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 요구를 비난하는 나라에서

1. 삼성전자에서 노조가 요구한 성과급 수준을 둘러싸고 이 나라는 시끄럽다.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몇백 조원일 거라고 예측되는 상황에서 노조 요구대로면 반도체사업부문 노동자는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게 될 거라고 터무니없다는 듯이 말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등에 투자해야 할 때라고 비난하고, 소액주주 운운하면서 주주에게 더 많은 배당을 해야 한다고 비난한다. 도대체 이 나라는 노동자가 받을 성과급을 두고서도 이 모양이다. 상상을 초월한 실적을 올려도 노동자는 평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성과급을 받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야단이다. 대주주, 오너 일가는 수천억원, 수십조원의 회사를 먹어 치워도 이 나라는 이 정도로 떠들썩하지 않다. 오직 노동자에 대해서 공정과 상식에 반한다는 듯이 떠들어댄다.
2. SK하이닉스에서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에서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하면서,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한도 제한 기준을 삭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노조는 초과이익성과급(OPI)의 재원을 영업이익의 15%로 '제도화'하고, 지금까지 연봉의 50% 한도 내에서 주던 OPI 지급 상한을 없애자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에 관한 기준이라면 회사 규정으로 정해져 있을 것이고, 노조는 그 성과급 기준을 변경하고자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에서 본격적으로 노조가 조직돼서 활동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니 단체협약이 아닌 회사 제 규정, 즉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회사 규정으로 임금, 성과급 등 기준을 정해서 지급해 왔을 것이다. 이렇게 회사가 정해온 성과급 기준을 이번에는 노조가 변경하고자 하는 것이다. 단체협약 체결을 통해서일지,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서일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기존의 취업규칙 기준을 바꿔내겠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취업규칙이라면 나도 할 말이 많다.
3. 취업규칙이란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한 규칙을 말하는데,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작성,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문제다.
지난주 목요일, 수원지방법원에서 통상임금에 관한 재판이 있었다. 현대그OOO 사건이었다.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일정근무일수조건이 부가돼 있는 경우에는 고정성이 결여돼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2014년 사측은 기존 상여금 기준에 15일 이상 근무조건을 부가해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도록 급여규정을 변경했다. 당시 현대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바로 이 15일 이상 근무조건 때문에 크게 문제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사측이 일방적으로 급여규정을 개정해서 부가한 것이라고 상담을 하고, 소송을 하고 있었다. 울산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원고로 소송하고 있는데, 원고별 청구금액을 산정해서 청구취지변경신청을 하고서 변론절차 종결을 앞둔 상태였다. 이 사건은 2024년 12월, 고정성을 통상임금 개념요소에서 제외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뒤인 2025년 1월에 소장을 제출한 사건이었다. 그래서 변경된 통상임금에 관한 판례 법리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해서 소송을 해왔다. 즉, 2014년 사측이 상여금 기준에 관한 급여규정을 변경한 것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변경하는 것이라서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는 것인데, 근로기준법은 이러한 경우 과반수노조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94조1항 단서) 이를 거치지 않고 한 것이라서 위법, 무효다. 따라서 우리는 15일 이상 근무일수조건이 부가돼 있지 않은 상여금이라서 고정성이 결여된 것이 아니고,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을 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재판 이틀 전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사측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았노라고 주장하고 나왔다.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아서 위법, 무효라고 판시한 전주지방법원 판결문까지 소장에서 증거로 제출하면서 소송해 왔던 것인데 '이 무슨 어뚱한 주장인가'하면서 나는 수원지방법원의 법정에 갔었다. 그런데 피고 사측의 소송대리인인 변호사들이 전주지방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 회사 창고에서 찾아냈다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서를 제출하겠다고 법정에서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걸 다음 재판기일까지 제출하겠노라고 재판장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원고들 소송대리인인 나는 어떠했을까. 승소할 사건이 한순간에 패소로 추락하는 기분을 맛봐야 했다. 재판을 마치고 법정 밖으로 나오자마자 나는 참석한 원고 대표들을 붙잡고 피고 주장이 사실인지부터 물었다. 원고들이 근무하고 있는 울산에서는 과반수가 동의한 사실이 없다고 대답했지만, 내가 궁금해서 질문한 것은 사업장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가 동의했냐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내가 듣고자 한 대답은 아니었다. 사측 소송대리인들의 태도로 볼 때, 거짓일 가능성은 낮았다.
