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오늘은 폭락이 맞는데, 왜 오르지"...뉴스만 보다 아무것도 못 샀다 [개미의 세계]

[파이낸셜뉴스] 김미정씨(37·가명)는 오늘도 아침 출근길에 스마트폰을 눈이 빠지게 들여다봤다. 지난 밤 뉴스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지난 20일 , 첫 번째 탭에는 미국이 개전 이후 처음으로 이란 선박을 나포하는 등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는 기사가 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만만에서 이란 선박을 나포했다"고 올렸으며, 이란 측은 즉각 "휴전 협정 위반"이라며 반발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조치에 나선 이후 무력을 사용한 첫번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 탭은 국제 유가 소식이다. 5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이 배럴당 90.01달러로 전장 대비 7.35% 뛰어올랐고,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김씨가 출근하던 오전 8시 전장 대비 6.14% 급등한 배럴당 95.93달러까지 올라갔다.
세 번째 탭에는 원·달러 환율을 검색한 기록이 담겨있다. 점심 먹고 돌아와 확인한 환율은 1475.10원을 기록 중이다. 네 번째 탭에는 SK하이닉스가 오는 23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는 뉴스가 떠 있고, 다섯 번째 탭은 포털 사이트의 종목 토론 게시판이다.
줄줄이 이어지는 기사와 각종 게시글을 눈으로 훑어보던 김씨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오늘도 SK하이닉스에 입성하기에는 좋지 않는 날'이라고 판단했다. SK하이닉스가 조정을 받으면 들어가려고 기다리던 그는 월요일부터 또 한숨을 쉬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전일 보다 3만9000원, 3.46% 오른 116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는 스스로를 '공부하는 개미'라고 생각한다. 경제 유튜브를 챙겨보고, 증권사 리포트도 찾아 읽는다. 증시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각종 관련 기사들도 빼놓지 않고 읽고, 투자 커뮤니티도 매일 들어간다.
처음 주식을 시작한 2년 전, 김씨는 매일 "몰라서 못 샀다"며 후회를 반복했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보자며 주식 공부를 시작한 건 남들 다 산다길래 따라 샀던 주식이 그야말로 '폭망'한 직후부터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더 못 사게 된 것이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올라 증시에 악재다. 그런데 코스피는 강보합이다. 이란 협상이 결렬됐는데 SK하이닉스는 오르고 삼성전자는 내린다. 코스피 전고점이 목전인데 여기서 사면 고점 추격인가, 아니면 신고가 돌파 시 더 오를 것인가. 뉴스마다 다른 말을 한다. 증권사 전망을 아무리 봐도 좀처럼 확신이 들지 않는다.
'공부하는 개미' 김씨는 코스피가 2000선에서 6000선까지 급등하는 불장에서 아무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투자 심리학에서는 이를 '분석 마비(Analysis Paralysis)'라고 부른다. 정보가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결정을 못 하게 되는 현상이다. 김씨가 딱 그 상태다.
물론 정보를 아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모든 정보를 동등하게 취급할 때다. 유가 뉴스, 환율 뉴스, 협상 뉴스, 실적 뉴스가 동시에 쏟아질 때 초보 투자자는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가중치를 매기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모든 변수가 다 중요해 보이다 보니 결정이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해법은 단순하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투자 원칙을 먼저 세우고, 그 원칙에 맞는 정보만 골라 보라고 조언한다. 원칙 없이 정보를 모으면 정보가 결정을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는 망설이다 다시 스마트폰을 들고 뉴스를 검색한다. 아홉 번째, 열 번째 탭이 열리고 또다시 뉴스가 쏟아진다. 새로고침을 반복하는 사이, 김씨의 투자 원칙은 다시 혼란 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리고 수익은 또다시 멀어져만 간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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