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벽 허물고 "함께 달려요"…한계를 넘은 '열린 마라톤'

이은진 기자 2026. 4. 2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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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허문 마라톤 대회가 열렸습니다. 기록이 아니라 함께 달리는 그 자체가 중요한 이 대회에서는 모두가 동료이자, 러닝메이트였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은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다리를 못 써도 달려야 합니다.

오래 준비한 마라톤 날입니다.

[소리 질러. 소리 질러. 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뛰는 대회입니다.

일상적인 이동조차 도전인 장애인들에게 오늘은 특별합니다.

[4. 3. 2. 1. 출발!]

도로 위를 남들처럼 달릴 수 있습니다.

이 해방감, 모두 들떴습니다.

[박미리/뇌병변 장애 휠체어 러너 : 오늘 목표 1시간 안에 뛰고 조식 먹으러 가야 돼요. 조식 고기, 고기. 9시까지 끝내야 돼요. 10시까지라.]

이 무리, 유난히 시끄럽습니다.

[유채운/비장애인 가이드 러너 : 기록이 목표면 쟤랑 오면 안 돼요. 휠체어 내놔, 인마.]

휠체어 러너 옆에는 친구 5명이 함께 뜁니다.

모두 오래된 친구들입니다.

[유채운/비장애인 가이드 러너 : 옆으로 안 빠져나오게만 잘 보호해 주시면 돼요. {왼쪽은 제가 담당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이렇게 함께 도로를 달리는 건 처음입니다.

숨이 턱에 차도 즐겁습니다.

[유채운/비장애인 가이드 러너 : 기자님 휠체어 좀 빌려드려라. 내가 봤을 때 저분 네 발로 가야 돼. 지금 힘들어.]

[김남영/뇌병변 장애 휠체어 러너 : 오늘이 할아버지 기일인데. {보고 싶어? 막 불러 자꾸?} {혼자가 아냐, 함께 가는 거야.} 아니 내가 이 말을 하려던 게 아닌데…]

뇌병변 장애인인 이 러너, 비장애인 회사 동료에게 휠체어를 양보합니다.

[박경이/비장애인 가이드 러너 : {아 교대.} 네. 교대, 교대.]

나보다 더 힘들어 보였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정태민/뇌병변 장애 휠체어 러너 : {10분 정도 걸으시고 다시…} 네. 그때 그때마다 좀 다른데…]

[박경이/비장애인 가이드 러너 : 더 갈 수 있어요? {네. 갈 수 있죠.} 렛츠 고.]

조용히 혼자 달리는 이 러너.

마흔 살에 예고 없이 시력을 잃었습니다.

[김기동/시각장애 러너 : 화장실 불을 딱 켰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아내를 깨웠죠. '불 잘 들어오는데 왜 그래'라고 답변을 하는 거예요.]

세상은 흑백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물체는 덩어리로만 분간 가능했습니다.

달리는 이 순간,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고 했습니다.

[김기동/시각장애 러너 : 강가를 러닝하다 보면 물의 냄새도 자연스럽게 맡게 되고요. 바람도 느끼게 되고. 낙엽을 밟는 소리, 또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또 바람 소리…]

각자 사연을 지닌 이 러너들. 기록은 다르지만 모두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웃었습니다.

이 마라톤은 승자도 신기록에 환호하는 이도 없습니다.

오늘 가장 큰 박수가 터져 나왔던 건 마지막 참가자가 무사히 들어왔다는 걸 확인한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화면출처 사단법인 무의]
[영상편집 류효정 VJ 김수빈 작가 유승민 취재지원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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