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서 손으로, 손에서 마음으로 잇는 수업…‘시청각 장애인’도 선생님 된다

LG상남도서관 점자 강사 양성과정
강의, 구어·수어·촉수화 모두 이용
시청각 장애인 학생 가르치기 목표
“학생이 이해 못한 것을 똑같이 설명하는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반복 학습을 하게 할 수 있을지 추가로 적어주시면 좋겠어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LG상남도서관에서 열린 ‘시청각 장애인 점자 강사 양성과정’ 9회차 수업. 시각장애인 점자 강사 박현하씨가 “잘 쓰셨어요. 전혀 틀리지 않으셨습니다”라고 수강생 김지현씨를 독려한 뒤 새로운 과제를 내줬다. 시청각 장애인 지현씨는 한참 턱을 괸 채 고민하다가 ‘한소네’ 자판을 두드렸다. 한소네는 키보드 크기의 점자정보단말기로 음성과 점자를 출력해주는 기기다.
지현씨와 같이 시청각에 모두 장애가 있는 사람은 전국에 1만여명 분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각·청각과 달리 15가지 장애 유형에 포함되지 않아 교육과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촉각 이외로는 정보 습득이 제한적이라 점자 교육이 필수인데 점자 수업을 하려면 최소 6~7명이 한데 모여야 해 비용·시간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날 LG상남도서관 강의실 직사각형 테이블에는 시청각 장애인 점자 교육을 위해 5명이 모였다. 지현씨, 청각 장애인 촉수화 통역사인 이숙기씨, 현하씨가 일렬로 앉았고 맞은편엔 비장애인 수어 통역사 고경희씨, 점자를 읽는 비장애인 사회복지사 박새아씨가 자리 잡았다.
5명이 한 테이블에 모인 것은 입말(구어) → 수어 → 촉수화로 이어지는 3단계 의사소통 과정이 필요해서다. 현하씨가 입말로 “어렵다고 하시지만 너무 잘하고 계세요”라고 하면, 경희씨가 수어로 이 내용을 숙기씨에게 전달했다. 숙기씨는 다시 수강생 지현씨의 두 손을 맞잡고 촉수화로 “잘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촉수화는 손을 접촉해 촉각으로 대화를 나누는 방법이다.
LG상남도서관이 헬렌켈러센터 등 4개 단체와 협업해 시청각 장애인 점자 강사 양성과정을 개설한 것은 이처럼 여러 사람이 투입돼야 하는 교육 방식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시청각 장애인이 점자를 익힌 뒤 강사가 되면 수강생인 시청각 장애인과 촉수화로 1대1 강의가 가능해진다.
LG상남도서관은 수어, 촉수화 통역사를 거치지 않으면 오역과 비용 모두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본다. 시청각 장애인이 점자 강사로 활동하면 일자리를 얻어 직업재활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박명수 한국점자교육원 강사는 “수어와 촉수화는 구어보다 표현의 가짓수가 적어, 전달한 내용이 통역을 거치며 오역이 나타나기 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 과정 수강생은 현재 4명이다. 새아씨는 “전국에 촉수화로 점자 교육이 가능한 시청각 장애인은 극소수일 것”이라고 했다. 수강생들의 만족도는 높다. 다음달부터 점자 강의 실습에 나서는 지현씨는 “예전엔 그냥 주변에 ‘외우라’고 알려줬는데 점자에도 규칙성이 있다는 걸 배우면서 더 잘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수강생 손창환씨는 “점자를 모르면 감옥 같은 생활을 해야 한다. 시각 장애인분들이 점역·교정사 자격증을 따는 것을 보고 너무 부러웠다”며 “점자를 배우고 한소네를 익히면 모바일 메신저로 ‘아들아, 집에 올 때 통닭 좀 사 와달라’고 할 수 있고 모바일 페이로 송금도 가능하며 인공지능(AI) 사용도 하게 된다”고 했다.
글·사진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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