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주 물류센터 참사, 사쪽 대화 거부가 부른 것 아닌가

한겨레 2026. 4. 2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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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편의점 씨유(CU)의 진주 물류센터 앞에서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던 화물연대 조합원이 회사 쪽 대체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에 따라 '진짜 사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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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20일 경남 진주시 정촌면 비지에프(BGF)로지스 진주센터에서 화물연대 관계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사고와 관련해 현장에서 사고 차량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편의점 씨유(CU)의 진주 물류센터 앞에서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던 화물연대 조합원이 회사 쪽 대체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에 따라 ‘진짜 사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노동자의 대화 요구를 외면하고 파업 제압에 몰두했던 원청의 무책임과 사쪽의 편에 서서 노동자 안전을 도외시한 공권력의 안일함이 빚은 참사다.

이번 사고의 일차적 책임은 대체 차량 운행을 강행시킨 비지에프(BGF)로지스(씨유를 운영하는 비지에프리테일의 물류 담당 자회사)와 앞을 가로막는 동료 노동자들을 향해 돌진한 화물차 기사, 조합원들을 막아서며 대체 차량 출고를 도운 경찰에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화물차 기사들의 원청인 비지에프리테일의 교섭 거부다. 화물연대는 주 70시간에 이르는 노동 시간을 줄여달라며 1월부터 일곱차례나 교섭을 요청했다. 비지에프리테일은 중앙노동위원회나 법원의 사용자성 판단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모두 거부했다. 또 지난 5일부터 시작된 파업에 참여한 기사들의 배송 물량을 반으로 줄이고 노조원 11명에게 총 2억원대 손해 배상을 제기하며 노조를 압박했다.

사용자 범위에 대한 법적 다툼의 여지는 있을 수 있다. 비지에프리테일은 비지에프로지스가 화물차 기사들이 소속된 중간 운송사와 위탁 계약을 맺고 있어 직접적인 사용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편의점 화물차 기사는 특수고용노동자면서도 신선식품 품질 관리를 위한 배송지침이나 휴무일과 운송료 등 노동조건을 원청이 정하기 때문에 ‘원청 종속성’이 강하다. 더욱이 중노위·법원의 사용자성 판단이 아직 없다는 이유로 노조의 대화 요구에 이런 공격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도 거리가 멀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진 원청이 교섭에 나설 것을 의무화하고, 노동쟁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도 제한하고 있다. 비지에프리테일이 사용자성을 거부하며 손배소와 대체 인력 투입으로 노조를 옥죄는 것은 법 시행 취지에 배치된다. 비지에프리테일은 이번 사고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물론, 손배소를 철회하고 노조와의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경찰은 차량 운행을 지시한 비지에프로지스 책임자와 사고 운전기사를 철저히 수사해 응당한 책임을 묻는 동시에, 경찰 관련자도 문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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