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유토의 통역 노지마 나오토 “키움에서 한·일 야구 교류 역할 할 것”

김하진 기자 2026. 4. 2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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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아시아쿼터 가나쿠보 유토와 그의 통역 노지마 나오토(왼쪽). 수원 | 김하진 기자

영화로 역사 배워…한국서 유토 KBO 안착 돕는 등 ‘도전하는 삶’
“배우든 선수든 혼자 이겨내야 하는 것, 강한 마음으로 나아가야죠”

영화 <영웅>에는 안중근 의사와 일본인 간수인 지바 도시치가 마지막으로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안 의사가 “저는 일본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미워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린 너무도 가까운 이웃이기 때문이죠. 제국주의 야욕을 당연시하는 일본 사람들이 미울 뿐입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일본인 간수는 “선생님,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하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인다. 그때 일본인 간수 역할을 한 배우가 이제는 한국 야구장에 있다. 뮤지컬계에서는 이미 이름이 알려진 노지마 나오토(45)다.

그는 올해 프로야구 키움 아시아쿼터로 영입된 투수 가나쿠보 유토의 통역 역할을 맡았다. 한국말이 능숙한 노지마는 유토의 공을 받아주는 포수와 통역으로 활동한다.

지난 19일 수원구장에서 만난 노지마는 분주하게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을 누볐다. 노지마는 “배우도 매니저가 있지 않나. 나도 매니저와 비슷한 것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웃었다.

그의 직업은 여러 개다.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배우 일을 하고, 일본에서는 한의원을 차려 운영하면서 유명 패스트푸드 브랜드 CM송을 녹음하기도 했다. 노지마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KBO리그에 아시아쿼터제가 도입되면서 일본 선수들의 문의를 많이 받았다. 학창 시절 포수로 활동한 노지마는 일본 선수들과도 잘 알고 있었고, 한국에서 연기한 전력도 있었다. 노지마는 “이승엽, 오승환, 이대호 등 일본에서 뛴 선수들이 많고 이대호와는 일본에서 뮤지컬 공연 때 인사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다른 나라이지만 야구를 통해서 같은 관심사가 생기면 좋지 않나. 내가 교류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국행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동안 도전하는 삶을 살아왔기에 한국야구행을 결심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었다. 노지마는 “내 이름의 ‘지마(島)’가 섬을 뜻한다. 2024년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늘 ‘너의 이름에 섬이 있으니까 네가 가고 싶은 길을 가라’고 하셨다”고 회고했다. 섬은 자신의 영역을 다양하게 개척해온 노지마와 닮았다. 안중근에게 사과하는 일본인 순사 역할을 맡은 것도 큰 도전이었다. 노지마는 “일본인으로서 수용하기 쉽지 않은 역할이었고 실제로 주변에서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다”며 “역사를 많이 공부했다. 내가 그 역할을 맡으면 그 시대를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인공인 정성화 형도 ‘괜찮으니까 같이하자’고 이야기해주셨다”며 “나도 역사를 인정하고,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금 그의 도전은 키움에 쏠렸다. 그는 “앞으로 촬영 일정도 있지만 지금은 눈앞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키움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하면 다른 미래가 또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돕는 유토는 KBO리그에 적응하고 있다. 첫 등판인 3월28일 한화전에서는 0.2이닝 3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4월 9경기에서 6이닝 동안 단 1실점했다. 키움은 이번 시즌 최하위다. 노지마는 “어린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한다. 선수니까 이겨야 된다는 마음이 커서 힘들 수도 있지만 마음을 강하게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와 운동선수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했다. 노지마는 “배우가 혼자 연기해야 하는 것처럼 야구 선수도 혼자 수비하고 혼자 타격해야 한다”며 “무서울 때도 많겠지만 강한 마음으로 나아가겠다는 결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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