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청보리밭-철쭉으로 물든 성곽… 곳곳마다 ‘봄의 색’ 선명하네

박영민 기자 2026. 4. 21. 04:3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감만족 남도여행]고창으로 떠나는 ‘삼색 여행’
학원농장, 60ha 규모로 사진 명소…내달 10일까지 청보리밭 축제 개최
고창읍성 외곽엔 선홍빛 철쭉 만개…500년 노송 감상하며 산림욕 가능
종묘 정전서 영감 ‘황윤석도서관’…갈색빛 목구조로 포근하게 독서
전북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에 청보리와 유채꽃이 만개한 가운데 관광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곳에서는 다음 달 10일까지 ‘봄의 기억, 길 위에 남다’를 주제로 축제가 진행된다. 고창군 제공
향긋한 봄 내음과 초록의 물결이 넘실거리는 계절이 왔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이 기지개를 켜듯 자연도 서둘러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초봄의 여유를 만끽할 시간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봄꽃의 향연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이들은 아쉬움이 크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고 봄의 정취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전북 고창군이다. 고창에 가면 싱그러운 초록의 향연이 펼쳐지는 ‘청보리밭’과 붉은빛 철쭉으로 둘러싸인 500년 역사의 ‘고창읍성’, 종묘 정전을 닮은 갈색빛 ‘고창 황윤석도서관’까지 보고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새봄 고창으로 3색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광활한 대지… 끝없이 펼쳐진 ‘초록’ 물결

고창군 공음면에는 학원농장이 있다. 학원농장은 경관농업을 중심으로 한 관광농원이다. 계절에 따라 수십만 평의 대지가 옷을 갈아입는다. 봄에는 청보리와 유채꽃, 여름에는 해바라기와 백일홍, 가을에는 메밀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겨울에는 드넓은 설국이 장관을 이룬다.

봄철 초록빛 청보리와 노란 유채꽃으로 뒤덮인 63㏊의 드넓은 대지는 곳곳이 인생 사진 명소다. 길을 걷다 멈춰 카메라를 들기만 하면 특별한 촬영 기술이 없어도 좋은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드라마 ‘도깨비’와 ‘폭싹 속았수다’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학원농장에서는 봄마다 청보리밭 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23회째다. ‘봄의 기억, 길 위에 남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다음 달 10일까지 이어진다. 축제 기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4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축제는 예년보다 한층 다채롭게 구성됐다. 드넓게 펼쳐진 청보리와 유채꽃을 감상하는 데서 나아가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녹색 쉼터에서 잠시 쉬는 여유’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보리밭 안에 작은 무대를 마련해 클래식 공연과 고창 농악, 버스킹 등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다양한 공연이 이어진다.

청보리밭 방문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됐다. 1만 원의 주차 요금을 ‘고창사랑상품권’으로 전액 환급해 준다. 방문객은 사실상 무료로 주차장을 이용하면서 환급받은 상품권을 축제장 먹거리 장터는 물론 고창군 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외지 관광객의 소비가 지역경제로 직접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과거를 지킨 성, 철쭉으로 물들다

전북 고창군 고창읍 고창읍성이 철쭉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성은 1453년 왜구 침입을 막기 위해 백성들이 힘을 모아 만들었다. 고창군 제공
고창군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도시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다. 이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는 고창읍성이 꼽힌다. 고창읍성은 ‘모양성’으로도 불리며 1453년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백성들이 힘을 모아 쌓은 성이다.

고창읍성에서는 잘 알려진 전설도 전해진다. 손바닥만 한 돌을 머리에 이고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릿병이 낫고, 두 바퀴를 돌면 무병장수하며, 세 바퀴를 돌면 ‘극락왕생’한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매년 10월 열리는 모양성제를 찾은 방문객들은 작은 돌을 머리에 이고 성벽을 도는 답성놀이를 즐긴다.

고창읍성은 건립 당시 옥사와 동헌, 객사 등 관아 건물 22동이 들어서 있었다. 전란을 거치며 대부분 소실됐지만 현재는 절반 이상이 복원돼 과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의 고창읍성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성곽 안쪽에서는 500년 이상 된 노송을 감상하며 산림욕을 즐길 수 있고, 바깥쪽에는 알록달록한 철쭉이 피어나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성곽 위에서 내려다보는 고창읍 시가지 풍경도 빼놓을 수 없다.

고창읍성 주변에는 최근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개관한 고창 신재효 판소리박물관과 신재효 판소리공원, 전봉준 장군 동상 공원 등 대표적인 문화시설이 모여 있다.

기존 도서관은 잊어라… 웃음·셔터음 가득

지난해 전북 고창군 고창읍에 문을 연 ‘황윤석도서관’ 내부 모습. 세계유산인 종묘 정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고창군 제공
지난해 말 고창군 고창읍에는 또 하나의 명소가 문을 열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 황윤석(1729∼1791년)의 이름을 딴 ‘황윤석도서관’이다. 인구 5만 명 규모의 소도시에 들어선 이 도서관은 주말이면 전국에서 찾은 방문객들로 붐빈다. 인기 비결은 아름다운 건축미에 있다.

이 도서관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정전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졌다. 한국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목구조 도서관이다. 나뭇가지가 뻗은 듯한 천장 구조 덕분에 도서관이 아닌 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때문에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은 “도서관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고 고창군 관계자는 전했다. 목구조가 주는 포근함과 앉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도 매력이다.

지식의 산을 쌓아 올린 듯한 북마운틴 서가와 2층에서 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식 열람석, 서고와 복도 곳곳에 마련된 독서 공간도 눈길을 끈다. 특히 유아 서가에는 낮은 책장과 넉넉한 쿠션, 소파와 카펫을 배치해 아이들이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청보리밭과 고창읍성을 둘러본 뒤 지친 몸을 쉬게 하며 재충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고창 여행을 계획하는 방문객이 알아두면 좋은 제도도 있다. 여행 경비의 최대 50%를 환급해 주는 ‘고창반띵여행’이다. 고창 인근 정읍·부안·장성·영광을 제외한 지역 주민이 고창에서 숙박하거나 식음·체험시설을 이용하면 사용 금액의 최대 50%를 모바일 지역화폐로 돌려준다.

최대 환급 한도는 1인 10만 원, 2인 이상 단체 20만 원, 가족 50만 원, 19∼34세 청년 14만 원이다. 환급금은 연말까지 고창군 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 ‘고창반띵여행’ 홈페이지를 통해 여행 하루 전까지 사전 신청한 뒤 여행 후 방문 사진 등을 첨부해 환급을 신청하면 된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