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을 보는 관점

경북도민일보 2026. 4. 2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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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시절 6·25전쟁에서 북괴의 불법남침에 초기에 부산만 남기고 밀렸다가 인천상륙작전으로 서울을 탈환했다는 줄거리를 배웠다. 읽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스토리였다. 그러나 나중에 중공군 참전, 14후퇴와 이후 2년 이상의 밀고 당기는 휴전협상이 이어졌고 그 결과 지금의 휴전선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산까지 밀렸다가 서울탈환까지의 드라마틱한 전투보다 그 후의 협상에 더 긴 시간이 걸렸다. 협상과정에는 재미있는 스토리도 별로 없어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 협상이 없었다면 아직도 전쟁이 지속될 것이다. 물론 아직도 종전이 아니라 휴전상태다.

전쟁의 시작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할 수 있지만 끝은 양쪽이 합의해야 가능하다. 아무리 한쪽이 일방적으로 당하거나 심지어 무조건 항복을 하더라도 마지막에는 종전협상이란 단계를 밟게 된다. 이런 면에서 협상도 전쟁의 연장이다.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라는 클라우제비츠의 말이 있는데 결국 총과 칼로 하는 전투는 군인이 하지만 전쟁은 '말'을 하는 정치인이 하는 셈이다.

협상은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2개 이상의 조직이 대화를 통하여 이익 등의 일부를 양보하고 일부를 획득하는 협의라고 한다. 직접 접촉을 통하여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전쟁에서 적국과 협상은 상대에 대한 불신 때문에 합의가 쉽지 않다. 쉽게 합의 될 내용이 있다면 전쟁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전쟁 결과에 대해 서로 승리를 주장하기 때문에 인정이 쉽지 않다. 승리를 주장하는 이유는 정치인들이 자국에서 정치적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패배를 인정하면 정치적 실각을 피할 수 없다.

현실 생활에서도 협상이 존재한다. 이 때 상대방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내놓을 카드가 있어야 하는데 카드가 없거나 마땅하지 않으면 불리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지나치게 일방적인 협상은 갑질이지 협상이라 하지 않는다.

협상에서 카드를 미리 보여주면 안 된다. 그래서 포커페이스라고 속마음을 나타내지 아니하고 무표정을 유지하라고 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나는 협상을 잘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너무 쉽게 속을 보여준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래서 손해를 보곤 한다.

두 달 가까이 전쟁 중인 미국과 이란이 전쟁 협상으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란은 약한 군사력을 호르무즈 해협 통제라는 카드로 극복하려고 한다. 1차 협상은 결렬되었지만 2차 3차 협상은 계속될 것이다. 협상 결과에 세계경제가 달려있다. 관련 소식에 세계의 유가와 주가가 널뛰기를 한다.

당연히 일사천리로 협상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특히 트럼프의 말이 오락가락해서 혼란스럽다. 곧 전쟁이 끝날 것 같은 희망고문을 하고 있는데 늑대가 나타났다고 말을 하는 양치기 소년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사람들은 남들과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협상을 한다. 어떤 결정을 할 때 상반된 가치 중 무엇을 지킬지에 대한 갈등을 할 때이다.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내리는 결정 간의 인지부조화를 극복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적당한 핑계를 대며 스스로를 속이는 방어기제가 존재하게 된다. 가치관의 협상인 셈이다. 그러나 이것이 지나치면 정신 병리가 된다.

이번 선거에서도 누구를 찍을까 망설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내부갈등이 심한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을 찍더라도 찝찝한 경우가 있다. 인지부조화 극복을 위한 방어기제가 필요하게 된 듯하다.

아쉬운 것은 진짜 협상이 필요한 정치판에서는 협상이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치는 상대방에 대한 불신으로 협상이 사라진 것 같다. 전쟁이 정치의 연장이라는데 반대로 정치가 전쟁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신재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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