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숫자만 있고 철학 빈곤한 ‘K-달 탐사’

지난 10일(현지시간) 반 세기 만에 유인 달 탐사에 나섰던 미국의 아르테미스 2호가 10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지구로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딱 열흘이 지났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약 54년 만에 재개된 유인 달 탐사 임무라는 점에서 발사 전부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발사 과정부터 지구 귀환 과정까지 모두가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아르테미스 2호의 이번 비행은 순간 순간이 오롯이 인류 우주 탐사에 역사로 기록될 만한 유례없는 빅 이벤트였다. 덩달아 '최초'라는 타이틀과 심우주 탐사의 새 장을 여는 특별하고 의미있는 성과도 여럿 얻었다.
먼저, 4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달을 향한 아르테미스 2호는 인류가 그동안 지구에서 가장 멀리 도달했던 거리보다 더 멀리 비행하며 역대 유인 우주비행 최장 기록을 깼다. 1970년 아폴로 13호가 도달했던 40만㎞보다 약 6700㎞ 더 날았다.
지구에서 가장 먼 우주까지 날아간 것과 함께 육안으로 관측하기 어려운 달 뒷면을 관측한 것은 매우 큰 성과다. 우주비행사들은 달의 뒤편에서 6400㎞ 떨어진 지점까지 근접 비행하며 충돌 분화구, 달 표면의 지형적 특징을 카메라가 아닌 육안으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인류가 달 뒷면을 맨 눈 관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육안으로 관찰한 달 분화구에 각각 '인테그리티', '캐럴'이라는 이름을 지어 국제천문연맹(IAU)에 제출하고, 일식과 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층인 코로나를 관측하는 성과도 덤으로 얻었다. 달 뒤편을 지나는 40분 동안은 달로 인해 지구와 교신이 끊긴 후 이를 복구하며 모든 임무를 완수했다.아르테미스 2호 임무 수행 과정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달 탐사 계획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됐다. 아르테미스라는 이름부터 남달랐고, 미국스러웠다. 그리스 신화 속 아폴로의 쌍둥이 누이이자 달의 여신을 뜻하는 아르테미스 이름에 그들의 역사적 계보와 인류적 상징성을 새겨 넣었다. 반 세기 전, 달에 인류의 첫 발을 디딘 아폴로의 바통을 이어 이제 그 쌍둥이 누이 아르테미스가 인류를 달에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다시 말해, 아르테미스는 단순한 제2의 달 착륙이 아닌 '인류의 정착', 탐험이 아닌 '문명의 확장', 미국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인류를 위해'라는 국가를 초월한 인류의 연대성과 글로벌 협력을 내포하는 거대 담론이나 다름 없다. 그들은 아르테미스 속에 달 탐사에 대한 국가적 철학의 방향성 및 그 의미를 투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달 탐사 현 주소는 어떨까. 한국은 2032년 달 착륙선 발사, 2040년 달 경제 기지 구축 등 달 탐사 청사진을 밝힌 바 있는데, 미국과 달리 너무 숫자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듯 보인다. 숫자를 통해 정책 목표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긴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아주 사소한 변화만 있어도 당초 제시한 숫자는 쉽게 바뀌기 마련이다.
그것을 우리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목격하고 있다. 차세대 발사체는 중간에 재사용 발사체 개발로 계획이 변경되면서 2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해 당초 목표했던 2032년 달 착륙선 발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르테미스 2호 발사 때는 아직 초보 수준인 민간 주도로 소형 달 착륙선을 2030년까지 보내 2년 앞당기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갑작스럽게 나와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우리 나라 정부 정책의 가장 큰 고질병인 즉흥적이면서 따라가기식의 '졸속·탁상 행정' 문제점을 또다시 드러낸 것이다. 우주 정책은 정권에 따라 수 차례 부침을 거듭해 오며 흔들렸다.
이 모든 문제의 본질은 철학의 부재로 귀결된다. 미국이 아르테미스를 기획할 때 그들은 먼저 '왜 달에 가야 하는가'를 수십 년에 걸쳐 토론했다. 과학자와 철학자, 정치인, 시민 등이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며 그 위에 기술 로드맵을 얹었다.
반면 우리는 왜 달에 가야 하고, 달에 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이 부족하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왜 달과 우주로 가는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우리만의 우주 철학과 국가적 비전을 세워야 비로소 방향성과 콘텐츠도 만들 수 있다.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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