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뜯고 냉이 캐고 고사리 꺾어 반찬으로… 한국선 전통 식생활, 서양선 최근 트렌드[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2026. 4. 2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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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처음 뜯은 쑥은 약이지." 지인이 직접 만든 쑥떡을 내놓으며 말했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파는 쑥떡이 아니라 주말에 직접 쑥을 캐어 만들었다는 자부심과 함께.

냉이는 캐고, 쑥은 뜯고, 고사리는 꺾는 시기까지 구분하는 세분화된 손질법이 책이 아닌 삶으로 전해졌다.

쑥떡을 한 조각 더 먹으며 봄의 향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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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 봄나물, 야생서 식탁까지
한국 식탁에 오른 봄나물. 우리처럼 야생 식재료를 연중 일상적으로 먹는 나라는 드물다. 오른쪽은 미국 야생에 자라는 쑥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봄에 처음 뜯은 쑥은 약이지.” 지인이 직접 만든 쑥떡을 내놓으며 말했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파는 쑥떡이 아니라 주말에 직접 쑥을 캐어 만들었다는 자부심과 함께. 원래도 좋아하던 떡이지만, 제철 수제 떡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반면, 옆에 있던 외국인 친구는 낯선 ‘풀색 떡’에 쉽게 손을 내밀지 못했다.

우리처럼 연중 다양한 채소와 나물을 일상적으로 먹는 나라는 드물다. 최근 외식업계는 지역 식재료에 집중하는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를 넘어, ‘야생에서 식탁까지(wild to table)’ 이어지는 경험을 상품화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는 셰프가 직접 숲에서 채집(foraging)한 야생 식재료를 시그니처 메뉴로 내세운다. 여기에 여행산업도 가세하면서 ‘포레징 투어’가 상품화됐다. 관광객들이 가이드를 따라 숲을 걸으며 버섯과 허브를 채집하고, 이를 요리로 맛보는 경험이 프리미엄 상품으로 팔린다. 런던의 일부 레스토랑들은 ‘야생 식재료(foraged ingredients)’를 강조하며, 마치 새로운 미식 철학처럼 광고한다.

이것이 정말 새로운 트렌드일까?

한국인에게 봄은 채집의 계절이다. 쑥을 뜯고, 냉이를 캐고, 고사리를 꺾는다. 이렇게 산과 들에서 채취한 것들을 ‘나물’이라 부르며 사계절 밥상을 채웠다. 자연에서 얻은 음식이 곧 약이라는 ‘식약동원’ 개념 역시 ‘허준’이나 ‘대장금’ 같은 사극에서도 확인되듯 오래된 생활문화다. 트렌드가 아니라 일상이었다.

일부 국가에서 고사리는 독성 물질 때문에 식용으로 권장하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삶고 우려내는 과정을 거쳐 안전하게 섭취한다. 두릅, 다래순, 원추리, 죽순 역시 데쳐서 독성 성분을 제거한다. 자연 식재료를 안전하게 먹기 위해 오랜 시간 축적된 생활의 지혜다.

스코틀랜드의 한 약초학자가 식량 위기에 대비해 1년 동안 채집과 수렵만으로 생활하는 경험을 기록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자연에서 먹거리를 찾는 지식이 생존 기술로 작동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방식이 특별한 실험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할머니가 약초학자다. 책을 펼치지 않아도, 학위가 없어도, 어떤 식물을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알고 있다. 데치고, 불리고, 말리는 과정을 통해 독성을 줄이는 방법을 생활 속에서 터득한 것이다. 냉이는 캐고, 쑥은 뜯고, 고사리는 꺾는 시기까지 구분하는 세분화된 손질법이 책이 아닌 삶으로 전해졌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경험이 이제 세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야생채집 프로그램이 여행 상품이 되고, 미식 레스토랑의 창의적 메뉴가 된다. 해외에서는 ‘wild to table’이라 부르는 최신 흐름이 우리에게는 계절이 오면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생활의 일부였다.

쑥떡을 한 조각 더 먹으며 봄의 향을 느꼈다. 세계가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지금, 우리의 봄 식탁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길 위에 있었다. 오늘 아침에 먹은 냉이 된장국은 우리들의 오래된 미래였을지도 모른다.

한양대 관광학과 겸임교수

■ 한 스푼 더 - 美 골칫거리였던 쑥, 한국식 ‘채취’가 해법

북미와 유럽의 국립공원에서는 생태계 보전과 방문객 안전을 이유로 야생 식물 채취를 엄격히 제한한다. 2000년대 초 미국 일부 공원에서는 쑥을 채취하던 아시아 방문객이 늘자 한국어 안내문으로 야생식물 채취 금지를 공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상황이 역전됐다. 미국 몽고메리 카운티 공원에서 쑥의 번식이 문제가 되자, 공원 관리자들이 한국계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한 것이다. 한때 금지되던 ‘쑥 캐기’가 생태계 복원을 위한 활동으로 바뀐 것이다. 잡초로 제거 대상이 된 식물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식재료가 된다는 점은, 식문화가 생태 관리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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