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U-18 하프파이프 1위’ 오산 운암고 허영현
“명예의전당 장학금의 힘, 동계체전서 날았다”
가족과 즐기던 운동, 인생 도전으로
열악한 시설 ‘훈련장 메뚜기’ 아쉬움
2030년 동계올림픽 목표로 ‘구슬땀’

눈으로 단단하게 세워진 아파트 3층 높이 빙벽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 순간 믿는 건, 할 수 있다는 마음뿐. 그냥 서 있기도 아찔한 높이에서 보드판에 몸을 맡긴 채 하늘로 날아올라야 하는 공포를 이기는 건, 허공에서 멋지게 회전한 후 다시 빙벽을 타고 내려올 때 밀려오는 짜릿한 ‘성취’라고 소녀는 말했다.
그 소녀, 허영현 선수는 오산 운암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선수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최가온 선수가 금메달을 따내며 큰 관심을 받은 그 종목이다. 허 선수는 올림픽 이후 열린 전국동계체육대회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하프파이프 여자 18세 이하부에서 82.00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밀라노 올림픽 스노보드 빅에어에서 동메달을 딴 유승은 선수보다 27점 앞섰다.
가족과 함께 즐기던 스포츠가 인생을 건 도전이 됐다. 허 선수는 “이걸 안 하면 뭘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좋다”고 자신의 종목을 설명했다.
“스타트에 서면 저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무서워해요. 마음속 공포와 계속 싸우면서 보드를 타는 거죠. 근데 어려웠던 기술들이 하나씩 성공할 때, 해냈다는 그 마음이 너무 좋아서 계속 하는 것 같아요.”

인기 있는 동계스포츠가 한정적인 우리나라에서 허 선수가 뛰고 있는 종목은 불모지에 가깝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전까지 대부분이 이 종목 자체를 몰랐을 만큼 관심이 적다. 그렇다는 것은 지원이 거의 없다는 말과 다름없다. 허 선수도 매일, 매년 ‘훈련장 메뚜기 생활’을 하고 있다. 평소 학교를 다니면서 훈련할 수 있는 시설은 광주시에 있는 트램폴린센터 뿐이라 방과 후 왕복 3시간을 오가며 공중돌기 훈련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 하프파이프를 연습할 수 있는 시설은 없어 방학마다 일본, 스위스 등에서 해외훈련을 하고 있다.
“일본은 눈이 없어도 하프파이프를 훈련할 수 있는 시설이 지역마다 흔하게 있는 편이에요. 취미로 탈 수 있을 만큼 시설이 많다보니 아시아에선 일본 선수들이 정상급에 많아요. 우리는 평창에 있긴 하지만 시설이 열악하고 위험해서 훈련이 어려워요.”
해외훈련은 비용 부담이 크다.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반드시 출전해야 하는 세계월드컵도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오롯이 선수의 부담이다. 국가대표라고 다를 게 없다. 그래도 오산시가 2023년부터 운영 중인 명예의전당을 통해 ‘오산의 학생이라면 어떤 분야든 열심히만 하면 최고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목표로 스포츠 꿈나무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데, 허 선수에게도 대회마다 꾸준히 지원하며 관심을 쏟고 있다.
허 선수의 목표는 2030년 동계올림픽 출전이다. 그래서 오늘도 날아오른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기술이 될 때까지 계속 날아오른다. 하얀 설원 위 반짝반짝 빛나는 그날까지.

오산/공지영 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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