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인천아트플랫폼 기획전 ‘변신 연습’
동시대 조각가 4人… 일상, 호기심 재구성… 상상, 과정을 깨우다
이형구·우한나·안태원·곽인탄 최근作 교감
‘아니마투스’ 연작, 캐릭터 ‘골격 탐구’ 눈길
대형 패브릭 설치·반려묘 가구로 재탄생도
역동적 작품 가족 관람 추천 6월7일까지 전시

이형구·우한나·안태원·곽인탄 등 동시대 ‘조각가 4인의 최근작과 교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지난달부터 열리고 있는 기획전 ‘변신 연습’은 충분히 흥미롭고 매력적인 전시였다. 전시를 관람하기 전에는 ‘변신(變身)’과 ‘연습(演習)’이라는 전시 주제에 마음이 머물렀다. 변신이라는 단어는 개인적으로 유년시절을 제외하면 성인(成人)이 되어서 사용해 본 일이 거의 없는 ‘경외(敬畏)’의 단어였기에 전시가 말하고자 하는 ‘변신’의 범주를 두고 수많은 상상을 떠올리는 시간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어린 시절 나에게 변신은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나 마법 소녀의 등장을 뜻했다. 그런 ‘변신’이라는 결과물에 지극히 미천한 인간이라는 존재에게나 어울릴법한 ‘연습’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는 결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히어로’가 땀을 흘리며 실패를 거듭하는 고단한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것은 어색하기 짝이 없는, 불경한 상상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상상을 떠올리며 전시장에 들어섰다. ‘변신 연습’은 변신이 특정 시점에 갑자기 나타나는 결과물이 아니라 충분히 긴 시간이 필요하며 또 예술의 표현 대상이 되는 어떤 ‘물질’ 앞에서 머무르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전시장 1층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 당시 개인전으로 참가했던 경력을 가진 이형구의 ‘아니마투스(Animatus)’ 연작이었다. ‘도날드 덕’ ‘톰과 제리’ ‘핑크팬더’ 등 설명이 필요없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골격을 해부학적으로 재구성한 작업이었다. 이형구는 이러한 연작이 나오기까지의 연구하고 탐구한 흔적을 보여주는 궤적을 5m 벽면에 지도처럼 펼쳐냈다. 유머러스한 결과물에 작가의 처절하고도 치밀한 연구 기록이 담긴 과정을 보여주는 기록들이 숙연함 마저 느껴지는데, 흥미로운 작업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우한나는 2023년작인 대형 패브릭 설치 작품 ‘밀크 앤 허니’로 전시장을 크기로 제압했다. 연보라색 패브릭과 비즈, 솜으로 이루어진 대형 설치 조각이 ‘거대한 장막처럼 우아하게’ 공간을 가로지르고 있다. 공중에 매달린 박쥐의 날개 혹은 여성의 가슴의 모습이 떠올려지기도 한다. 우한나의 신작은 2층에서 보여진다. 아기가 태어난 집 대문에 걸었던 ‘금줄’을 형상화한 ‘결계’와 마치 해양생물로 변신할 수 있도록 외피를 감싸는 변신 도구처럼 보이는 ‘은신’ 등의 흥미로운 작업은 호기심을 충만하게 만든다. 관람객이 직접 입어보고 변신에 동참할 수 있는 작품도 준비되어 있다.
반려묘 ‘히로’는 안태원 작가에 의해 부조와 조각 회화로 변신한다. ‘이상한 소풍’을 통해 반려묘 히로는 가구로 탄생하는 경험을 강제로 하게 되는데, 관람객은 실제로 히로에 앉아볼 수 있다. 히로는 전시장 2층에서도 만날 수 있다. ‘디지털 꼬치’가 된 히로는 스티로폼으로 마치 돌덩어리처럼 층층이 쌓인 모습으로 관객과 만난다.
1층에서 레진, 석고, 톱밥, 스테인리스를 소재로 ‘저글링’을 보여준 곽인탄의 작품은 2층 야외 데크에서 최근작으로 다시 만난다. 미술사의 전통과 현대적 ‘이모지(Emoji)’가 뒤섞인 그의 조각은 고전적 엄숙함 대신 대중과의 소통을 택하는데, 특히 야외에 설치된 구조물은 작가 혼자 완성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지난 11일 진행된 워크숍을 통해 어린이와 가족들이 작가와 함께 만든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6월 전시 종료 시까지 이 조각은 ‘완결된 결과물’이 아닌 ‘증식하는 과정’으로서 관객과 호흡할 예정이다.

‘변신 연습’은 가족 단위로 관람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역동적인 조각 작품인데 친절하기도 하다. 어린이에게는 상상을 펼칠 기회를, 성인에게는 일상에 무뎌진 감각을 깨워주는 시간이 될 것이 분명하다.
변신에 대해서 덧붙일 말이 있다. 전시가 진행 중인 인천아트플랫폼 또한 ‘변신’의 과정에 있다. 인천아트플랫폼 자의에 의한 것인지, 타의에 의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5월 초를 목표로 현재 ‘변신’을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이 과정을 들여다보는 경험 또한 관객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시는 6월7일까지 이어진다.
/김성호 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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