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국회 무력화, 물증 은폐… 서울중앙지검의 ‘예산 범죄’ 확인

임선응 2026. 4. 2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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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타파는 서울중앙지검의 특수활동비 잔액표를 확보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식적인 결재 아래 관리돼 온 자료로 ▲서울중앙지검이 매달 얼마의 특수활동비를 배정받아 얼마를 썼는지 ▲이에 따른 월별 잔액은 얼마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윤석열 씨가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8년 1월의 잔액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이 한 달 동안에만 2억 4,40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배정받았다. 이 가운데 2억 2,600만 원이 집행됐다. 잔액은 1,800만 원(2억 4,400만 원-2억 2,600만 원)이었다.

잔액표의 ‘배정액(수입 부분)’ 아래에는 ‘이월금’이라는 항목이 있다. 말 그대로 ▲전 달까지 다 쓰지 못 해 ▲이번 달로 넘어온 특수활동비가 얼만지 기입되는 곳이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때인 2017년 12월. 2018년 1월로 이월한 특수활동비가 1억 700만 원이었다. 이 1억 700만 원.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검찰이 저지른 ‘예산 범죄’의 물증이다.

최근 뉴스타파가 확보한 서울중앙지검의 특수활동비 잔액표. 배정액(수입 부분) 아래에 이월금이라는 항목이 있다.

검찰의 ‘예산 범죄’ ① 국가재정법 위반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 국가재정법 3조에 규정돼 있는 대한민국 재정의 근본 원칙 중 하나다. ‘각 회계연도의 경비는 당해 연도의 세입으로 충당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서 설명하자면 ▲2017년에 배정받은 예산은 오로지 2017년에만 쓸 수 있고 ▲다 쓰지 못 했다고 해서 다음 해인 2018년으로 넘겨서 쓸 순 없다는 거다.

그런데 앞서 확인한 것처럼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씨는 ▲2017년에 다 쓰지 못 한 특수활동비 1억 700만 원을 ▲다음 해인 2018년으로 넘겨서 썼다. 국가재정법을 위반하며, 대한민국 재정의 근본 원칙인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을 훼손한 행위다.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씨는 2017년에 다 쓰지 못 한 특수활동비 1억 700만 원을 다음 해인 2018년으로 넘겨서 썼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2018년에도 다 쓰지 못 한 특수활동비 2,800만 원을 ▲2019년으로 넘겨서 썼다. 이처럼 윤석열 씨는 서울중앙지검장 임기 내내 국가재정법을 위반, 대한민국 재정의 근본 원칙을 훼손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씨는 2018년에도 다 쓰지 못 한 특수활동비 2,800만 원을 2019년으로 넘겨서 썼다.

끝이 아니다. 2022년 5월 18일 윤석열 정부가 첫 번째 고위 검사 인사를 단행했다. 수원고검에 있던 송경호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도 과거 윤석열 씨가 했던 것처럼 ▲2022년에 다 쓰지 못 한 특수활동비 6,800만 원을 ▲2023년으로 넘겨서 썼다. 마찬가지로 국가재정법을 위반하며, 대한민국 국가 재정의 근본 원칙을 훼손한 행위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도 과거 윤석열 씨가 했던 것처럼 2022년에 다 쓰지 못 한 특수활동비 6,800만 원을 2023년으로 넘겨서 썼다. 

검찰의 ‘예산 범죄’ ② 국회 기망, 결산 심사권 무력화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의 취재 결과를 정리하면 서울중앙지검엔 한 해 동안 다 쓰지 못 한 특수활동비, 즉 불용액이 명백하게 존재했다. 2017년과 2018년, 그리고 2022년에 각각 1억 700만 원, 2,800만 원, 6,800만 원씩이었다.

