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 ‘나 홀로 집에’ 찍은 野…오세훈, ‘장동혁 패싱’ 본격화?
오세훈, 사실상 反張 혁신 서울 선대위 구축…“張 들어올 공간 없어”
지선 후 張 자리 노리나…吳 “서울시장직 지켜내 보수 구심점 될 것”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를 45일 남겨놓고 여전히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당 가장인 장동혁 대표가 8박10일간의 방미 일정을 수행하러 자리를 비운 동안, 당내 공천 교통정리를 비롯한 당무 과제는 연일 누적된 상태다. 서울시장 후보는 당대표 부재 속 오세훈 현역 시장으로 겨우 확정됐고, 경기지사는 구인난 속 경선조차 못 치르며 수도권 포섭 전략 역시 여전히 안개 속이다. 그 사이 더불어민주당은 공천 작업을 거의 마친데 이어 정청래 대표가 직접 수도권과 지역을 동분서주 휩쓸며 판세 굳히기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은 소년 가장을 자처하며 당 지도부와 사실상 헤어질 결심을 밝혔다. '혁신과 통합'을 기치로 자체 혁신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독자적 행보로 외연 확보와 보수층 결집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방침이다. 수도권의 다른 지역에서도 '장동혁 마케팅' 대신 후보들의 각개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해당 선대위 조직은 경기지사 후보 확정 후 수도권 규모로 확장될 가능성도 크다. 오 시장이 이번 지방선거 정국을 통해 당내 새로운 구심점으로 장 대표의 역할을 위협할지도 주목된다.
"張, 트럼프는커녕 차관보 만나러 갔나"
20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장 대표는 곧바로 '빈손 성과' 역풍에 직면했다. 당초 예정된 기간을 두 차례나 연장했지만 결국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나 마코 로비오 국무장관 등 유력 인사는 못 만난 것으로 추정된다. 대신 미 국무부 차관보와 공화당 하원 의원 등과 면담하는데 그쳤다. 장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논란이 따를 것도 예상했다"면서도 "국익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 정당 외교를 펼치는 데 최선을 다했다. 미국 정부 주요 인사들을 만나 소통 창구도 열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접선 인사가 누군지에 대해선 "비공개"라며 함구했다.
정치권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차치하고, 장관도 차관도 아닌 차관보 만나려 목 빼고 기다렸는가"라며 "남의 당 일이지만 부끄럽다"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에서 제명당한 한동훈 전 대표도 부산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라는 주요 우방국을 방문할 때는 갈 만한 정당한 이유와 성과가 있어야 하고, 시기도 적절해야 한다"며 "이번 장 대표의 방미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여론이 시종일관 악화되는 가운데, 오세훈 시장은 당 지도부와 일정한 거리를 두며 독자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오 시장은 최근 공개 일정에서 당색인 빨간색 대신 연두색 넥타이와 녹색 재킷, 흰색 후드 집업 등을 입으며 기존 국민의힘 이미지와 차별화에 나섰다. 시각적 메시지부터 당 지도부와의 거리 두기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메시지에선 이재명 정부 견제론으로 보수층 결집을 호소하면서도 장동혁 지도부와는 선을 긋는 이른바 '디커플링(탈동조화)' 전략에 돌입했다. 오 시장은 지난 18일 후보 선출 직후 "서울을 내어주면 이 정권의 폭주를 막을 마지막 제동 장치가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또 장동혁 지도부를 향해선 "당 대표가 후보들의 짐이 되고 있다"고 직격하며 "공천 마무리 단계 이후부터는 자연스럽게 지도부 역할이 줄어들고 후보자 중심의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혁신 선대위에 장 대표가 들어올 공간은 없다"는 취지의 뜻도 분명히 했다.

"혁신 선대위, 수도권 규모로 확장 가능성도"
오세훈 캠프도 이미 '반(反)장동혁' 기조의 선대위 구성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윤희숙 전 의원과 박수민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참여하는데 이어, 소장파로 꼽히는 김재섭 의원과 친(親)한동훈계 배현진 서울시당위원장과 선대위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오 시장 캠프 핵심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당 후보가 된 만큼 선대위 구성을 빠르게 해나갈 것"이라며 "공동 선거대책위원장들이 중심을 잡고 구체적인 선대위 골격을 인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작업은 다음 주까지 이어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 측은 서울에 국한되지 않고 수도권 전체 차원의 연대 조직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오 시장 측 다른 관계자는 "경기지사 후보가 발표되면 이후 상황을 보고 서울·경기·인천 후보들 간에 연대해 수도권 선대위로 조직 범위를 확장시킬 가능성도 있다"며 "지금처럼 윤어게인 포섭 기조는 물론, 돌연 방미 등 선거 준비와 맞지 않는 행동만 반복하는 장동혁 지도부로는 대한민국 심장부인 수도권을 지키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비판했다.
실제 당 안팎에서도 장 대표 체제로 수도권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인식이 점점 확산하는 분위기다. 최근 국민의힘 후보들은 중앙당 지원 유세를 최소화한 채 지역 밀착형 행보와 개인 브랜드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처럼 장 대표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이재명 정부 견제'와 '지역 경쟁력'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인천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사실상 수도권 전체가 '장동혁 없는 선거'를 치르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내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당내 새로운 구심점 역할을 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 시장이 수도권 후보들을 묶어 독자적 선거 플랫폼을 구축할 경우,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 내 세력 재편 과정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오 시장도 후보 확정 직후 진행한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시장직을 지켜내 보수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재차 포부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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