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K-방산 ‘눈과 두뇌’ 책임진다…한화시스템 구미 신사업장[이현호의 방산!톡]
생산능력 30~40% 확대 생산 허브 육성
2032년 매출 5조4천억·수출비중 40%

지난 20일 찾은 경북 구미시에 있는 한화시스템 구미 신사업장.
그러나 방산 업체인데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전투기나 함정, 전차 실물(플랫폼)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반도체 공장에 어울릴법한 대형 클린룸(청정실)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차 조준경, 전투기 전자광학장비 등은 K-방산 대표 수출품인 K2 전차와 KF-21의 ‘눈’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반도체만큼 고도로 정밀한 생산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방산업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클린룸(1500평)을 구축한 구미사업장은 총 2800억 원을 투자해 기존 사업장의 두 배 크기이자 축구장 12개에 달하는 2만 7000평(8만 9000㎡) 부지에 제조동, 연구동, 개발시험동, MRO동 등을 갖췄다.
이날도 제조동 안 500평 규모의 ‘무진동 클린룸’에서는 최근 양산 1호기 출고식을 했던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등 항공기용 고정밀 전자광학제품 생산이 한창이었다. 이곳은 진동을 일반 건물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먼지도 일반 반도체 공정과 비슷한 수준으로 관리되는 곳이다.
무진동 청정실의 청정도는 1만클래스다. 이는 1세제곱피트 공간에서 0.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의 먼지 입자가 1만개 이하로 유지된다는 상태다. 머리카락이 100㎛, 안개 입자가 1㎛ 수준이다.
이처럼 엄격하게 관리되는 무진동 청정실에서는 KF-21 전투기를 비롯해 소형 무장헬기, 중고도 무인기 등에 탑재되는 전자광학 표적 추적 장비가 만들어진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항공기는 높이 날면서 먼 곳을 바라봐야 하는데 전자광학 제품이 처음 만들어질 때 진동으로 잘못 정렬된다면 엉뚱한 곳을 보여줄 수 있어 반도체만큼 고도로 정밀한 생산 환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조동 2, 3층에는 각각 전자광학 청정실(650평)과 송수신모듈 조립시험장(430평)이 있다. 전자광학 청정실에선 정밀 모듈의 조립과 본딩, 고배율·고해상도 측정과 정렬 작업이 이뤄진다.
전자광학 청정실은 무진동 청정실과 동일한 청정도(1만클래스)로 한 달에 경기관총 조준경 500대, 라만 레이저 발진기 40대까지 생산하는 게 가능하다.
송수신모듈 조립시험장 또한 일반 의료기기 조립 분야에 적용되는 10만클래스 수준으로 전투기의 ‘눈’으로 불리는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다의 핵심 구성품 송수신모듈이 만들어진다.
2층의 다른 한편에 있는 시험작업장에선 전차 계열 조준경 장비와 해양 함정 추적장비의 최종 조립 및 시험이 수행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실제 운용 환경을 구현한 시험과 열상 시준기를 통한 전자광학 정밀 시험을 수행한다.
파도 등으로 흔들림이 많은 함정에서도 안정적인 화면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곳에서는 K2, K21 등 전차의 포수조준경과 전차장조준경, 차기 호위함의 추적장비 등이 생산된다.
3층 해양 전투체계(CMS) 시험장도 전투체계 개발이 한창이었다. 대한민국 해군 함정 99%에 공급된 전투체계가 탄생한다.함정에 탑재되는 각종 센서와 무장, 지휘·통신체계를 하나로 묶는 전투체계는 함정의 ‘두뇌’에 해당한다.
시험장에 들어서자 항공기 조종석처럼 생긴 콕핏형 통합함교체계(IBS)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일자형이던 함교 형태를 항공기 조종석 형태로 설계해 3개의 화면으로 주요 시스템을 한번에 모니터링할 수 있다.

제조동을 나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러본 자율이동로봇(AMR) 등 자재관리실은 자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돼 2만종의 자재를 직접 찾는 수고를 덜었다. 시간당 300건을 찾아내는 이 시스템은 작업 효율성을 30%가량 끌어올렸다.
