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통해 소리를 보다…영화관 ‘배리어프리’ 현장 가보니
AI 안경 통해 소리·화자 정보 전달
“놓치기 쉬웠던 감정선 깊이 느껴”
![지난 20일 롯데시네마 도곡에서 진행된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특별 상영회’ [롯데컬처웍스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1/ned/20260421104243694pbuw.jpg)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나라의 명운이 걸린 전투를 앞둔 바다에는 비장함이 흐른다. 장군과 병사들의 굳은 결의와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무거운 긴장은 거칠게 움직이는 파도 위를 흐르는 음악과 함께 더욱 고조된다. 출정을 알리는 힘 있는 북소리가 진동되어 살결을 울리고, 적을 향해 포를 쏠 때마다 몸을 때리는 강한 폭발음과 파동이 전장의 무게와 현장감을 배가시킨다.
영화는 보는 예술이면서 동시에 듣는 예술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롯데시네마 도곡에서는 제46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영화 ‘한산:용의 출현’의 특별상영회가 진행됐다. ‘광음시네마’와 ‘인공지능(AI) 자막 안경(이하 자막 안경)’을 통해 청각 장애인들도 영화가 담고 있는 ‘소리’를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누구나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물리적·사회적 장벽을 제거하는 것) 상영회’다.
밀알복지재단과 함께 ‘소리를 보고, 영화를 느끼다’란 슬로건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영화 관람을 위해 극장을 찾은 청각장애인 관객들로 상영관이 가득 찼다. 관객들은 입장 시 수령한 자막 안경을 착용한 뒤, 스크린의 안내에 따라 간단한 설정을 진행했다.
자막 안경은 별도의 휴대용 기기와 연결해 안경에 자막을 띄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기기에서 관람할 영화를 선택한 뒤 기기를 안경과 연동하면 준비가 완료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관객은 특정 시간에만 관람할 수 있었던 기존 배리어프리 영화의 한계를 넘어, 원하는 시간과 상영관에서 자막 안경만으로 제약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실제로 이날 사용된 휴대용 기기에는 상영작 ‘한산’을 비롯해 다양한 영화의 AI 자막이 함께 탑재돼 있었다.
자막 안경의 무게와 착용감은 통상 3D 영화 관람 시 착용하는 안경과 비슷했다. 가볍고 편안한 착용감 덕에 관객은 러닝타임 동안 기기를 착용했다는 이질감이나 불편함 없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휴대용 기계를 통해 자막의 크기와 위치, 밝기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설정이 가능했다.
영화가 시작되자 일본군 총지휘관 와키자카의 서신과 함께 그의 독백이 흘러나오고, 이내 안경에는 ‘[와키자카]’라는 초록색 자막이 떠올랐다. 이처럼 화면만으로는 화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 인물의 이름이 자막으로 표시돼 대사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영화 속 음악과 효과음 역시 자막으로 함께 제공됐다. 비장하고 긴장감이 감도는 장면에서는 ‘웅장하고 비장한 음악’, ‘음산하고 긴장감이 흐르는 효과음’과 같은 설명이 나타났고, 병사들이 칼을 쥐거나 일꾼들이 힘을 쓰는 장면처럼 자칫 지나치기 쉬운 순간에도 ‘칼을 넣는 소리’, ‘일꾼들이 힘쓰는 소리’ 등 세밀한 소리 정보가 전달됐다.
사운드 특화관인 ‘광음시네마’의 우퍼 사운드(낮고 깊은 음역대의 소리)와 자막 안경의 시너지도 돋보였다. 자막 안경이 대사와 소리 정보를 전달하는 동안, 우퍼 사운드는 음파의 타격감을 더해 소리의 질감을 온몸으로 느끼게 했다. 가령 이순신이 말을 타고 세찬 눈보라를 헤치며 달려 나가는 장면에서는 말발굽 소리가 객석을 울리며 마치 땅이 흔들리는 듯한 진동을 전했고, 왜군과 조선군의 전투 장면에서는 포가 발사될 때마다 공기가 부딪치는 듯한 폭발음이 몸을 때리듯 전달됐다.

이처럼 기술과 문화가 결합한 새로운 관람 환경을 접한 관객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함께 영화를 관람한 청각장애인 이혜경 씨는 “자막이 시야 안에서 자연스럽게 제공되어 영화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고 그동안 놓치기 쉬웠던 감정선까지 깊이 느낄 수 있었다”며 “청각장애인도 동등하게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직접 체감한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관람 소감을 전했다.
행사에 참석한 김종열 롯데컬처웍스 대표이사는 “기술과 예술이 만나 장애라는 장벽 없이 모두가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어 매우 뜻깊다”며 “앞으로도 누구나 차별 없이 문화를 누릴 수 있는 포용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정환 서울농아인협회 회장은 “가장 어려운 장애가 청각 장애다. 특히 이들은 예술과 문화, 영화 관람을 할 때 항상 듣지 못하는 것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1년 내내 이들이 자연스럽게 영화를 관람하고, 여러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보편적 분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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