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쿠팡, 김범석 의장이 총수로 나서는 게 신뢰회복 첫발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지정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그동안 쿠팡을 사실상 지배하면서도 미국 시민권자이고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가 미국 회사라는 이유로 일감 몰아주기 제재 등 각종 규제 대상이 되는 동일인 지정을 피해왔다. 공정위는 법과 원칙에 입각해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야 한다. 쿠팡도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에 저항할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책임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쿠팡의 동일인을 쿠팡 법인에서 김 의장으로 변경키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오는 29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쿠팡을 상대로 한 현장 조사에서 한국 쿠팡에 파견돼 배송캠프 관리 총괄을 맡고 있는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 부사장이 주요 임원 인사권 행사 등 국내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증거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법규상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의 친족이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면 해당 자연인은 동일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
쿠팡은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에 16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고 자산총액이 22조2070억원에 달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다. 쿠팡은 매출의 90% 이상을 한국에서 올리고 있어 사실상 한국 대기업집단인 셈이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미국과의 통상 마찰 등을 우려해 그동안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이는 쿠팡보다 규모가 작은 국내 다른 대기업들의 대주주들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것과 비교돼 역차별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이런 상황에서 김 의장이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되는 것은 법적 형평성 차원에서 지당한 결론이라 할 것이다.
쿠팡은 잇따른 노동자 사망 사고와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로 소비자들에게 커다란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 쿠팡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치권에 대한 로비 등을 통해 정부와 국회의 조사에 방어막을 치는 행태로 소비자들의 반발을 키웠다. 쿠팡 측도 위기감을 느낀 듯 최근 들어 소상공인과 농가 판로 지원, 전통시장 활성화, 각종 기부 등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국회 청문회에서 뻣뻣한 태도로 비판을 받았던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지난달 새벽배송 현장을 직접 뛰어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쿠팡에 바라는 것은 일시적 퍼포먼스 보다 한국의 법과 제도를 성실히 지키는 모습일 것이다. 쿠팡이 동일인 변경을 받아들이는 것이 한국에서 사업하는 기업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진정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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