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버틴 신라 ‘축성 기술’ 베일 벗었다

흙과 돌 교대로 쌓는 ‘토석혼축’·구간별 분업 ‘구획 축조’ 혼용
5세기 중엽 조성된 대구 일대 지배 거점…“2028년부터 복원”
“돌과 흙을 섞어서 아래쪽부터 계단식으로, 둑처럼 쌓은 덕분에 1500여년을 버틴 겁니다.”
20일 대구 중구 달성공원 내 ‘대구 달성’ 남측 성벽 앞에서 (재)대동문화유산연구원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약 20m 높이의 성벽 안쪽 부분에는 경사면과 직각을 이루며 기울어진 채 돌들이 박혀 있었다. 흙으로만 쌓았을 때보다 정교하고 견고한 구조라는 설명에 현장을 찾은 시민 50여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민 이송자씨(68)는 “어렸을 때 물끄러미 바라만 봤던 달성을 실제로 둘러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정교한 구조를 통해 선조들의 지혜도 엿볼 수 있어 좋았다”며 “복원이 마무리되면 가족들과 꼭 다시 찾아와볼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 신라시대 대구지역의 중심 성곽이던 ‘달성’에 대한 첫 학술발굴조사 결과가 약 1년 만에 나왔다. 대구시는 이날 달성 성벽 앞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현장 설명회를 열고 발굴 성과를 알렸다.
대구시에 따르면, 달성은 고대 신라가 대구 일대를 다스리기 위한 치소성(한 지역을 다스리는 치소지를 보호하는 성곽)으로 축조됐다. 이후 조선시대까지 개보수를 거치며 성벽 기능을 이어왔다. 성벽 규모는 너비(하부) 35m, 외벽 높이 17m, 내벽 높이 9m로 확인됐다. 성벽 아래쪽에서 출토된 토기 편과 성곽 축성 기법 등을 볼 때 5세기 중엽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축성 기술도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왔다. 발굴조사 결과 암반층을 고르게 다듬은 뒤 견고성을 높이기 위해 흙과 돌을 용도 및 위치에 맞춰 교대로 다져 쌓는 ‘토석혼축’ 방식이 확인됐다. 성벽 외부에 납작하게 깬 돌을 경사지게 층층이 겹쳐 쌓은 흔적과 약 40㎝ 두께의 점토층으로 마감이 이뤄졌다는 사실도 파악됐다. 특히 먼저 쌓은 성벽 아래쪽을 ‘L’자 형태로 잘라낸 면에서 층층이 경사지게 돌을 쌓아 밀려나는 현상을 막고 하중을 분산시키는 공법이 활용됐다. 연구원 측은 “삼국시대 대규모 토목공사에 해당하는 저수지나 하천 제방, 대형 고분 등에서 활용된 방식”이라면서 “지형의 불리함을 해소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성을 쌓기 위해 대규모 인력이 동원됐으며, 집단별로 역할을 나눈 ‘구획 축조 방식’이 쓰인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경사도가 높은 성곽 내외 벽면의 경우, 너비 2~2.5m 간격으로 구획 경계가 뚜렷했다. 최재현 대동문화유산연구원 자료관리부장은 “(달성이) 신라 월성에 비해 전체 면적은 약 60% 수준이지만 성벽 규모는 비슷하다. 신라가 이 지역을 중시했다는 증거”라면서 “토석혼축이나 구획 축조 등은 전국적으로도 최근 들어 확인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연구 가치도 높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국가유산청과 함께 1500년 넘게 드러나지 않았던 달성의 실체를 확인하고, 복원에 필요한 근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시는 남·북측 성벽 구간 조사를 마치고 달성 부지 내에 있는 동물원이 옮겨가는 2028년부터 복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글·사진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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