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 출근 일기- 기자 쌤이 간다] (2) 함양 금반초 아이들은 자연과 자란다

진휘준 2026. 4. 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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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가 배웅하는 등굣길… “맘껏 뛰노는 학교라 좋아요”

가장 좋은 놀이터는 학교

주말도 산양 돌보고 술래잡기
인근 도랑 올챙이 잡는 게 일상

아침마다 통학버스로 등교

읍내와 8㎞ 거리… 대부분 이용
내리자마자 교장 선생님과 포옹
빈집 고쳐 이사 온 학부모 “만족”

‘우리 지역 알기’ 수업해 보니

‘까치봉·논 있어 좋다’는 아이들
마트 멀고 버스 적어 아쉬워해


“일단 넓은 논이 있어서 좋아요. 아쉬운 점은 음….” 함양군 금반초 두 번째 출근날, 새 학기도 어느새 한 달이 지났습니다. 소멸 지역 아이들은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아이들과 함께 등교하고 어울리며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합니다.
진휘준 기자가 함양군 목현마을에서 금반초 최현서·최유정 남매와 통학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진휘준 기자가 함양군 목현마을에서 금반초 최현서·최유정 남매와 통학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마을에서 학교로= 이날은 학교서 1.5㎞가량 떨어진 목현마을 5학년 최현서·2학년 최유정 남매네 집에서 함께 등교 준비를 한 후 통학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을 집에서 차도까지 데려가고, 학교에 도착할 수 있도록 살피는 일일 통학버스 안전 강사입니다.

오전 7시 40분, 마을 입구서 5분 정도 걸어 도착한 현서·유정이네 집에선 등교 준비가 한창입니다. 부모님은 아이들의 머리를 말려주고, 책가방에 준비물을 넣어주느라 덩달아 분주한 모습입니다. 일어난 지 20분밖에 안 됐다는 현서는 아직 꿈나라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작은학교 아이들도 피해 갈 수 없는 월요병, 현서가 어제 늦잠을 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금반초엔 주말이고 평일이고 관계없이 아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현서는 지난 일요일에도 학교에서 친구들과 산양들을 돌보다가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술래잡기를 했습니다. 유정이도 학교 앞 논 옆으로 길게 뻗은 도랑에서 올챙이를 잡으며 주말을 보냈습니다. 학원이나 스터디카페서 불을 켜두고 잠을 줄여가는 도시 아이들과 사뭇 다른 모습이죠?

현서·유정이네 가족은 지난해 말 부산에서 전학 왔습니다.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에 과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가족은 빈집을 개조해 만든 이곳에 입주한 직후 떡을 돌리기 위해 이웃집들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마을의 집들이 서너 곳을 제외하곤 비어 있었습니다. 거주하던 주민들이 대부분 고령으로 돌아가셨고, 주말에만 가족들이 관리차 마을에 들르곤 하는 까닭입니다.

아이들의 어머니인 김조희(41) 씨는 마을 생활에도 어느 정도 적응하고 있습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도 못 쓰고 마트도 멀어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는 남편이 대형마트에서 한 번에 장을 많이 봐 와요. 그래도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건 좋죠.”

오전 8시 15분. 곧 마을에 도착할 통학버스를 맞이하러 아이들과 도롯가로 향합니다. 고학년과 저학년의 등굣길 발걸음의 무게는 사뭇 달라 보입니다. 유정이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함양군 목현마을에서 금반초 최유정 학생이 통학버스를 기다리다 길가의 청개구리 한 마리를 잡아 관찰하고 있다.

함양군 목현마을에서 금반초 최유정 학생이 통학버스를 기다리다 길가의 청개구리 한 마리를 잡아 관찰하고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 발 옆으로 어린 개구리 한 마리가 뛰어옵니다. 유정이는 능숙하게 개구리를 잡았다가 다시 풀어주며 인사를 건넵니다. “개구리 잘 가!”

현서·유정이와 읍내서 아이들을 태우고 온 통학버스에 올라탑니다. 아이들이 밀집한 함양읍은 학교서 8㎞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버스 정류장 10개 정도 거리가 떨어진 탓에 금반초 학생들은 대부분 통학버스로 등교합니다. 버스는 동선이 겹치는 졸업생을 인근 중학교로 태워주기도 합니다.
함양군 목현마을에서 금반초 최현서·최유정 남매의 어머니가 통학버스를 탄 아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함양군 목현마을에서 금반초 최현서·최유정 남매의 어머니가 통학버스를 탄 아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교문을 통과한 버스에서 아이들이 줄지어 내립니다. 아이들을 한 명씩 포옹하며 “사랑합니다”고 말하는 교장선생님의 인사를 받은 후 몇몇 아이들은 교실보다 산양 우리로 먼저 달려갑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생후 두 달여 지난 어린 산양들을 꺼내 아기처럼 안아 들고 분유를 먹입니다.

