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취업 실패가 30대로 이어지고, AI 경험 없어 경력직도 소외

김승현 기자 2026. 4. 21.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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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도 “그냥 쉽니다”
2026년 4월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모습. /장련성 기자

서울에 사는 이모(31)씨는 지난해까지 중견 기업에서 광고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다가 고루한 사내 분위기와 낮은 임금에 직장을 관뒀다. 이직 자리를 찾고 있지만 연봉이나 근무 여건이 눈높이에 맞는 곳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불경기와 AI(인공지능) 활용으로 기업들이 가장 먼저 줄이는 분야가 광고, 마케팅이어서 이직이 쉽지 않다”며 “완전히 분야를 바꿔 AI 교육을 받아볼까도 했지만 어차피 프로그래머들도 취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 취업난이 20대를 넘어서 30대까지 번지고 있다. 신규 채용 감소에 따른 구직 경쟁으로 구직 연령대가 30대로 밀리는 게 1차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AI 확산 등으로 기존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마저 줄이는 추세도 30대들의 취업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30대의 고용 공백을 막을 신산업을 키워내지 못할 경우 내수 위축과 생산성 저하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첫 직장 구직, 30대까지 넘어가

올해 1분기(1~3월) 일자리 밖 30대(실업자·취업 준비생·쉬었음)는 64만4000명이었다. 1분기 기준 2021년(66만6000명)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다.

우선 채용 축소·취업 기간 증가로 20대 중후반에 취직하지 못한 이들이 30대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올해 3월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신입 채용 공고 데이터를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한 결과, 전체 공고 수는 작년 1438건에서 올해 791건으로 약 45%(647건)나 줄었다. 청년들이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도 길어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청년들이 학교 졸업 후 첫 취업까지 평균 소요 기간이 2021년 10.1개월에서 2025년 11.3개월로 4년 사이 1.2개월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미취업 20대 일부가 30대로 넘어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이렇게 취업이 늦어진 30대는 20대보다 정규직 취업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했다.

과거 30대들이 대거 뛰어들던 일자리였지만 이제는 근무 여건이나 연봉 등이 만족스럽지 못해 외면당하는 직종도 있다. 대표적인 게 보험 설계사다.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2000년 보험 설계사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남자는 30~35세(30.9%), 여성은 35~40세(21.2%)였지만, 2024년에는 남녀 모두 60세 이상으로 변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도 30대들을 설계사로 교육시키는 비용과 비교했을 때 수익이 적어 많이 뽑지 않는다”며 “여전히 대면 영업과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업무 특성상 지금의 30대가 선호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기업들, 30대 중후반 경력직 채용 주저

AI 확산 등으로 대기업이 30대 중후반 나이대의 경력직 직원 채용에 주저하는 것도 30대 구직난을 가중시키는 주 요인 중 하나다. 삼성·SK·현대차 등 국내 10대 그룹은 올해 5만1600명을 뽑겠다고 밝혔지만 이 중 66%(3만4200명)가 신입 채용이다. 적잖은 기업이 AI를 잘 활용하는 인재 선발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상황인 만큼, 제대로 AI 관련 경력을 쌓지 못한 채 이미 30대 중반 언저리로 접어든 경우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30대가 주축인 소위 ‘중니어(주니어와 시니어의 중간)’에 대한 기업들의 선호도도 높지 않은 편이다. HR테크 기업 원티드랩이 지난해 말 국내 기업 153곳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꼴로 4~7년 차(49.7%), 1~3년(19.6%)을 집중적으로 뽑겠다고 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나이다. 8~11년 차(17.6%)와 신입(12.4%), 12~15년 차(0.7%)에 대한 선호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전문가들은 30대의 고용난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사회·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제언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30대의 고용 불안 심화는 결혼과 출산 지연으로 이어져 내수 위축과 인구 구조에도 영향을 줘 한국 경제의 만성적인 저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AI 직업 훈련이나 경력 전환 프로그램 등을 통해 30대들의 구직 및 인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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