선운사 스님들은 일본으로 건너가 도난당했던 보살상을 되찾아왔다. 우리 문화재 환수사의 기념비적 사건의 주인공인 금동지장보살좌상의 영험한 기운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이 불상을 포함해 선운사가 보유한 지장보살상 3점이 서울 나들이를 한다. 국가지정 문화유산 ‘보물’인 세 불상이 사찰을 떠나 한자리에서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불교조계종과 선운사는 22일부터 7월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 본관에서 특별전 ‘도솔산 선운사-선에 들고 구름에 눕다’를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이 전시회에서는 국보 1건과 보물 11건을 포함해 모두 81건 157점의 성보(聖寶)를 만나볼 수 있다.
지장보살상 3점은 고려 후기에서 조선 초기에 만들어졌다. 불교조각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이 불상들은 각기 소재가 다르고 표정과 인상에 차이가 있으나 머리에 두건을 쓰고 가슴에 구슬 장신구를 표현한 공통점이 있다. 지장보살은 모든 중생을 지옥의 고통에서 구제해주는 존재다. 이 같은 자비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일찍부터 지장보살에 대한 신앙이 성행했고, 577년 백제 위덕왕대 검단선사가 창건한 선운사는 지장신앙의 성지로 꼽힌다.
국보인 내소사 동종을 감상할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2023년 국보로 지정된 뒤 내소사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어 일반 관람이 쉽지 않다. 이 종은 고려 후기(1222년) 동종 가운데 가장 크고 금속공예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물로 이름나 있다. 종을 제작한 기록을 담은 주종기에 따르면 당대 최고 장인이던 한중서가 700근(약 420㎏) 무게로 조성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아한 종의 몸통 윗부분 용뉴(용 모양의 걸이)는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입을 쩍 벌리고 보주(보배로운 구슬)를 물고 있는 용의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은 살아 움직이는 듯 정교하고 생기가 넘친다.
불교박물관장 서봉 스님은 “화려하게 꽃피웠던 불교 문화유산을 감상하는 자리를 넘어 현대인에게 위로와 지혜의 공간이자 시대를 초월한 소통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6월에 선운사 문화유산의 가치를 소개하는 불교문화강좌도 열 예정이다.

박경은 선임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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