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8세부터 80세까지…부산 브리지 대회가 보여준 미래
- 전국 44개 페어, 88명 출전…2018년생 최연소부터 1946년생 최고령까지
- 명진중 클럽 참가, 농심호텔의 공간 지원까지…브리지 저변 넓힌 하루

브리지는 조용한 게임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방식이 담겨 있습니다. 계산과 호흡, 집중과 배려가 한 테이블 위에서 동시에 오갑니다. 20일 부산 농심호텔에서 열린 '제3회 부산광역시 브리지 페어 토너먼트'는 바로 그런 브리지의 매력을 다시 보여준 자리였습니다. 단순히 승패를 가리는 대회가 아니었습니다. 세대와 지역이 만나고, 생활체육과 교육의 가능성이 한 공간에 모인 현장이었습니다.
이번 대회는 한국브리지협회(회장 김혜영)가 주최하고 부산시브리지협회(회장 백성언)가 주관했습니다. 운영 방식도 분명했습니다. 참가자들의 실력 수준에 따라 A섹션과 B섹션으로 나눠 진행했습니다. A섹션은 KCBL 마스터포인트 30점 이상 보유자만 출전할 수 있었고, B섹션은 30점 미만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운영됐습니다. 실력 차를 고려한 이런 구분은 더 공정한 경쟁을 만들고, 입문자와 중급자에게도 부담 없이 대회 경험을 쌓게 해주는 장치였습니다.
규모도 적지 않았습니다. 부산뿐 아니라 서울, 경기, 세종, 청주, 전북, 경북, 대구, 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총 44개 페어, 88명의 선수가 참가했습니다. 지역 단위 행사를 넘어 전국 브리지 동호인들이 한데 모인 교류의 장이었다는 뜻입니다. 브리지가 특정 도시, 특정 연령층의 취미에 머무는 종목이 아니라는 사실도 이 대회는 자연스럽게 보여줬습니다.

이번 대회가 더 반가웠던 건, 브리지가 좋은 공간과 제대로 만났다는 점이었습니다. 부산 농심호텔(대표 박훈)은 대회장인 다이아몬드홀을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여기에 농심 백산수와 차 종류를 참가자들에게 무상 제공했고, 객실과 식음료 업장 할인까지 더했습니다. 최대 700~8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약 400평 규모 공간 가운데 절반가량을 대회장으로 꾸린 덕분에, 참가자들은 비교적 쾌적한 환경에서 승부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종목의 품격은 경기 내용만이 아니라, 어떤 공간에서 어떤 대접을 받느냐로도 드러납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세대를 아우르는 풍경이었습니다. 세종 지역의 박준모 학생은 2018년생으로 이번 대회 최연소 참가자였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파트너를 이뤄 출전한 장면은 브리지가 가족 안으로도 스며들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을 잘 보여줬습니다. 1946년생인 배경희 씨는 올해 팔순의 나이로 최고령 참가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가장 어린 참가자와 가장 연장 참가자가 같은 대회에 나란히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브리지가 가진 폭과 깊이는 충분히 설명됩니다. 나이를 크게 따지지 않고 오래 즐길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브리지의 큰 힘입니다.
부산에서는 문성희 교장이 이끄는 명진중의 움직임도 반가웠습니다. 지난해 동아리 형태였던 브리지를 올해부터 스포츠클럽으로 넓혀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회에도 류지성-박민제, 양태양-공예준 학생 등 4명의 학생이 참가해 실전 감각을 익혔습니다. 종목의 미래는 이렇게 학교 현장에서 조금씩 자랍니다.


한국브리지협회 김혜영 회장이 소개한 확산 노력도 같은 맥락에서 읽힙니다. 김 회장은 "올해 3월부터 울산대와 울산과학대에 브리지 강의를 개설했으며, 서울 지역 10여 개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으로 브리지를 가르치고 있다"며 "대회 개최와 함께 교육 및 확산을 동시에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브리지가 단순한 동호인 종목을 넘어 교육 콘텐츠이자 두뇌 스포츠로 자리 잡아 가는 흐름이 분명히 보입니다.
이날 부산 대회가 남긴 의미도 거기에 있습니다. 누가 몇 등을 했는가만으로 설명되는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어린 학생이 어머니와 한 조가 돼 출전하고, 최고령 참가자가 같은 공간에서 집중력을 겨루고, 중학생들이 학교 스포츠클럽 활동의 연장선에서 실전에 나서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지역 호텔이 공간과 서비스를 보태며 대회를 뒷받침하는 풍경도 있었습니다. 브리지가 사람을 연결하고, 세대를 묶고, 지역을 넘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하루였습니다.
브리지는 카드 게임이 아닙니다. 생각의 스포츠이고, 관계의 스포츠입니다. 부산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그 사실을 조용하지만 또렷하게 증명했습니다. 저변 확대는 거창한 구호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한 번의 대회, 한 명의 학생, 한 학교의 참여, 한 지역의 지원이 모일 때 종목의 미래도 함께 자랍니다.
다음 무대는 22일 서울 목동 현대백화점에서 열리는 '2026 현대백화점 브리지 챔피언십-목동 시리즈'입니다. 부산에서 확인한 브리지의 열기가 서울에서도 이어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김종석 채널A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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