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약에 다 들어가는 ‘약방의 감초’...감초, 크론병 치료제 될 수 있을까?

'약방의 감초'라는 속담의 기원이 된 한약재 감초는 많은 약의 독성을 풀어주고, 광물성 약재 72종과 식물성 약재 1200종을 조화시켜 서로 충돌하지 않게 해준다고 허준의 동의보감 등 한의서에 기록돼 있다. 감초가 아직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크론병의 새로운 치료제(신약)의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도쿄대 치바대 공동 연구팀은 감초의 주성분인 글리시리진(Glycyrrhizin)이 크론병 환자의 세포자살(TNF-유도 아포토시스)을 차단해 장 상피세포의 손상을 막아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크론병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의 후보물질을 찾기 위해 오가노이드(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3차원 미니 장기)를 활용해 시험했다. 그 결과 감초가 신약 후보물질로 검토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 결과(Organoid phenotypic screening identified glycyrrhizin that confers protection against tumor necrosis factor-induced cell death)는 최근 국제 학술지 《줄기세포 보고서(Stem Cell Reports)》 온라인판에 실렸다.
전통 한의학에서 감초는 단맛만 내는 첨가물이 아니었다. 조선 시대 의서 '동의보감'에서는 감초를 국로(나라의 원로)라고 했다. 이는 원로 대신이 임금을 보좌하며 나라의 갈등을 조정하는 큰 역할을 하는 것처럼, 감초가 각기 성질이 다른 각종 약재 간의 충돌을 막고 특히 독성을 중화하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특히 '약방의 감초'라는 말은 웬만한 처방에는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특유의 범용성을 상징한다.
감초 속 글리시리진 성분은 설탕의 30~50배 단맛을 낸다. 구조는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비슷하며 강한 항염증 효과를 발휘한다. 현대 의학에서 감초는 간 기능과 위점막 보호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연구돼 왔다. 이번 연구는 감초가 조연에서 주연으로 떠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크론병 환자의 장 세포가 스스로 파괴되는 메커니즘을 직접 차단하는 신약 후보로 검토될 예정이다.
그동안 흔히 쓰이던 암세포 유래 실험실 세포주(Caco-2 등)에서는 감초의 이런 보호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이 인간의 장과 비슷한 오가노이드를 활용하자 비로소 감초의 방어 메커니즘이 눈에 띄었다. 옛날의 한의서가 수년천의 경험을 토대로 기록한 감초의 세포 보호 능력이, 첨단 장기 배양 기술을 통해 일부 증명된 셈이다.
감초가 당장 크론병의 치료제로 개발되는 것은 아니다. 장내 미생물(박테리아)이 감초를 분해하면 그 효과가 사라지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감초의 글리시리진 성분이 장내 미생물에 의해 글리시레틴산으로 바뀌면 세포 보호 능력을 잃게 된다. 관련 연구 과제는 글리시리진을 장내 미생물로부터 지켜내 장 점막까지 안전하게 가져다주는 약물전달시스템(DDS)을 개발하는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크론병 환자가 감초를 씹어먹으면 혹시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A1. 아쉽지만 현재로서는 직접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감초의 주성분인 글리시리진은 장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 효과가 사라집니다. 감초를 먹으면 장 속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될 가능성이 매우 커서 세포 보호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감초를 지나치게 많이 오래 복용하면 고혈압, 부종 등 부작용(위알도스테론증, Pseudoaldosteronism)도 우려됩니다. 약물전달시스템(DDS)을 갖춘 전문 의약품으로 개발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Q2. 크론병은 도대체 어떤 병인가요?
A2.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입니다. 인체의 면역 체계가 자기 자신의 장 점막을 공격하면서 발생하며 복통, 설사, 체중 감소 등 증상을 보입니다. 염증이 장벽 깊숙이 침투해 궤양을 만들거나 장이 좁아지는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완치보다는 증상이 없는 상태(관해기)를 유지하는 것이 크론병 치료의 주된 목표입니다.
Q3. 감초가 신약 후보물질로 확정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나요?
A3. 네,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번 연구는 오가노이드(미니 장기)와 쥐 실험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기초 연구 단계입니다. 환자가 쓸 수 있는 신약이 되려면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 1, 2, 3상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엄격히 검증받아야 합니다. 보통 이 과정에만 5~10년 이상 걸립니다. 다만 감초는 오랫동안 인간이 섭취해온 물질이니, 생소한 화학 물질보다는 독성 검증 단계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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