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꾸' 해보니…"마치 새 옷 입은 것 같아요" [르포]
"휠체어는 확장된 몸, 휠꾸는 당당함의 표출"
각자 염원 담아 각양각색 휠꾸 삼매경
"장애인·비장애인 만날 기회 많아져야 인식 개선"
[평택=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제 휠체어 예쁘지 않나요? 마치 새 옷을 입은 것 같아요.”
‘별다꾸’(별걸 다 꾸민다) 문화에 장애인들도 합류했다. 장애를 터부시했던 시기를 지나 이젠 장애도 하나의 개성처럼 편하게 나타내는 문화로 변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휠체어 이용자 9명이 참석했다. 참가자 모두는 휠체어를 꾸며본 경험이 없다고 했다. 잠시 어색한 모습을 보였지만 김 씨의 설명을 들은 참가자들은 신중하게 휠토핑과 와펜, 패치와 펠트 커버 등을 골랐다. 각자 자리에서 휠토핑을 조합하고 와펜과 패치를 붙이는 참가자들은 동심으로 돌아간 듯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모주영(43) 씨의 휠체어 바퀴살은 분홍색. 분홍색 고양이가 그려진 휠토핑을 선택한 모 씨는 “평소 분홍색을 좋아해 ‘깔맞춤’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휠꾸는 어린 아이들만 할 수 있는 활동이라 생각해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나이에 상관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걸 알게됐다”고 했다. 강원도 춘천시에서 온 김홍이(42) 씨는 “휠꾸를 해보니 마치 새 옷을 입은 것 같고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휠꾸에 대한 소감을 나누는 시간. 이날 최연소 참가자인 나정민(17) 양은 “자유를 위해, 꿈을 향해 날아가고 싶은 마음을 담아 휠체어를 꾸몄다”고 말했다.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나 양은 화성시에서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을 위한 스포츠인 ‘보치아’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직접 꾸민 휠체어를 타고 다음달 12일에 열리는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목표다.
15세부터 휠체어를 탔다는 전새얀(27) 씨는 한 패션 기업의 장애인 부문 담당으로 일하다 현재는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한 때 장애를 창피하게 여긴 적이 있었다는 전 씨는 “성인이 된 이후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활동 범위도 넓어지니 장애가 내 인생에서 하나의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최근 역도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전 씨는 장애인전국체전에 출전하는 것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다.
휠꾸 이벤트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전 세계 교통약자에게 건네는 응원과 희망의 메시지를 스티커에 적었다. “장애는 기세다” “어디든지 가보자구요!” “교통약자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날이 꼭 올 거라고 생각해요” 등의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기아의 PV5 WAV 차량에 붙었다.
한편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교통약자 수는 2024년 말 기준 1613만명으로 총 인구(5122만명)의 31.5%에 달했다. 저상버스 전국 보급률은 44.4%로 2023년(39.9%)보다 5.5%포인트 높아졌지만 여전히 교통약자의 이동권은 충분히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동주최자인 김 씨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만남의 기회가 많아지면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도 자연히 바뀌고 제도도 개선될 것”이라며 “그 날까지 다들 힘차게 휠체어 바퀴를 굴리며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현재 (prese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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