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탐구생활]"운동화 대신 로블록스"…게임사, 'UGC'에 꽂힌 이유

노명현 2026. 4. 21.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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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가 직접 만들어 즐기는 '생태계' 구축
"유통구조 바뀔수도"…콘텐츠 관리 필요성도

#40대 직장인 A씨는 얼마전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의 생일선물로 '로블록스'에서 쓸 수 있는 기프트카드 10만원권을 구매했다. 운동화나 장난감 등 다른 선물을 물어봤지만 아들은 단호했다. 꽤 큰 돈이라 생각했지만 생일 전부터 간절히 원해온 아들을 위해 A씨는 지갑을 열기로 했다.

내가 직접 만든 게임(UGC, 이용자 제작 콘텐츠)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문화가 새로운 게임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게임판 '유튜브'로 불리는 로블록스는 글로벌 동시 접속자수가 4700만명에 달할 정도로 강력한 팬덤을 구축했는데요.

게임판 '유튜브' 된 로블록스

로블록스뿐 아닙니다.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와 모장 스튜디오의 '마인크래프트' 도 이용자들이 즐겨 찾습니다. 포트나이트는 '언리얼 에디터(UEFN)' 기반 창작시스템을 도입해 이용자가 직접 맵과 모드를 제작하는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이를 통해 단순 배틀 로얄 게임에서 거대한 '제작 플랫폼'으로 진화했습니다. 

마인크래프트는 단순하지만 룰에 얽매이지 않고 이용자가 창작자(크리에이터)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는 게 성공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용자들이 집짓기와 사냥 등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 다양한 콘텐츠를 영상으로 공유합니다.

국내 게임사들도 이용자들이 직접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선보이며 변신에 속도를 내는 중입니다.

최근 크래프톤이 '오버데어'에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기술을 접목하면서 UGC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했습니다. 오버데어에선 이용자가 AI를 활용해 게임과 아바타를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특징인데요. 특히 블록체인을 통해 창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보호받고, 거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짰습니다. 

넥슨 역시 자사 핵심 지식재산권(IP)인 메이플스토리의 리소스를 활용한 '메이플스토리 월드'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창작의 장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곳에서 크리에이터들이 벌어들인 연간 수익은 500억원이 넘었습니다. 

국내사들의 반격…AI와 블록체인

게임사들이 UGC에 주목하는 것은 AI 발전을 통해 게임 창작이 훨씬 쉬워졌고, 창작자와 이용자 간 소통을 통해 이용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게임을 소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사 입장에선 막대한 자금을 들여 신작을 내놓는 대신 플랫폼 내 창작자들이 내놓는 다양한 콘텐츠로 'IP 공백'을 메울 수 있습니다. 기존 IP의 UGC 플랫폼 전환을 통해 수명을 늘리는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크래프톤은 오버데어뿐 아니라 대표 IP인 배틀그라운드의 UGC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데요. 배틀그라운드 이용자가 다양한 모드를 제작할 수 있도록 제작툴과 장치를 늘리고, UGC 전용 공간을 신설할 예정입니다. 넥슨 역시 메이플스토리 월드의 플랫폼을 확장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승훈 안양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UGC 이용자는 게임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지불 거부감도 적다"며 "글로벌 이용자 확보와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메인넷) 확장을 위해 게임사들이 UGC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추세"라고 분석했습니다.

자유와 책임 '양날개'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습니다.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하다보니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생산될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생을 비롯한 저연령층 이용비중이 높은 플랫폼일수록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합니다. 실제로 로블록스는 오는 6월부터 나이에 따라 콘텐츠 접근과 채팅 기능 등에 제한을 두는 연령 기반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국내 게임사들 역시 건전한 창작 생태계 조성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할 시점입니다.

UGC 플랫폼은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있는 영역입니다. 게임업계에선 "UGC 플랫폼 중요성이 커지면서 장기적으로 게임 유통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앞으로 게임사들이 UGC를 어떻게 활용하고 발전시킬지, 또는 플랫폼 내에서 어떤 새로운 게임이 탄생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UGC가 침체된 게임업계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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