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지망생 10대 노동자 지켜주지 못한 경찰 수사

경인일보 2026. 4. 2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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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아르바이트생 성폭력 부실수사로 인한 사망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7일 안산단원경찰서 앞에서 경찰 부실수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2026.4.17 /공대위 제공


안산에서 발생한 10대 청소년 노동자의 성폭력 고소 무혐의 처분 및 극단적 선택을 둘러싸고 경찰 수사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경찰이 40대 고용주와 10대 노동자 사이의 위계적 권력 격차를 무시한 수사로 피해자를 최악의 상황에 몰아넣은 정황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단원구 한 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A씨는 업주 B씨를 준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 발생 약 7시간 후 측정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5%였다. 이는 면허 취소 기준(0.08%)을 넘는 수치로, 사건 당시에도 상당한 음주 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경찰은 CCTV 영상과 B씨, 동석자의 증언을 근거로 ‘항거불능 상태로 보기 어렵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가해자 측이 제출한 CCTV는 전체 8대 중 6대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일부는 삭제된 백업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자 보호 명분으로 단 한차례만 진술 조사를 진행했다. 노동 환경, 고용 관계의 종속성, 구체적 정황을 살피지 않은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결국 A씨는 가해자에게 무혐의가 내려진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A씨의 이의신청서와 유서를 확인한 뒤에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동일한 결론을 유지했다.

안산시 청소년단체협의회와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수사 시스템을 규탄했다. 이들은 권력관계와 구조적 취약성을 반영한 재수사와 청소년 노동자 보호제도 강화 등을 촉구했다. 이번 사건 이전에도 동탄, 의정부, 대구, 서울 스토킹 범죄 등에서 경찰의 직무유기성 부실대응 의혹이 숱하게 불거졌다. 오는 10월 검찰청이 폐지되면 수사 권한은 사실상 경찰에 집중된다. 책임은 커지는데 신뢰는 무너지고 있다. 시민단체가 지난 12일 안산단원경찰서 관련자들을 ‘법 왜곡죄’로 고발한 것도 이런 불신이 쌓인 결과다.

A씨는 경찰행정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학비를 벌기 위해 나선 일터는 위협의 공간이 되었고, 마지막으로 기댄 경찰 수사마저 A씨를 지켜주지 못했다. 이번 사건을 한 개인의 비극으로만 끝내서는 안 된다. 성인지 감수성에 기반한 수사 체계 도입이 급선무다. 동의 없는 성관계 처벌법 개정도 필요하다. 수사당국이 피해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한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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