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서승만 등 ‘코드 인사’에… 문화예술계 “우리가 깍두기냐”
분노하지만, 예술가적 위트 잃지 않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유일한 정책 연구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는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원장, 수준 높은 전통·창작 공연을 육성하고 무대에 올려온 유서 깊은 국립정동극장엔 인정 받을만한 공연 경력이 거의 없는 개그맨 출신 서승만 대표이사와 모델·배우 출신 장동직 이사장, 해외 한국어 교육이 주된 역할인 세종학당재단에는 근대 한국사 연구자인 전우용 이사장…. 최근 문화예술 관련 ‘코드 인사’ 논란이 잇따르면서 현장 예술인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19일 연극·음악·무용 등 각 분야 현장 예술인 479명이 발표한 ‘현장 예술인들이 묻는다, 예술에 미래는 있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서에는 248명의 익명 및 실명 코멘트가 담긴 ‘카드 뉴스’가 별첨 자료로 함께 전달됐다. 이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카드 뉴스에 담긴 현장의 생생한 민심을 소개한다.
◇“문화예술 인사가 코믹 호러?”

참담한 상황에서도 예술가다운 위트를 잃지 않는 코멘트들이 눈에 띈다. “아무렇게나 하려면,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마라”(김주열), “내가 지금 써야 할 글이 얼마나 많은데 문화예술기관장 인사 규탄 글까지 쓰게 하냐”(전성현), “예술계 인사는 뭐 깍두기요? 맨날 뭐 좀 유명하면 자리 줍니까? 주식 유튜버 재정경제부 장관 시키고, 기부천사 연예인 복지부 장관 시킬 거 아니잖아요”(예술인), “문화는 예능이 아니다”(예술인) 같은 말들이 나왔다.
“‘지금이 최악이다’라고 말 할 수 있다면, 아직 최악이 아니다. 더 험한 것이 온다. 문화예술계 기관장 인사는 왜 코믹 호러물이 되었나?”(화림), “전문가가 아니어도 기관장을 할 수 있다면 저도 내일부터 삼성서울병원으로 출근하겠습니다. 수술은 현장에서 배우죠 ^^”(전인철), “문화예술은 그대들의 잔칫상에 올라간 안주가 아니다. 문화예술기관장 나눠먹기 중단!” (윤인혁) 등도 그렇다.
◇“문화가 정치의 전리품이냐”
좀더 직접적으로 정권과 정부를 비판하는 코멘트들도 많았다. “문화예술 생태계를 파괴하는 이재명 정부는 반성하라”(김미도), “문화예술계를 테러하는 낙하산 인사 철회하라”(예술인), “문화예술의 운영은 전문가가 해야 한다. 정치가와 정치적 협잡, 부역은 사양한다”(퍼포먼스온), “이재명 정부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은 천박하고, 태도는 뻔뻔하다”(이동민), “더 이상 예술을 정치의 놀이터로 만들지 마라! 우리에겐 생존이고 문화의 역사이다”(lee대장), “국민 주권 정부를 자처하며 철저히 외면한 예술 주권! 그만 돌려주시죠”(예술인), “이번 인사는 참사 수준입니다. 문화는 권력의 전리품이 아닙니다”(김동현) 등이 그렇다.
“낙하산은 한 자리가 아니라 한 분야의 미래를 망칩니다. 전문성 없는 자리에 남을 전문가는 없습니다. 직함은 임명할 수 있어도, 신뢰는 임명할 수 없습니다. 현장을 모르는 수장이 현장을 대표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김민솔)는 말도 나왔다.
“이런 식의 인사라면 문화예술계를 하찮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심을 살 뿐더러, 어떤 계획이나 비전도 없는 정부로 인식될 뿐입니다. 한숨만 나옵니다”(김수희), “예술을 무시하는 정부는 미래가 없다”(전윤환)는 지적도 있었다. “문화예술계가 한 자리 주는 한직입니까?”(구양봉), “여기도 낙하산, 저기도 낙하산, 공정과 정의와 상식은 어디에서 볼 수 있는 건가?”(예술인), “문화를 경시하는 인사. 문화정책을 가볍게 보기 때문에 아무나 해도 된다고, 쉽게 인사 결정을 하는 거 아닌가요?”(김연재) 같은 한탄 섞인 질문들도 있었다.
◇“예술을 아는 사람과 일하고 싶다”

더 이상 동의하기 힘든 인사 참사로 문화예술의 근간을 흔들지 말라는 간절한 호소의 글들도 많았다. “후배들에게는 세상이 이렇게 부당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면지), “우리 다음 세대에게 또 잃어버린 시간을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강소라), “정치적 힘으로 예술 생태계를 흔들지 말아주세요”(예술인), “예술가는 예술을 아는 사람과 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방혜영) 같은 호소가 그렇다.
너무도 당연한 말을 하기 위해 달래듯 설득하는 말들도 눈에 띄었다. “예술 행정은 정치의 셈법이 아니라, 현장의 전문성이 닿아야 할 공공의 영역입니다”(양근애), “현장과 단절된 인사가 예술가들의 창작 환경을 무너지게 합니다”(이오진), “문화예술의 미래가 정치적 보은이 아니라 현장의 전문성과 책임, 그리고 예술에 대한 진정한 존중 위에서 다시 세워지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신재훈) 같은 표현이 그렇다.
예술가들은 단순한 사과가 아니라 인사 철회를 촉구했다. “예술계 내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딱히 행정 능력도 없는데 대체 왜 인사 강행을 하시는 걸까요? 문화예술을 죽이는 첫번째가 바로 이런 자격 미달 인사입니다. 현장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인사 철회해주십시오!”(이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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