그런데 국회에 공식적으로 보고된 서울중앙지검의 특수활동비 불용액은 2018년과 2022년엔 0원이었다. 2017년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검찰이 국회에 특수활동비 불용액을 허위로 보고한 것이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의 공동대표이자 뉴스타파의 전문위원인 하승수 변호사는 검찰에 공문서 위조, 행사 등의 범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잔액이 남아 있는데 ‘그냥 국회에다가는 0원으로 보고하자’ 이렇게 된 것인지 거기에 따라서는 이제 뭐 법적인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거니까 확인은 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수활동비가) 남아 있는 걸 알면서도 0원이라고 보고했다면 그건 ‘허위 공문서 작성죄’ 같은 게 성립될 수 있는 거니까 고의성 여부가 중요한 것이죠. 법무부가 책임지고 감사나 감찰을 해야 될 사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뉴스타파 전문위원)

국회는 매년 정부 기관의 예산 불용액 등을 토대로 대한민국의 예산이 한 해 동안 제대로 쓰였는지 검증한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회의 고유 권한, 결산 심사권이다.

검찰처럼 국회에 예산 불용액을 허위 보고, 다시 말해 국회를 속이면 어떻게 될까. 당연한 얘기지만 국회의 결산 심사권은 무력화된다.

어쨌든 국회에다가 내용적으로는 허위 보고가 된 셈이고 사실 특수활동비를 얼마나 썼는지를 봐야지 그 다음 해 예산 심사를 할 때도 그걸 반영할 수가 있는 건데 ‘늘 다 썼다’, ‘0원이다’, ‘(예산이) 모자란다’ 이런 식으로 보고를 했다는 거지 않습니까. 이런 식으로 만약에 정부 기관들이 국회에다가 예산 결산을 그냥 엉터리로 보고하게 되면 결산 심사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거죠.
-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뉴스타파 전문위원)

검찰의 ‘예산 범죄’ ③ 거짓말로 물증 은폐

검찰이 이 같은 예산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걸 뉴스타파가 처음으로 인지한 시점은 지난 2023년이다.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은 국정감사장에서 관련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박주민 국회의원: 국가가 재정에 대해서 운용하는 여러가지 규정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있어요.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 그것(특수활동비)을 보관하고 있으면서 연초에 사용한 것으로 저희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 대검찰청 국회 국정감사 (2023.10.23.)

이후 뉴스타파와 하승수 변호사는, 검찰이 저질러온 예산 범죄의 확실한 물증을 잡기 위해 특수활동비 잔액표를 공개해달라고 검찰에 거듭해 요구했다. 검찰은 잔액표의 공개를 끝끝내 거부했다.

검찰이 정보 비공개 사유로 내세운 건 다름 아닌 ‘수사 기밀’이었다. 숫자 몇 개 적혀 있을 뿐인 특수활동비 잔액표에 수사 기밀이 들어 있다는 믿기 힘든 주장. 뉴스타파와 하승수 변호사는 검찰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또다시 벌여야 했다.

검찰은 판사를 앞에 두고도 ‘수사 기밀이 담겨 있어 특수활동비 잔액표를 공개할 수 없다’는 황당한 주장을 이어갔다.

특수활동비 월별 배정액(수입)이 공개될 경우 수사활동 등에 관한 사항이 노출되고 그 수행에도 지장이 발생할 우려가 상당하다고 할 것인 바, 피고 등에 대하여 이루어진 선행판결 취지에 입각한 이 사건 비공개 처분은 적법하다고 할 것입니다.
- 특수활동비 잔액표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서울중앙지검이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 (2025.11.12.)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조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됨으로 인하여 수사 등에 관한 직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 특수활동비 잔액표 정보공개 행정소송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문 (2026.1.16.)

소송을 시작하고 14개월. 이번에도 뉴스타파와 하승수 변호사가 승소했다. 최근 검찰이 특수활동비 잔액표를 뉴스타파에 공개하게 된 배경이다. 

짐작했던 대로 잔액표 어디에도 수사 기밀은 없었다. 잔액표에 있었던 건, 검찰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예산 범죄를 저질러 왔다는 사실의 확증뿐이었다.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주권자는 물론 판사에게조차 검찰은 ‘수사 기밀’이라는 거짓말을 해가며 예산 범죄의 물증이 공개되는 걸 막으려 했다.” 이렇게 표현해도 과하지 않은 상황이다.

뉴스타파 임선응 is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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