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생태계 ‘몸살’ 불 보듯 뻔한데…곤돌라 설치도 ‘그린 워싱’

반기웅 기자 2026. 4. 2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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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남산 곤돌라’ 예상도. 남산 케이블카와 별도로 명동역과 남산 정상을 연결하는 곤돌라 건설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다량 배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 제공

남산 정상~명동 잇는 프로젝트, 설치 과정 다량의 온실가스 배출 불가피
시, 수익금으로 식생 복원 계획 이유 ‘온실가스 배출·감축 혼합사업’ 분류
감축량 예상치는 제시 못해…환경단체 “기후예산제, 단순 분류만 반복”

서울시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예산 편성 과정에 반영하기 위해 도입한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제도’(기후예산제)가 시행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부실한 검증과 부정확한 감축량 산정이 반복되며 형식적 절차에 머물고 있다.

2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2026년 기후예산서에서 ‘지속 가능한 남산 프로젝트’ 사업을 혼합 사업으로 분류했다.

기후예산제는 예산 편성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 영향을 분석해 대상 사업을 감축·배출·혼합·중립 사업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재정 운용에 반영하는데, 혼합 사업은 온실가스 배출과 감축 요인이 혼재된 사업을 뜻한다. 사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저감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배출 사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환경 피해가 적은 친환경 사업으로 인식된다.

남산 프로젝트는 남산 케이블카와 별개로 명동역에서 남산 정상을 잇는 곤돌라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사업 목적은 ‘곤돌라 도입을 통한 접근성 향상 및 주변부 활성화’로 서울시는 올해 남산 프로젝트에 110억7300만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남산 프로젝트는 대형 건설 사업으로 곤돌라 설치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 개발 사업인 만큼 주변 생태계 훼손 가능성도 크다. 기후예산서 작성 지침에 따르면 신규 건물·시설·도로 건설 사업은 온실가스 배출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배출 사업으로 분류한다.

서울시는 남산 프로젝트를 혼합 사업으로 분류하면서 향후 곤돌라 운영 수익을 활용한 식생 복원과 생태 회복이 예상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도 실제 온실가스 감축량은 제시하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곤돌라 설치 공사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산하기 어렵고 식생 보전에 따른 감축량도 계산하기 어렵다”며 “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감축량 예상치 등 미기재한 부분은 보완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 노들섬 일대에 3704억원을 들여 공중 보행로와 라이브 하우스 시설물을 짓는 ‘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성’사업도 기후예산서상 혼합 사업으로 분류됐다. 신축 건물이 ‘제로에너지건축물(ZEB) 5등급’을 충족하고, 사업지 내 생태 정원 등 녹지가 조성된다는 점이 반영됐다. 서울시는 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성사업을 통해 온실가스 약 360.3t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제시되지 않았다. 인공 구조물 설치에 따른 생태계 훼손 등 부작용에 대한 부분도 기후예산서에서 누락됐다.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선임 캠페이너는 “대형 건설 사업에 일부 녹지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혼합 사업으로 분류한 것”이라며 “이런 방식이라면 모든 배출 사업을 혼합 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예산서는 온실가스 배출 영향이 미미한 중립 사업을 제외하고, 감축·배출·혼합 사업 가운데 10억원 이상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대상으로 작성된다. 올해 기후예산서 규모는 약 3조3000억원으로, 서울시 전체 예산의 7% 수준에도 못 미친다. 상당수 사업이 중립으로 분류돼 기후예산서에서 제외됐다.

정 캠페이너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예산을 쓰도록 한다는 제도 도입 취지는 사라지고 단순 분류 작업만 반복되고 있다”며 “기후예산제를 실제 재정 운용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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