수업 준비를 위해 교실로 향하던 도중, 한 번의 수업으로 낯이 익은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몸에 매달려가며 물어옵니다. “쌤, 오늘은 뭐해요?”
진휘준 기자가 함양군 금반초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진휘준 기자가 함양군 금반초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의 수업은?= 이날은 아이들이 사는 지역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수업 대상은 2~3학년 11명입니다.

금반초의 교실은 학년당 하나뿐입니다. 이날의 수업은 3학년 교실에서 진행했습니다. 책걸상 11개를 넣으니 교실이 가득 찹니다.

우선 아이들이 함양군의 위치를 알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칠판에 우리나라 지도를 펼쳐 놓고 아이들이 한 명씩 교실에 들어오게 한 후 함양군이 있다고 생각하는 위치에 자석을 붙이게 합니다.
진휘준 기자가 함양군 금반초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진휘준 기자가 함양군 금반초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대부분의 아이가 경남이 우리나라 동남쪽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함안이나 의령 같은 경남 중부지역, 또는 바다를 낀 곳들로 자석이 향합니다. 함양군은 어디에 있을까요?

함양군은 경상남도 서북쪽 모서리, 우리나라를 절반으로 잘랐을 때 오른편이 아닌 왼편에 가깝게 있습니다. 전라북도 남원시·장수군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인구는 1970년대까지 10만 명이 넘었으나, 3분의 2가량이 줄어 지난 3월 기준 3만5322명입니다. 15세 이하 인구는 2149명뿐입니다. 초등학교는 13곳 있고 그중 11곳이 전교생 60명 미만의 작은학교입니다.
금반초 학생들이 복도에 마련된 작은도서관에서 독서를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금반초 학생들이 복도에 마련된 작은도서관에서 독서를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유일하게 지도에서 함양군을 집어낸 2학년 노하온 학생은 지역에 애정이 깊습니다. “함양에는 산이 많고 함양 8경이 있어요. 그중 3곳은…(후략).”

퀴즈를 푼 아이들이 모인 교실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함양군에 있어서 좋은 점과 없어서 아쉬운 점들을 글로 쓴 후 발표하는 수업입니다.

함양군의 지도를 화면에 띄워 놓고 닮아 보이는 사물을 그리게도 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보는 함양은 ‘치킨 다리’를 닮았습니다. 작은 나무를 닮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함양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연과 밀접하단 점입니다. ‘까치봉이 있어서 다리가 튼튼해지고 체력도 늘어서’, ‘넓은 논이 있어서’, ‘산삼축제가 있어서’, ‘나무가 많아서’, ‘열매가 많이 나서’, ‘유기농 농사를 짓기 좋아서’ 등등.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경에 만족을 보입니다.
한 학생이 종이에 함양군을 그리고 있다.

한 학생이 종이에 함양군을 그리고 있다.
복도에서 술래잡기하는 학생들./성승건 기자/

복도에서 술래잡기하는 학생들./성승건 기자/

없어서 아쉬운 점들은 정반대입니다. ‘축구장과 워터파크가 없어서’, ‘작은 마을에선 할 게 많이 없어서’, ‘‘수영장이 없어 여름에 놀기 어려워서’, ‘마트가 너무 멀어서’, ‘버스가 적어서’, ‘중학교가 많이 없어서’ 등등.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나, 문화생활을 즐길 만한 공간이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날 우수 발표자는 유기농 농사 경험을 자세하게 풀어낸 3학년 홍진이 양입니다. 상품으로 공개된 네잎 클로버를 보곤 아이들이 야유를 보냅니다. 다음번엔 앞선 수업의 상품이었던 걸그룹 아이브 앨범처럼 물질적인(?) 선물을 준비해야겠습니다.

10시 30분. 2교시가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운동장으로 뛰어나갑니다. 20분간의 꿀 같은 ‘중간 놀이 시간’을 누구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 모습입니다. 지난번 수업 때 모범적인 발표로 상을 받았던 학교 회장, 6학년 조예은 양은 목발을 짚으며 놀이터에 있는 아이들 틈에 끼어듭니다. “다리는 왜 다쳤니?” “술래잡기하다가 잡히기 싫어서 미끄럼틀에서 뛰어내렸어요.”

날씨가 조금 더 더워지면 아이들과 교문 앞 도랑에도 가보기로 약속합니다. 1대 1 달리기 대결은 3건이나 밀려 있습니다. 봄 끝 무렵, 떨어트린 꽃잎이 있던 자리에 초록빛 잎을 피우는 벚나무 아래로 아이들의 열띤 웃음도 싱그럽게 피어오릅니다.

글= 진휘준 기자·사진= 성승건 기자

영상=김용락 기자, 이솔희·이하림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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