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고립·은둔 청년 80만명 시대

고립이나 은둔 상태에 놓인 청년(만 19세~39세)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2024년~2025년 고립·은둔 청년 규모를 약 54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체 청년 인구의 약 5.2% 규모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2025년 말 현재 서울에서 고립·은둔 상태로 생활 중인 청년 수는 약 25만 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3년 전인 2022년 조사 때의 12만 9000명에 비해 두 배나 증가한 수치다.
그렇다면 실제 우리나라의 고립·은둔 청년 수는 서울시의 증가분 12만 여 명을 포함해 전국 증가분을 합칠 경우 최소 70~80만 명을 훌쩍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고립·은둔 청년의 증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3년 설문 조사 결과, 고립이나 은둔의 이유로 청년들은 취업 관련 어려움(24.1%)과 대인관계(23.5%)를 꼽았다. 이어 가족관계(12.4%), 건강 문제(12.4%) 순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심인성 이유가 아닌 경제적 이유 때문에 고립과 은둔을 택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점이다. 취업이 안 되고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대인관계를 기피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이 재기에 실패할 경우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커지고 있다.
실제 정부는 고립·은둔 청년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을 연간 7조 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연구 결과 고립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빈곤으로 이어져, 1인당 연간 2200만 원 정도의 사회적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을 해야 할 청년들이 방에서 나가지 않고 은둔을 택하면서 경제적인 동력마저 저하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고립·은둔 청년들이 정신건강 위기 상태에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설문 조사 결과에서 이들의 75.4%가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8436명 중 6360명이나 된다. 이는 일반 청년의 응답률 2.3%에 비해 무려 30배 이상 높은 수치다.
한 응답자는 대면 설문 조사에서 "나는 무능하니까 사회에서 버림받은 존재인 것 같다. 죽고 싶어도 불효하는 것 같아 죽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삶의 만족도 역시 10점 만점에 3.7점에 불과해, 일반 청년 평균치인 6.7점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들 중 고립·은둔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있는 응답자가 80% 이상이라는 점이다. 조사에서 80.8%가 '탈고립·은둔'을 원하고 있었으며, 실제 시도를 해본 적이 있는 사람도 67.2%나 됐다.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도움은 '경제적 지원'이었다. 복수 응답 조사에서 전체의 88.7%가 경제적 지원을 원했으며, 이어 취업 및 일자리 지원(82.2%), 일상생활 회복 지원(80.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자립이 고립·은둔 탈출의 해법이라는 반증이다.
고립·은둔 청년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 기관 주도의 지원 정책과는 별도로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주요 대기업들은 다양한 청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인턴십 및 직무 교육에 나서 실제 채용까지 연계하는 모델을 성공적으로 운영 중에 있다. 이를 보다 널리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일자리 나눔을 통해 고립·은둔 청년들에게 '우리 사회에 내 자리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방안도 필요하다.
또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고립·은둔 청년'들의 발굴이다. 75%가 자살을 생각해 봤다는 응답을 고려하면 심각한 고립 단계 청년의 조기 발굴은 필수다. 공적 영역의 발굴 노력과는 별개로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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