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과 차이 없다"…먹는 알부민 논란에 식약처 단속 나섰다

최근 고가의 ‘먹는 알부민’ 제품이 간 건강과 피로 회복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소비되면서 과장광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련 업체와 약국을 대상으로 단속에 나서면서 시장 전반의 구조적 문제도 함께 드러났다. 병원에서 쓰이는 의료용 알부민 이미지가 일반 식품 시장으로 확장되며 소비자 인식과 실제 효능 사이 괴리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알부민은 간 건강과 피로 회복, 기력 보충에 좋은 성분처럼 소비됐다. 약국과 홈쇼핑, 온라인몰, 해외직구 시장까지 번지며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커졌다. 식약처가 이번에 칼을 빼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처럼 둔갑시켜 효능을 과장한 광고가 시장 전반에 퍼졌다고 본 것이다.
알부민은 본래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단백질이다. 간에서 합성되고 혈청 단백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호르몬과 비타민, 약물, 칼슘 같은 물질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혈관 안에 수분이 머물도록 돕는 기능도 맡는다. 알부민이 부족하면 부종이나 복수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는 간경변 환자나 간암 환자, 심각한 영양실조 환자에게 알부민 주사를 처방한다.
문제는 이 의료용 이미지가 일반 식품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생겼다. 소비자들이 병원에서 맞는 알부민 주사와 시중에서 파는 먹는 알부민 제품을 비슷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업체들은 이 틈을 파고들었다. 병원에서 쓰는 귀한 성분을 집에서도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다는 식의 서사가 만들어졌다. 의료 현장에서의 치료 경험이 일반 소비시장에서는 프리미엄 마케팅 도구로 변형된 셈이다.
하지만 먹는 알부민에는 뚜렷한 과학적 한계가 있다. 시중에서 파는 알부민 영양제는 대개 달걀 흰자에서 추출한 난백 알부민이다. 단백질은 입으로 들어오면 위와 장에서 아미노산으로 잘게 분해된다. 즉 알부민을 먹는다고 해서 그 성분이 그대로 혈관 속 알부민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의학계의 기본 설명이다. 몸은 흡수한 아미노산을 다시 간에서 필요한 단백질로 재조합한다. 비싼 알부민 정제를 먹든 달걀을 먹든 몸 안에서 거치는 원리는 같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알부민 열풍은 콜라겐이나 특정 기능성 원료 유행과도 닮았다. 이름은 전문적이고 희귀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일반 식품 섭취와 큰 차이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소비가 급증한 이유는 한국 사회의 건강 불안과 맞물려 있다. 회식과 야근, 만성 피로에 익숙한 직장인들에게 ‘간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이라는 설명은 매우 강한 이미지로 작동했다. 코로나19 이후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고령화로 근감소증과 체력 저하를 걱정하는 수요도 늘었다. 단순한 단백질 보충제보다 알부민이라는 이름이 더 고급스럽고 더 특별하게 받아들여진 배경이다.
가격도 이런 심리를 반영했다. 국내 제약사와 유통업체들이 내놓은 프리미엄 알부민 제품은 1~2개월분에 10만 원에서 30만 원대를 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단백질 보충제라기보다 회복제나 보약처럼 소비된 것이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는 수술 후 회복, 간 수치 개선, 기력 회복 같은 표현에 반응했다. 하지만 이런 문구는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 광고로는 법 위반 소지가 크다.
식약처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알부민 식품 판매업체를 점검한 결과 표시·광고법 위반 9곳, 식품위생법과 건강기능식품법 위반 12곳 등 모두 21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약국 7곳도 포함됐다. 관련 홍보를 한 의사들에 대한 처벌도 검토하고 있다. 알부민 열풍이 온라인뿐 아니라 약국 현장까지 깊게 퍼졌다는 뜻이다. 의약품과 식품의 경계를 가장 엄격하게 지켜야 할 공간에서도 과장 광고가 번졌다는 점이 이번 단속의 상징성을 키웠다.
왜 문제가 되느냐는 질문에는 규제의 사각지대라는 답이 따라온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알부민 제품은 대부분 캔디류나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된다. 병원에서 쓰는 전문의약품 주사제와는 태생부터 다르다. 그런데 일부 업체는 이를 사실상 치료제처럼 광고했다. 간 수치가 떨어진다, 수술 후 회복이 빨라진다, 기력 보충에 특효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법은 식품이 의약품으로 오인되게 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SNS 후기와 유튜브 리뷰, 간접 광고가 이를 피해 간다. 해외직구 제품은 검증이 더 어렵다. 국내 금지 성분이 들어 있거나, 표기된 함량보다 실제 성분이 적어도 일반 소비자가 알 길이 없다.
이런 풍경은 낯설지 않다. 한국 건강식품 시장은 10년 주기로 새로운 ‘기적의 성분’을 만들어왔다. 크릴오일, 글루코사민, 스쿠알렌 등 과거 사례들도 비슷한 경로를 거쳤다. 희귀한 원료와 과학적 용어로 포장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일반적인 식사로도 충분하다는 결론에 가까워진다. 알부민 역시 같은 흐름 속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와 비교하면 한국의 소비 방식은 더 특이하다. 미국에서는 알부민이 단순 단백질 보충제의 한 형태로 쓰인다. 유럽에서는 병원 내 의료용 성분으로 엄격히 관리된다. 일본에서도 단백질 보충 개념에 가깝다. 반면 한국에서는 간 회복제나 만능 보약처럼 소비되는 경향이 강하다.
약국 현장에서는 이번 단속을 두고 늦었지만 필요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건강기능식품이 의약품처럼 소비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직능 신뢰까지 흔들렸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다만 온라인과 해외직구 시장이 더 큰 문제라는 점에서 규제가 특정 채널에 집중될 경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알부민 영양제가 실제로 필요한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도 강조된다. 심각한 영양실조 환자나 간 기능이 크게 저하된 환자, 단백질 흡수가 어려운 일부 고령층 정도다. 일반적인 건강 상태에서는 식사를 통해 충분히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달걀과 우유, 육류, 콩류 등 일상 식품이 더 효율적인 단백질 공급원이라는 점도 반복해서 제기된다.
알부민 열풍은 특정 성분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시장 전반의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의약품과 식품의 경계가 흐려진 상황에서 기업은 치료제 이미지를 차용하고 소비자는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단속이 시작됐지만 온라인과 글로벌 유통망까지 포함한 근본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