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여자들이 바꾸잖아요”···자우림 김윤아 단독 인터뷰[록과 사는 여자들]
(4) 밴드 자우림 김윤아
‘밴드붐’이 돌아왔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음원 차트에서도 록페스티벌 현장에서도 여성 ‘프론트퍼슨’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과거 ‘밴드의 꽃’ 으로만 여겨졌던 여성들의 역할은 무대와 사운드를 이끄는 중심축으로 재정의됐다. ‘프론트 퍼슨’은 밴드에서 공연을 주도하거나 이미지를 대표하는 중심 인물을 뜻한다. 과거 ‘프론트 맨’이라 일컬어지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젠더 중립적인 단어인 ‘프론트 퍼슨’을 주로 사용한다. ‘2026 프론트퍼슨 연대기’는 현 시대 여성 음악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록 씬을 기록한다.
![[2026 프론트퍼슨 연대기 : 밴드 붐 가운데 선 여자들] 자우림 보컬 김윤아가 16일 서울 서초구의 한 합주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4.16 /서성일 선임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1/khan/20260421133547176lgmu.jpg)
대한민국 록밴드, 특히 여성 ‘프론트퍼슨’의 역사는 김윤아(52)의 데뷔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모던 록밴드 자우림은 데뷔곡 ‘헤이 헤이 헤이’로 단숨에 대중을 사로잡았고, 그 중심에는 김윤아가 있었다. 그의 등장은 ‘여성 보컬이 밴드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한국 대중음악에 각인시킨 ‘사건’에 가까웠다. 1990년대 후반부터 3호선 버터플라이, 줄리엣, 주주클럽, 더더 등 여성 보컬 밴드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김윤아는 자우림의 보컬이자 프로듀서다. 12장의 정규 앨범과 5장의 솔로 음반 대부분을 직접 작사·작곡했다. 자우림이 세상에 대한 날 선 비판이나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김윤아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밴드붐’을 이끄는 여성 아티스트가 됐다. 수많은 사람이 김윤아를 ‘존경하는 선배’라 말하지만, 김윤아는 자신을 “음악을 직업으로 삼은 평범한 사람”이라며 “30년 동안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2026 프론트퍼슨 연대기 : 밴드 붐 가운데 선 여자들] 자우림 보컬 김윤아가 16일 서울 서초구의 한 합주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2026.04.16 /서성일 선임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1/khan/20260421133547454xlrh.jpg)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의 한 합주실에서 만난 김윤아는 “여성 아티스트들이 굉장히 훌륭한 음악을 만들고 있는 시대”라면서도 “여성 아티스트들이 사회 이야기를 더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지나왔고 많은 음악가들이 이에 대한 좌절 혹은 승리에 대해 말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만큼 (음악이) 나오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실망했다”며 “예술가는 아름다움과 슬픔을 노래하지만, 동시에 사회 구성원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여성으로 태어나서 목도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노래하는 사람이 있는가?’ 생각해봐도 그 수는 적다”며 “이름이 널리 알려진 아티스트들이 ‘보편타당’한 이야기만 다루는 경향이 있다.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는 것 같다. 여성 음악가의 숙제인 만큼, 더 많은 사람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윤아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학창시절 직접 작곡한 노래를 통해 ‘음악이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부모의 반대로 음대 진학은 이루지 못했지만, 아마추어 밴드 활동을 거쳐 지금의 자우림으로 이어졌다. 데뷔와 동시에 승승장구했지만, 세상은 김윤아를 “케이크 위 체리”처럼 다루기 일쑤였다.
“당시 제가 무대에 서면 발부터 시작해서 얼굴로 카메라가 올라왔어요. 제가 쓴 곡인데도 ‘팀 작사·작곡인데 왜 건방지게 이름을 넣었느냐’거나 ‘저 여자애가 기타를 가짜로 치고 있다’ 그런 말들이 많았죠.”
여성을 향한 차별적인 시선에 대해 자주 목소리를 냈던 그도 최근에는 바뀐 시대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했다. “세상은 여자가 바꾸고 있잖아요. ‘여성’이라는 단어를 제 앞에 세우는 게 늘 자랑스럽다고 생각했어요.”
‘하하하쏭’ ‘매직카펫라이드’같은 신나는 밴드음악이 자우림의 한 축이라면, ‘샤이닝’ ‘낙화’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 청춘의 우울과 불안을 담은 곡들이 다른 한 축을 차지한다. 누군가는 그들의 음악이 ‘외톨이들의 마음을 달래준다’고도 하고 ‘자신의 삶을 구했다’고도 말한다. 그는 “누구에게는 치유가 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어쩌면 (치유가) 나의 소명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지난해 12월 발매된 자우림의 정규 12집 <라이프!>에 대해 ‘어떻게 30년 동안 중2병 감성을 유지하는거지’라는 반응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김윤아는 “사람들이 우울, 불안 등의 감정이 담긴 걸 ‘중2 감성’ 이라 부르는 이유는 많은 성인들이 여전히 그 감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청년들이 너무나 살기 어려운 시대가 됐고, 결혼은커녕 자아실현도 어려운 상황이 사람들의 마음을 ‘중2병’에 머무르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곡을 작업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소셜미디어에서 다른 이들의 인생을 배우고 팬분들과 많이 대화하려고 노력한다”며 “곡을 쓸 때마다 내면의 동굴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중2 감성’이 나오는 건 내가 ‘오타쿠’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데뷔 30년 차를 맞은 자우림은 최근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방식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11일부터는 자우림의 자체 콘텐츠 <자우림씨 외 2명>을 시작했다. ‘페이크 다큐’의 형식의 콘텐츠로, 이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격없이 망가지며 의외의 웃음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음악은 내 방식을 고집하지만, 그 외에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알았던 게 다가 아니라는 걸 느끼고 있다”며 “토크쇼 등 여러 방식을 고민했지만, 엄격하고 진지한 이미지를 좀 내려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를 흉보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비웃는 블랙코미디를 할 수 있는 게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김윤아는 어머니이기도 하다.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을 때 ‘저 사람이 애 낳고 활동했으니까 나도 할 수 있을 거야’에서 ‘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아이를 갖는 것은 쉬운 결정도, 모두가 해야 하는 일도 아니지만 그런데도 아이를 갖고 싶은 여성 뮤지션이 있다면 ‘당신은 아이를 사랑으로 양육하면서 음악도 사랑으로 잘 키워나갈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인터뷰의 끝에서, 다시 ‘세상’ 이야기를 꺼냈다. “미친여자가 세상을 바꾼다고 하잖아요. 우리 함께 많이 사랑하고 많이 분노하고 힘껏 소리 지르고 존엄한 인생을 꾸려나갑시다.” 자우림은 올해도 그다음 해도, 음악과 공연을 통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김윤아는 “자우림의 음악이 어떻게 변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죽을 때까지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series/articles/ac342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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