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엔비디아 주주들이여, 세레브라스 'WSE 단절 제거'를 경계하라

김현우 기자 2026. 4. 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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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스팟(HotSpot)'
세레브라스 거대 칩 등판
기존 파편화 생태계 직격
결함 허용으로 수율 극복
데이터 단절 및 전력 해결
칩을 잘게 쪼개 HBM·인터커넥트 등 '통행세' 구조로 수익을 내온 기존 반도체 생태계에 맞서, 세레브라스 WSE는 단일 웨이퍼 구조와 결함 허용 설계로 수율·전력 문제를 동시에 해소했다. 데이터 이동 자체를 없애 지연·비용을 줄인 '단절 제거' 혁신이 핵심이다. /챗GPT 제작 이미지

번듯한 사옥 하나를 지을 돈이 있던 사장님에게 공간 컨설턴트가 찾아와 속삭였다. "요즘 대세는 유연성입니다. 한 건물에 뭉쳐 있는 건 구시대적이죠. 부서를 쪼개서 여기저기 분산시켜야 트렌디합니다."

귀가 얇은 사장님은 여의도 영업팀·강남 마케팅팀·판교 개발팀을 뿔뿔이 흩어놓았다. 다음 날부터 소통 지옥이 열렸다. 결재 서류 하나 넘기는 데 반나절이 걸린다며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컨설턴트가 빙긋 웃으며 청구서를 내밀었다. "걱정 마십시오. 그래서 저희가 준비한 초고속 화상회의 솔루션과 부서 간 전용 퀵서비스를 정기 구독하시면 됩니다." 회사는 쪼개진 부서들을 연결하느라 막대한 교통비와 통신비를 쓰다 결국 허리가 휘었다.

웨이퍼(Wafer)를 '쪼개 놓고 통행세 받기'가 21세기 최첨단 반도체 업계가 최근 수년간 쏠쏠하게 재미를 본 비즈니스 모델의 민낯이다.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세레브라스가 내놓은 웨이퍼스케일엔진(WSE)이라는 거대한 칩을 두고 기존 반도체 업계가 잔뜩 열을 올리고 있다. 그들은 이 거대한 칩을 향해 "덩치만 큰 미련한 괴물"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며 깎아내리기 바쁘다. 수율·전력·냉각이라는 그럴싸한 산술적 논리 뒤에 숨어 파편화된 칩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창고형 비즈니스를 정당화하려 애쓰는 중이다.

하지만 본질은 숨길 수 없는 법이다. 그들의 '수율과 냉각' 타령은 혁신의 본질을 회피하기 위한 얄팍한 연막탄에 불과했다.
기존 반도체 업계는 칩을 쪼개고 HBM을 끼워 파는 '통행세 장사'를 해왔다. 반면 세레브라스의 거대 칩 WSE는 결함 허용과 단일 구조로 수율·전력 문제를 극복했다. 데이터 이동의 물리적 단절을 없앤 이 혁신은 기존 파편화 생태계를 붕괴시킬 치명적 위협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2024년 8월 4일 대만 타이베이 컴퓨텍스 행사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스스로 치유하는 '괴물' 앞에서 무너진 수율의 성벽

기성 업계가 가장 먼저 들고나온 무기는 '수율'이었다. "저렇게 칩을 크게 만들면 중간에 티끌 하나만 묻어도 전체를 버려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세레브라스는 결함 허용이라는 영리한 아키텍처로 이 장벽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WSE에 탑재된 코어는 97만개지만 이 중 90만개만 활성화한다. 7만개 예비 병력이 대기하고 있다가 한 코어에 문제가 생기면 즉각 우회 경로를 뚫고 대신 일을 시작한다. 아프면 다친 세포를 무시하고 옆 세포가 빈자리를 채우는 단일 유기체의 자가 치유 능력을 구현한 것이다.

