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천성산 ‘불지’ 실체 재조명...20년 연구 결실 ‘불지’ 출간
신성한 연못 위치 추적 복원


성범중 교수는 최근 저서 (도서출판 통도·318쪽)를 통해 조선 시대 선비들의 수행과 사색의 공간이었던 '불지'의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이 책은 조선 후기 문집과 기행문, 한시 등에 산재해 있던 불지의 기록을 추적하고 저자가 직접 천성산 현장을 답사하며 문헌 속 공간을 현실로 끌어올린 연구의 산물이다.
책은 1부 총설, 2부 천성산과 불지 개관, 3부 천성산 및 불지 관련 기록과 증언, 4부 불지 관련 한시, 5부 불지 주변의 석각 문자, 6부 후일담 순으로 구성됐다.
불지는 과거 불가(佛家)에서 신성시되던 연못으로 조선 시대 문인과 선비들이 천성산을 유람할 때 반드시 찾던 명소였다. 이들은 이곳에서 시를 짓고 학문을 논하며 마음을 가다듬었으나 근대 이후 정확한 위치가 잊히면서 점차 전설 속의 장소로만 여겨져 왔다.
성 교수는 추사 김정희를 비롯한 당대 지식인들의 기록을 샅샅이 뒤졌다. 문헌마다 지형 묘사가 다르고 상징적인 표현이 많아 실제 장소를 특정하는 데 어려움이 컸으나 20여년간 문헌과 현장을 끊임없이 교차 검증하는 탐색 끝에 불지의 윤곽을 복원해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불지를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닌 불교적 성지와 유교적 수양 문화가 결합된 '문화적 상징'으로 조명한다. 책에는 불지에 얽힌 신비로운 전설과 산중 공부 전통, 그리고 당시 지식인들이 남긴 생생한 시문들이 수록되어 천성산과 통도사 문화권의 역사적 깊이를 새롭게 증명하고 있다.
성 교수는 "이 작업은 단순히 사라진 연못을 찾는 과정을 넘어 조선 선비들이 자연을 바라보며 사유했던 세계관을 오늘의 시선으로 되살리는 문화적 복원 작업"이라며 "단순한 지역 연구를 넘어선 문학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성범중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한국한문학을 전공하고 한국한시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저·역서로 등이 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