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일의 기다림 두 손부터 모았다

주민규 대안으로 울산 입성
지난 시즌 기대 이하 활약
7개월 만의 득점포 가동 후
미안함에 팬들에 고개 숙여
그간 부진 마음의 짐 덜고
남은 시즌 슈퍼 조커 기대감
골을 넣고도 허율(25)은 웃지 않았다. 두 손을 가슴께로 모은 채 고개부터 숙였다.
지난 19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8라운드 광주FC전 후반 44분. 교체로 들어온 허율이 왼발 감아차기로 슛을 꽂았다. 울산이 광주를 5-1로 완파한 이날 팀의 네 번째 골이자 허율 본인에게는 지난해 9월 13일 포항 스틸러스전 헤더 골 이후 218일 만의 K리그 득점이었다. 193㎝의 장신 스트라이커는 환호 대신 처용전사(울산 서포터즈) 쪽으로 달려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1월 울산이 허율을 영입한다고 발표했을 때 기대는 컸다. 리그 3연패 주역 주민규(36)가 대전으로 떠난 자리를 메우고 공격진 세대교체까지 한 번에 풀어내려는 카드였다. 장신에 왼발을 주발로 쓰는 데다 헤더, 제공권, 발재간, 스피드를 두루 갖췄다. 이정효 감독 체제의 광주에서는 공격수뿐 아니라 센터백으로도 뛰었다.
시작은 좋았다. 지난해 2월 23일 공교롭게도 주민규가 옮겨간 대전을 원정에서 무너뜨리는 이적 후 데뷔 골을 터뜨렸고, 3월 9일 안방 제주전에서는 머리와 왼발로 멀티골을 넣어 K리그1 4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이후 거짓말처럼 득점포가 멎었다. 5월 30일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코리아컵 광주 원정 경기 도중 경합 과정에 팔꿈치를 사용한 것을 두고 퇴장성 반칙으로 판단해 허율에게 2경기 출장 정지를 내렸다. 9월 포항전 헤더 골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청두 룽청전 결승골로 잠시 숨통이 트였지만, 리그 득점포는 이내 다시 멎었다. 감독이 김판곤, 신태용을 거쳐 김현석 체제로 바뀌는 동안 전방 경쟁은 말컹, 야고가 가세하며 치열해졌다. 2026시즌에도 광주전까지 허율은 한 번도 선발로 나서지 못했고, 리그 기록은 6경기 48분 출전 1골에 그쳤다.
이날 봉인을 푼 득점 장면은 허율이 단순한 피지컬 원툴이 아니라는 점을 드러냈다. 왼쪽에서 이동경이 광주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며 오른쪽 수비를 끌어당겼고, 반대편에서는 페드링요가 오른쪽 사이드로 빠져나가며 수비수들의 시선을 흐트러뜨렸다. 허율은 공을 잡자마자 바로 차지 않았다. 상대 수비가 좌우로 벌어져 골문 앞 공간이 열릴 때까지 한 박자를 기다렸다. 그리고 왼발을 휘둘렀다. 감아 찬 슈팅이 그대로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높이와 몸싸움뿐 아니라 전술 이해도, 위치 선정, 타이밍 감각까지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날 시즌 첫 리그 선발에 나선 말컹은 체중을 13㎏ 넘게 감량한 뒤 2골 1도움으로 부활을 알렸다. 다만 구단은 최근 선발 자리를 지켜온 야고가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빠졌다고 설명했다. 말컹과 야고의 주전 경쟁이 이어지는 구도에서 허율의 활용법은 두 갈래다. 에이스의 체력 관리와 경기 흐름 조절을 위한 로테이션, 백업 카드로 쓰거나, 뒤지고 있는 후반 승부처에서 말컹과 트윈 타워를 이뤄 제공권을 극대화해 득점을 노리는 공격 카드로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날도 허율은 말컹이 빠진 자리에 들어가 네 번째 골을 터뜨렸다.
광주전 5-1 대승으로 울산은 선두 FC서울과의 격차를 승점 3점 차로 좁히며 2위(5승 1무 2패·승점 16)를 굳혔다. 그간 부진으로 인한 마음의 짐을 덜어낸 허율이 각성하면 말컹 부활과 맞물려 울산 하반기 공격력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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