4. 법은 취업규칙을 사용자가 작성하고 변경하도록 보장하면서, 다만 불이익변경시에는 과반수노조의 동의나 과반수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거치도록 했다. 그래서 이 나라에서 취업규칙이 문제인 것이다.
근로계약은 노동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이에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계약이다(근로기준법 2조1항4호). 이처럼 분명히 노동자와 사용자간에 합의로 체결하는 계약관계인 것이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사용하기 위한 사업장 질서, 즉 복무규율에 관해서는 사용자가 정할 수 있다. 그런데, 근로계약의 내용인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해서는 그럴 수 없다. 계약의 내용은 당사자간에 합의로 정하는 것이 계약 자유의 원칙인 것이고, 근대 이후 이 세상의 사법 질서의 기본 원리로서 당연히 근로계약관계에서도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다. 계약의 한 당사자인 사용자가 임금 등 근로조건 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법이 보장하고, 그렇게 이 나라는 수십년을 사업장에서 노동자 위에 군림해 왔다. 사업장의 질서, 복무규율까지는 이해해줄 수 있다. 사용자가 복무규율에 관한 규칙을 정하고, 변경하되, 불이익변경시 과반수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거쳐서 하도록 한 법이라면 봐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다. 복무규율이 아니라,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해서 일방 당사자인 사용자가 정할 수 있도록 보장하다니 납득할 수가 없다. 노동자 위에 사용자가 있다고 여기지 않는 한, 노동자의 주인으로서 사용자를 인정하지 않는 한 이해하기 어려운 취업규칙제도를 이 나라는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자신의 근로조건까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사용자에 복종하면서 살아왔다. 노조가 있더라도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에도 대부분 그러했다. 심지어 과반수 노조가 있다 해도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해서 당당히 당사자로서 합의해서 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자주적인 민주노조가 있어도 단체협약으로 정하는 것을 극히 일부고, 많은 사항들은 회사 제 규정, 즉 취업규칙으로 정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이 나라에서 사용자는 사업장에서 법을 만드는 왕으로 노동자에 군림한다.
5. 성과급 지급기준을 당사자인 노동자와 사용자가 자유롭게 정한다면, 오늘 삼성전자 등에서처럼 그런 기준으로 성과급이 지급될까. 노동자들이 사용자에 복종당하지 않고 자유로운 계약 당사자로서 자신의 의사가 욕구가 제압당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오로지 사용자와 합의해서 성과급 기준을 정했어도 한도 제한을 설정해서 성과급을 지급받는다고 했을까. 분명히 아닐 것이다. 오늘 이 나라는 노동자이기에 성과급은 얼마 이상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 주주나 임원이라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수백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둬서 그 몇십 퍼센트를 배당금이나 성과급을 지급받는다 해도 비난하지 않았을 것이다. 노동자이기에 용납할 수 없다고, 이렇게 이 나라는 시끄러운 것이다. 주는 대로,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것이 노동자라고 여기기에,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에 대해서 오늘 이 나라는 요란하게 비난하는 것이다. 이 나라에서는 성과급 기준에 관해서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로서 노동자에 대해서 당연하게 사용자와 합의해서 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열심히 하라고 응원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이 나라를, 취업규칙제도를 통해서 사용자가 노동자 위에 군림하도록 한 것을 비난해야 한다. 노동자의 요구가 아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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