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사망, 살인죄 판단 모호…상해치사죄 '형량 강화' 필요
살인 아닌 상해치사 혐의 적용
전문가 “결과 심각…책임 높여야”

구리시에서 아들과 함께 식당을 찾은 한 영화감독이 폭행 당해 사망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보완수사에 나선 가운데 상해치사 혐의와 살인 혐의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0월 김창민 감독을 폭행해 사망하게 한 20대 가해자들은 상해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지난 3월 기각돼 불구속 송치했다. 이후 지난 5일부터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에서 전담 수사팀을 편성하고 보완수사에 나서고 있다.
공개된 CCTV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주변에서 "이러다 죽겠다"며 말렸음에도 김 감독을 골목으로 끌고가 폭행했다. 영장청구서에는 얼굴을 주먹으로 10회 때리고 머리와 얼굴을 발로 10회 밟거나 걷어찼다고 명시돼있다. 김 감독은 이후 뇌출혈로 사망했다.
이들에게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 혐의가 적용되면서 사망에 이를 수 있었음을 충분히 인지할 만큼의 폭력을 가해 피해자가 숨진 경우,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법상 살인죄와 상해치사죄는 살해 의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로 구분된다. 하지만 그 의도에 대한 판단이 사건마다 다른 상황이다.
지난 1월 인천에서 60대 여성 A씨가 90대 노모를 폭행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초기에 A씨를 존속폭행치사 혐의로 입건했으나 이후 존속살인 혐의로 변경했다. 경찰은 A씨가 노모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저버린 채 폭행해 숨지게 한 정황이 있으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6월에는 성남시 중원구에서 60대 남성 B씨가 40대 여성을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검거됐다. 경찰은 피해자 시신에서 폭행 흔적을 확인하고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살인죄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반면 상해치사죄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징역이다. 이에 살해 의도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워 상해치사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더라도 형량 자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24년 경기지역에서 살인은 175건, 상해치사와 폭행치사는 18건 발생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수사 단계에서 살해 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그나마 재판 단계에서 미필적 고의까지 확인하기 때문에 고의 입증 부담이 어느정도는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상해치사죄와 폭행치사죄의 법정형을 늘리는 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상해치사죄 가해자의 경우 결과적 가중범이라고 볼 수 있고, 결과 자체가 심각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을 높이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정현 기자 chu363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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