게다가 코어 하나의 크기는 엔비디아 H100의 1%(0.05㎟)에 불과하다. 결함이 발생했을 때 버려지는 면적은 고작 2.2㎟로 기존 GPU(361㎟)의 164분의 1 수준이다. 실리콘 활용률은 오히려 93%로 일반 GPU보다 훌쩍 높다. 광속으로 소통하는 거대한 뇌를 만들어 놓고 수율을 운운하던 기성 업계의 조롱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이동 비용을 감춘 '전력과 냉각'의 꼼수

두 번째 딴지는 "너무 커서 열 관리도 안 되고 전기를 잡아먹어 타버릴 것"이라는 걱정을 가장한 저주였다.

그러나 이 역시 촌극에 가깝다. 데이터가 칩 사이를 오가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 거대한 화물 트럭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다. 기성 업계는 칩을 수천 개로 잘게 쪼개 놓고 그 사이를 광케이블로 잇느라 어마어마한 전력을 길거리에 쏟아버리고 있다. 이것이 바로 데이터 이동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은근슬쩍 감춘 속임수다.

반면 WSE 환경에서는 데이터가 칩 밖으로 외출할 일이 없다. 웨이퍼 1장·칩 1개·단일 위상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 부서가 한 공간에 있으니 퀵서비스를 부를 필요도 없고 전화비도 안 든다. 이동이 없으니 전력 낭비·지연·병목 현상도 사라진다. 이 칩의 거대함은 데이터의 물리적 단절을 완전히 도려낸 촘촘한 '지능의 밀도' 그 자체다.
편광 현미경으로 포착한 반도체 다이 단면이다. 중앙의 암청색 코어를 중심으로 무지개빛 간섭색이 방사형으로 퍼져 나가는 구조는 금속 배선층과 절연층이 빛을 굴절·반사하며 만들어낸 물리적 현상이다. 아름답지만 본질은 미학이 아니다. 격자 블록 하나하나가 파라미터가 통과해야 할 감옥 창살이고, 중앙으로 수렴하는 배선망 전체가 곧 지연(latency)의 지도다. 이미지가 아름다울수록 칩 안에서 데이터가 넘어야 할 벽도 많다는 뜻이다. / 해설 = 김현우 기자

기생 경제를 베어버리는 거대한 단칼

기성 업계가 WSE를 그토록 두려워하며 깎아내리려 안달이 난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바로 자신들이 정성껏 구축해 놓은 '기생 경제' 생태계가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다.

칩을 잘게 쪼개야만 HBM도 붙여 팔고 비싼 광케이블도 팔며 이를 연결하는 인터커넥트 칩도 추가로 끼워 팔 수 있다. 그런데 세레브라스의 WSE는 이 모든 부수적인 창고 비즈니스를 한 번에 베어버리는 단칼이다. 퀵서비스 업체와 통신사가 "한 사무실에 모여 일하면 숨 막혀서 안 된다"며 사장님을 설득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크기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 혁신의 본질은 '단절의 제거'에 있다. 기성 업계가 수율과 냉각을 핑계로 애써 현실을 외면할 때 누군가는 판의 위상 자체를 뒤집어버렸다. 파편화된 칩과 통행세 장부에 의존하던 기존의 거물들은 이제 단절 없이 맹렬하게 돌아가는 이 거대한 지능의 밀도 앞에서 스스로 진로를 증명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더 이상 "너무 크다"는 식의 낡은 프레임 하나로 다가오는 거대한 해일을 막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함 허용=시스템 일부에 결함이 발생하더라도 전체 시스템이 다운되지 않고 정상 작동을 유지하도록 설계하는 기술. 스스로 우회로를 찾아 생존하는 방식이다.
☞위상=컴퓨터 네트워크나 반도체 칩 내부에서 회선과 노드 등 구성 요소들이 연결된 구조와 형태다. 공간 배치와 소통 방식을 결정짓는 핵심 뼈대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