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무너질듯한 흉물로…남부민동 서너 집에 하나는 빈집

- 부산 서구 1865호 ‘지역 최다’
- 소유자 동의·법적 절차 장벽
- 구 “올해 50곳 철거 목표 중”
부산시가 ‘빈집정비 혁신 대책’을 내놓는 등 빈집문제 해결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원도심 곳곳에 방치된 빈집이 여전히 일대 슬럼화를 가속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빈집은 붕괴 우려도 있어 주민의 불안 또한 커지는 실정이다.
20일 국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부산 서구 남부민2동 주택가 한 가운데는 장기간 방치된 빈집 1곳과 폐공장 1곳이 버티고 있었다. 빈집 데이터 통합관리시스템인 ‘빈집애 플랫폼’에 따르면 서구의 빈집은 1865호로 부산 16개 구·군 가운데 가장 많다. 동 단위로 보면 남부민동의 빈집 수가 546호, 빈집률 29.28%로 서너 집 가운데 한 집이 빈집이다.
두 곳은 모두 주민 민원이 반복적으로 제기된 곳이지만 사유 재산과 소유 관계 문제에 막혀 수년 동안 정비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장의 낡은 외벽과 뜯겨 나간 구조물, 잡초와 쓰레기가 뒤엉킨 주변 환경은 장기간 관리가 끊긴 상태를 보여줬다. 인근 주민은 비바람이 불 때마다 붕괴 위험을 걱정하고, 악취와 쓰레기 문제는 물론 안전 문제까지 겹쳐 불안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근처에 40년 가까이 거주한 70대 주민은 “위험하다고 몇 번을 이야기해도 그대로고, 어떻게 되는지 설명도 잘 못 들었다”고 고개를 내저었고, 다른 주민도 “골목 한 가운데 빈집과 폐공장이 있어 늘 불안하지만 해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장을 함께 둘러본 서구의회 이현우 의원은 “사유재산인 탓에 소유자 동의 없이 철거나 정비를 강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구에 따르면 문제가 된 빈집은 실소유주가 불분명해 행정이 손을 대기 어렵고, 폐공장 1곳은 소유자가 확인됐지만 철거나 정비 동의를 하지 않아 방치됐다. 구는 해당 폐공장에 경고문을 한 차례 보냈고, 곧 2차 공문도 발송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고문과 공문을 보내더라도 실제 벌금 부과나 강제 철거로 이어지기까지는 법적 한계가 커 행정이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제한적이다. 이 의원은 “주민 민원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행정은 소유자 동의와 법적 절차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구 건축과 관계자는 “서구에 노후 빈집이 많아 한꺼번에 모두 정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지난해 서구 내 빈집 40곳을 철거했고, 올해는 50곳 철거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주민이 체감하는 속도와 행정처리 속도 간 차이가 크고, 방치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안전에 대한 위험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재개발과 정비 사업이 장기간 이어지는 동안 실제 거주민과 방치 주택이 뒤섞여 있고, 좁은 골목과 경사 지형 탓에 빈집 문제가 곧바로 생활권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며 “주민이 안심하는 거주환경 조성을 위해 속도감 있게 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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