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에이스 보쉴리 돌풍…‘투심의 마법사’ 외인 다승왕, 저주 풀어낼까

구위 대신 절묘한 볼 배합
주무기 투심으로 범타 유도
구단 첫 외인 타이틀 배출에
가을야구 키플레이어 기대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KT전. 한화 4번 타자 노시환은 1·3·5회말 2사 후 득점권 찬스마다 고개를 숙였다. 스트라이크존에 걸린 듯한 몸쪽 공에 힘차게 스윙을 돌렸으나 헛돌거나 파울이 됐다. 실제 포수 미트에 잡힌 투구는 깊게 몸쪽으로 들어간 볼이었다. KT 선발 케일럽 보쉴리의 춤을 추는 듯한 투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KT가 ‘가을 야구’ 재도전을 향한 강력한 동력을 얻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경력의 보쉴리가 시즌 초반 외국인 에이스로 존재감을 보여준다.
보쉴리는 지난 18일 수원 KT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산발 7피안타 4사구 없이 4탈삼진 2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개막 후 4경기에 등판해 4승을 따냈다.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총 23이닝(2실점)을 던지며 볼넷은 단 5개만 내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인상적이다. 탈삼진은 21개를 기록했다. 21피안타를 내줬지만 피홈런은 제로, 2루타 이상도 3개밖에 허용하지 않으며 장타 억제력도 돋보인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13, 평균자책 0.78로 흠 잡을 곳 없는 경기력이다.
보쉴리는 이날 5회까지 무자책점 투구를 이어가며 KBO리그 데뷔 후 22이닝 연속 무자책점 기록을 세웠다. 외국인 투수 데뷔 후 최다 기록으로, 종전은 2023시즌 NC 에릭 페디의 17이닝이었다. 국내 선수 포함 최다 기록은 2002년 현대 조용준의 29.2이닝이다. 다만 6회초 무사 2·3루에서 안치홍과 트렌텐 브룩스에게 연속 적시타를 허용하며 기록은 멈췄다.
보쉴리는 구위형 투수가 아니다. 포심 평균 속도는 최고 150㎞ 수준으로 빠르지 않지만, 제구와 다양한 구종을 활용한다. 포심, 투심, 커터, 커브, 체인지업, 스위퍼 등으로 스트라이크존을 적극 공략하며 완급 조절이 뛰어나다.
투수 출신 이강철 감독은 “자신을 잘 알고 던지는 투수”라고 평가했다. 190㎝ 장신이지만 체형이 날씬해 압도적 구위 대신 볼 배합과 템포로 승부한다.
포심 사용 비율은 4%에 불과하고, 핵심은 41%를 차지하는 투심이다. 투심 피안타율은 0.171, 인플레이 비율은 41%다. 헛스윙 유도는 높지 않지만 움직임이 좋아 범타 유도에 강점이 있다.
투심을 경계하는 타자들과의 수 싸움에서도 앞선다. 투심과 비슷한 궤적으로 더 느리고 종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 우타자 바깥쪽으로 빠르고 짧게 꺾이는 커터, 횡으로 크게 빠지는 스위퍼로 타이밍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다. 제춘모 투수 코치에게 배운 체인지업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구종별 헛스윙률은 스위퍼(40%), 체인지업(32%), 커브·커터(각각 31%) 순이다.
비교적 탄탄한 토종 선발진을 갖춘 KT는 외인 에이스 갈증이 컸다. 지난 두 시즌 외국인 투수 부진에 시달렸고, 마지막 10승 투수는 2024시즌 웨스 벤자민(11승 8패 평균자책 4.63)이었다.
KT는 10개 구단 중 다승왕을 배출하지 못한 유일한 팀이다. 15승을 기록한 2020시즌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2023시즌 벤자민이 외인 최다승이다. 보쉴리의 초반 활약은 KT의 기대치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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