구미사업장 제조동이 K-방산의 ‘눈’을 맡는다면 연구동과 개발시험동은 일종의 ‘두뇌’ 산실이다. 한화시스템이 이곳에서 개발하는 전투체계(CMS)란 함정에 탑재되는 다양한 센서, 무장, 기타 통신·지휘체계를 통합 운용하는 시스템으로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한다.
특히 개발시험동은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전투체계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시험을 앞둔 상황이었다. 연구동에서 개발된 전투체계 소프트웨어를 실제 함정 장비에 탑재한 뒤 통합 운용성을 검증하는 단계다.
적군 함정이 접근하거나 유도탄을 발사하는 등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전술 환경을 조성해 KDDX 전투체계가 얼마나 잘 대응하는지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020년 약 5400억 원 규모로 수주한 이 사업은 대공전·대함전·전자전·대지전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최첨단 IT기술이 적용된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KDDX는 교전과 관련한 자동화 기술이 추가됐기 때문에 이를 중점적으로 검증할 것”이라며 “이후 다른 장비들과 함께 육상 환경시험을 한 번 더 거친 뒤 실제 함정에 탑재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입찰을 두고 치열한 경쟁 중이다. 어떤 회사가 승리하더라도 함정 내부 하드웨어·소프트웨어가 통합된 전투체계는 한화시스템가 책임진다.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 천궁-Ⅱ의 다기능레이다(MFR)를 생산하는 ‘천궁 체계 레이다 조립·시험장’은 가장 눈에 띄었다.
최대 층고 20m로 널찍하게 조성된 조립·시험장에서는 대형 안테나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성능 검증을 받고 있다.
이 공간은 중·대형 레이다의 안테나 근접전계 시험과 핵심 구성품, 체계 조립·시험, 성과기반군수지원(PBL) 순환정비까지 자재 입고부터 조립, 시험, 정비 등 제품 전 수명수기를 한 공간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구축된 국내 최초 원스톱 생산시설이다.
기존에 공정별 공간이 따로 떨어져 있었는데 이번 신사업장 구축으로 물류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한화시스템은 강조했다.
한화시스템은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 2025년 이라크에 천궁-Ⅱ 다기능레이다를 수출한 바 있다.
김용진 구미사업장장 “글로벌 안보 수요 확대, 첨단 무기체계의 국내 전력화 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신사업장을 준공했다”며 “구미사업장은 2032년까지 매출 5조4000억 원, 수출 비중 40%를 목표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은 대표 수출품목으로 눈 역할하는 다기능레이다(MFR)와 두뇌 역할하는 전투체계(CMS) 등이 생산되는 곳이다. 한 사업장에서 레이다, 전자광학, 전투체계, 유지·보수·정비(MRO) 등 주요 사업이 모두 이뤄지는 것이다.
최근 UAE·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 등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천궁-Ⅱ다기능레이다(MFR) 수출이 늘어나면서 구미 신사업장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수출 물량 증가 추이에 맞춰 자동화 설비 도입과 생산 라인 고도화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레이다와 전투체계의 성능개량, MRO까지 포함한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다순 제조 공장이 아닌 K-방산 수출을 뒷받침하는 핵심 생산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구미=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달 새 ‘500억→9000억’ 폭발…미국 주식 던진 개미들 ‘우르르’ 몰린 계좌는
- 靑 “李 대통령 집요함+韓 기업 역량”…‘한국-인도 달라진다’
- 저무는 연탄 시대…연탄값, 이르면 다음 달부터 ‘100원’ 인상
- ‘호박’ 팔아 무려 45억원 벌고서는 “세금은 못 내겠다”…법원 판단은
- AI 때문에 다 잘리는 줄 알았는데…“실제 사라지는 일자리는 10%뿐”
- 40% 급감한 디딤돌대출...투기수요 꺾었지만 실수요자 ‘발동동’
- 선물 투기꾼 배불리는 바닷길 기싸움 며칠까지
- “우리 아들 의대 보내기 참 힘드네요”…올해 의대 신입생 내신 합격선 ‘3년새 최고’
- 어쩐지 너무 오래 걸리더라…사람 항상 몰리는 인천공항, ‘신속성’ 평가 등급 떨어졌다
- “통장만 빌려주면 돈 줍니다” 혹했다간 피눈물…금감원, 가상계좌 사기 ‘주의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