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에서 만드는 CAR-T’… 릴리, 혈액암 신기술에 10조원 투자

원종혁 2026. 4. 2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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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켈로니아 인수… 면역세포 직접 바꾸는 ‘인비보 CAR-T’ 기술 확보
사진=일라이 릴리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로 급성장한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차세대 항암 치료 기술 확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미국 바이오기업 켈로니아 테라퓨틱스를 최대 70억달러, 우리 돈 약 10조원 규모에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릴리가 주목한 기술은 환자 몸 밖에서 면역세포를 꺼내 조작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몸 안에서 면역세포를 직접 다시 설계하는 '인비보(in vivo) CAR-T'다.

릴리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바이오텍 켈로니아 테라퓨틱스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선급금 32억5000만달러에 더해, 향후 임상시험과 허가, 상업화 성과에 따라 추가로 지급하는 조건을 합쳐 최대 70억달러 규모다. 거래는 관련 규제 절차를 거쳐 2026년 하반기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는 환자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이용해 암을 공격하도록 만드는 치료법이다. 일반적으로는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꺼낸 뒤, 이 세포가 암세포를 더 잘 찾아가도록 유전자를 넣어 다시 몸에 주입한다. 이름에 들어가는 CAR는 T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게 돕는 일종의 '표적 장치'라고 이해하면 쉽다. 이미 일부 혈액암 치료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널리 쓰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지금까지 주류였던 방식은 엑스비보(ex vivo) 방식이다. 말 그대로 세포를 몸 밖으로 꺼낸 뒤, 별도 시설에서 유전자를 넣어 다시 환자에게 되돌려 보내는 구조다. 환자마다 세포를 따로 채취해야 하고, 맞춤형으로 제조한 뒤 재주입 전에 전처치까지 필요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반면 켈로니아의 기술은 접근법이 다르다. 정맥주사로 투여한 렌티바이러스 입자가 환자 몸속으로 들어가 T세포를 직접 찾아간 뒤, 이 세포를 유전적으로 다시 프로그래밍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기존 CAR-T가 "세포를 꺼내 공장에서 만들어 다시 넣는 치료"라면, 인비보 CAR-T는 몸 안에서 바로 치료용 면역세포를 만드는 기술에 가깝다.

릴리와 켈로니아가 이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상용화에 성공하면 기존 CAR-T의 약점으로 꼽혀온 복잡한 제조 공정, 높은 치료비, 긴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더 빠르고, 더 많은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CAR-T 전략"으로 해석한다. 릴리도 이번 계약과 관련해 켈로니아 기술이 기존 세포치료의 제조상 한계와 안전성 문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의 핵심 후보물질은 KLN-1010이다.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을 겨냥한 인비보 CAR-T 후보물질로, 현재 임상 1상 단계에 있다. 이 치료제는 BCMA라는 표적을 겨냥한다. BCMA는 다발성 골수종 세포 표면에 많이 나타나는 단백질로, 이미 기존 CAR-T 치료제에서도 효과가 확인된 표적이다. 릴리로서는 비교적 검증된 암종과 표적을 바탕으로 새 플랫폼을 시험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대형 인수의 배경에는 비만·당뇨 치료제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이 있다. 릴리는 올해 2월 실적 발표에서 2025년 4분기 매출이 19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3% 늘었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 성장의 주된 동력으로 당뇨와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를 꼽았다. 2026년 연간 매출 전망치도 800억~830억달러로 제시했다. 당뇨와 비만약으로 확보한 자금을 차세대 항암 플랫폼 인수에 투입하는 구도가 한층 분명해진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를 단순히 신약 후보 하나를 더하는 수준으로 보지 않는다. 기존 CAR-T가 이미 혈액암 치료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지만, 제조와 공급의 한계 탓에 "효과는 좋지만 너무 비싼 치료"라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릴리가 켈로니아를 품은 것은 결국 "CAR-T를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쉽게 만들 수 있느냐"는 다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뜻에 가깝다.

다만 인비보 CAR-T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다. 실제 임상에서 기존 방식만큼의 효과와 안전성을 보여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몸 안에서 직접 면역세포를 바꾸는 만큼,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나 정밀한 조절 문제도 앞으로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성공할 경우 CAR-T 치료 방식 자체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원종혁 기자 (every8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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