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3개월만에 자사주 소각 43조 육박… 상법 개정 여파에 지배력 ‘지각변동’
태광산업·SK 등 총수 지배력 급감… 삼성전자 ‘20%' 선 붕괴

기업의 자기주식(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이 기록적인 수치를 나타냈다. 올해 들어 단 3개월 만에 소각을 확정한 규모가 지난 한 해 전체 규모의 3배를 넘어서는 등 자사주를 활용한 이른바 ‘경영권 방어용 카드’가 사라지며 기업 지배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일고 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73곳 공시대상기업집단 내 339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2026년 1분기(1~3월) 동안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기업은 총 60곳이고, 금액으로는 42조520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연간 소각 규모인 13조2850억원과 비교해 불과 석 달 만에 220.1% 급증한 수치다.
기업들은 지난달 6일부터 시행된 상법 개정안에 따라 상장사는 보유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1년6개월 이내에 소각해야 한다. 다만 임직원 보상이나 경영상 목적 등 예외적인 사유가 있을 때만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보유가 가능하다.
소각 규모별로는 삼성전자가 14조8994억원으로 가장 컸다. SK하이닉스(12조2400억원), SK(4조8343억원), 삼성물산(2조3269억원)이 뒤를 이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의 소각액이 전체의 63.8%를 차지하며 시장 전체의 소각 규모 확대를 이끌었다.
자사주 소각으로 지배력이 가장 크게 줄어드는 기업은 태광산업으로 나타났다. 태광산업은 현재 24.41%에 달하는 자사주 보유 비율이 소각될 경우, 지배력이 기존 78.94%에서 54.53%로 24.41%포인트(p) 급감하게 된다. SK도 자사주 소각 후 지배력이 50.21%에서 31.87%로 18.34%p 하락할 것으로 평가됐다. SK는 전체 자사주 24.8% 중 임직원 보상용(4.5%)을 제외한 20.3%를 내년 1월까지 전량 소각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소각 이후 지배력 20% 선이 무너진 것으로 조사됐다. 3월 말 기준 21.91%(자사주 2.21%, 최대주주 19.71%)였던 지배력은 4월 초 자사주 1.24% 소각 이후 19.95%로 낮아졌다. 삼성전자 외 부광약품, 호텔신라, 한솔케미칼, 네이버 등도 자사주 소각 후 최대주주 지배력이 20% 미만으로 떨어졌다.
KCC건설(6.80%), 한솔케미칼(4.11%), 넵튠(3.87%), KG스틸(3.23%), 오리콤(1.90%), AK홀딩스(1.53%), 하이브(1.49%), 한화솔루션(1.42%), 코오롱글로벌(1.29%), 한화시스템(1.02%) 등은 보유 자사주 전량을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처분하거나 보유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자사주를 소각하는 대신 ‘경영상 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박철중 기자 cj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