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률 40% 효과에도 못 써...소세포폐암 신약 급여화 필요"
진행 빠른 소세포폐암, 진단 시 대부분은 이미 전이
3차 치료제 탈라타맙 반응률 40%, 무진행 생존기간도 약 두 배
"환자에겐 유일한 동아줄...경제적 부담에 못 잡아"

60대 남성 A씨는 소세포폐암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를 시작했지만, 암세포는 집요하고 맹렬했다. 1차 치료 실패 후 2차로 세포독성 항암제를 투여했으나 불과 4개월 만에 암이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뼈와 흉막은 물론, 피부까지 암세포가 전이돼 목 부위 피부가 불룩하게 솟아올랐다. 폐에 물이 차올라 산소호흡기 없이는 숨조차 쉴 수 없었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그에게 건양대병원 의료진이 권한 것은 3차 치료제인 ‘탈라타맙’이었다.
이달 14일 대전 건양대병원에서 만난 최종권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지난해 가을부터 A씨에게 탈라타맙을 투여한 결과, 피부 병변과 흉수가 다 없어지고, 지금은 영상의학적으로 암세포가 보이지 않는 관해 상태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영상기기로도 확인할 수 없는 미세한 암세포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아 A씨는 계속 해당 약물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소세포폐암은 폐암 중에서도 진행 속도가 빠르고 예후가 나쁜 대표적인 난치암으로 꼽힌다. 환자 수가 많지 않아 그간 별다른 신약이 없었던 소세포폐암 치료에서 새롭게 등장한 신약(탈라타맙)은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그러나 최 교수는 “경제적인 이유로 탈라타맙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도 많다”며 “더 많은 환자가 치료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세포폐암은 일반 폐암과 어떻게 다른가요.
“폐암은 세포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나뉘는데, 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10~15% 정도를 차지합니다. 비소세포폐암도 치명적이지만, 소세포폐암은 세포의 진행 속도가 다른 암종에 비해 현저히 빨라요. 그래서 병기도 1~4기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제한기와 확장기로 나눕니다. 증상이 있어 병원에 방문한 10명 중 7~8명은 다른 장기로 암이 퍼진 '확장기' 상태이고요. 진행이 빠르기 때문에 진단 후 1년 이상 생존하기가 힘들어요.”
-현재 치료 방법은 어떻게 됩니까.
“대부분 수십 년 전에 개발된 약물을 조합해 사용하는 방식이에요. 최근에는 일부 면역항암제가 도입되면서 면역항암제와 세포독성 항암제 병용요법이 1차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를 통해 무진행 생존기간(암이 더 커지지 않고 버틴 기간)이 기존 2~3개월에서 늘어났지만, 절반 이상의 환자는 여전히 6개월 내 재발을 경험해요. 2차 치료에선 세포독성 항암제를 다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데, 3~4개월이 지나면 암이 다시 자라기 시작합니다. 확장기 환자들은 다른 장기로 전이가 많이 된 터라 방사선 치료도 할 수 없어요. 게다가 환자 수가 적어 시장성마저 크지 않다 보니 탈라타맙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30~40년 전에 나온 약물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던 거죠.”
-3차 치료제로 등장한 탈라타맙은 어떤 약인가요.
“세포독성 항암제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다른 세포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일종의 '독약'과 같아요. 1차와 2차 항암 치료를 거치며 이를 모두 견뎌내고 살아남은 암세포들은 내성을 갖게 돼 항암제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반면 탈라타맙은 암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과 면역세포(T세포)를 연결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약물이에요. 기존 항암제와 아예 다른 기전을 갖고 있어서인지 임상 결과를 보면 3차 치료에서 환자 10명 중 4명은 암세포가 줄었고, 무진행 생존기간도 평균 5개월로 나타났습니다. 반응률 20% 미만, 무진행 생존기간도 3개월을 넘기지 못하는 기존 3차 요법보다 효과가 크게 개선된 거죠.”
-비급여 약품이라 문턱이 높을 거 같습니다.
“최근에 A씨 이외에 두 분에게 더 탈라타맙 치료를 권했어요. 두 명 모두 폐에 물이 차있고 암세포가 뼈에 전이된 환자들이에요. 숨 쉬는 것도 힘들어 산소호흡기를 달고 거의 하루 종일 누워서 지내야 하는 분들입니다. 방문 앞 화장실 정도는 다녀올 수 있지만 그 외 일상생활은 거의 할 수가 없는 두 환자에게 말을 했더니, 모두 경제적인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환자들에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릴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인데, 비급여 의약품이라 잡아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거예요.”
-탈라타맙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는 말씀입니까.
“정부 기관 입장에선 한정된 재정을 우려하겠지만, 소세포폐암은 환자 수 자체가 적고 그중에서도 3차 치료까지 견디며 넘어오는 환자는 더 극소수입니다. 대상 환자군이 제한적이라 급여화에 따른 재정 부담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수 있어요. 기존 치료보다 효과가 좋기 때문에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현재는 3차 치료에만 쓸 수 있도록 허가가 됐지만, 임상 데이터를 통해 유효성이 확인된다면 투약 시점을 앞당길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1차나 2차 치료 때부터 탈라타맙을 사용할 수 있다면 환자들의 생존 기간도 더 늘어날 것으로 봐요.”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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