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 대통령 글 기뻤다···한국서 증언할 기회 달라” 가자지구 생존 어린이들의 목소리

나는 여기 있어요... 파괴 속에서도
슬픔과 불길 위를 걷지만
내 집은 이제 잿더미가 되었지만
내 마음은 부서지지 않았어요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나를 부르시고
아버지는 내 밤하늘의 별이 되셨지만
내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온 세상에 내 이야기를 전할 거예요
- 가자 지구 전쟁 피해 생존 아동 단체 ‘생존자의 메아리’ 소속 함자 무함마드 라마단(15)의 시
2년 넘게 전쟁이 이어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글과 그림 등을 통해 전쟁과 학살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는 어린이들이 있다. 아이들은 잃어버린 집과 가족과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썼고, 상실과 희망을 표현하는 시를 적었다. 흰 비둘기, 팔레스타인 국기, 파란 하늘 아래 있는 자신들을 그렸다.
‘학살 생존자’인 동시에 ‘전쟁 범죄 목격자’인 이 어린이들은 전쟁피해 생존아동 단체인 ‘생존자들의 메아리’에서 활동 중이다. 이 단체는 최근 팔레스타인 장기 수감자 나엘 바르구티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며 국내에서 주목받았다. 이 대통령이 이스라엘 전쟁 범죄를 언급한 SNS 게시물을 본 뒤 “위로를 받았다”며 보내온 편지였다.
경향신문은 지난 16~19일 나흘간에 걸쳐 이 단체의 미디어 컨설턴트 무함마드 라마단 알암리티(40)씨와 서면 인터뷰했다. 알암리티는 “(이 단체는)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목격한 학살과 인권 침해를 직접 이야기해야 한다는 절박한 필요에서 출발했다”며 “국제무대에 가자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전쟁을 직접 목격한 생존 어린이들의 증언을 통해 국제 법정에서 책임자들을 추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4111041001

생존자들의 메아리는 지난 2월 설립됐다. 나이대는 6세에서 18세까지 다양하다. 살던 집이 파괴돼 오갈 곳이 마땅찮은 아이들은 난민촌이나 텐트, 임시대피소에 모여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고 있다.
아이들은 가자 지구의 현 상황이 “모든 면에서 혹독하다”고 말한다. 가자 지구 사회개발부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쟁으로 인해 6만4616명의 어린이가 고아가 됐다. 가족과 친척 30명을 잃은 시합 알딘 무함마르(13)도 그 중 한 명이다. 알암리티는 “축구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평범한 소년이었던 무함마르의 집이 폭격돼 직계 가족과 친척 30명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교육 여건도 열악하다. 알암리티는 “텐트나 파괴된 건물을 학교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읽기, 쓰기, 산수와 같은 기초 수업과 그림 그리기 등을 진행하지만 폭격이나 불안정한 치안 상황으로 수업은 자주 멈춘다”고 전했다. 그는 “그래도 아이들은 땅바닥이나 간이매트에 앉아 뭐든 더 듣고 배우고자 눈을 밝힌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스스로를 ‘단지 전쟁에서 살아남은 아이’가 아니라 “반드시 세상에 전달돼야 할 진실의 메아리”라고 생각한다. 이 대통령 등 세계 지도자들에게 편지를 쓰며 상황을 알리고 있는 이유다.
알암리티는 “이 대통령이 올린 글을 보고 매우 기뻤고, 동시에 가자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세계 인류의 양심에 전달하고자 했다”며 “(공개 서한은) 진실한 어린이의 목소리가 어떤 정치적 연설보다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의 완전한 중단, 어린이와 민간인 보호, 인도주의 지원 물자 반입, 학교 재개 등이 있다면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국제 사회가 도덕적이고 인도주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의 메아리는 경향신문에 가족 16명을 잃은 라마 아드함 아이드(15)의 새 편지도 보내왔다. 아이드는 45초 분량의 영상편지를 통해 “저와 가자 아이들을 대신해 정의의 편에 서준 (이재명) 대통령과 한국 국민께 감사하다”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가서 가자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세상과 여러분께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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