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누림센터, 장애인 이용자 눈높이 맞춰 공간 탈바꿈
장애인·전문가 의견 반영 기존 건물 재구조화 선례

"장애인주차구역에 비가림막이 설치돼 있는데 다른 시설과 다르게 앞쪽에 기둥이 없어서 차를 대고 내리기가 훨씬 편해요."
'장애인의 날'인 20일 찾은 수원시 권선구 경기도장애인종합지원센터(누림센터). 현장에서 만난 한 장애인 이용자는 이렇게 말했다.
누림센터 건물 앞 지상 장애인주차구역은 기존과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가림막이 길게 설치돼 있지만 일반 시설에서 흔히 보이는 앞쪽 기둥을 없앴다. 휠체어 이용자가 차량 문을 열고 몸을 옮겨 타거나 활동지원사와 함께 승하차할 때 기둥이 방해물이 된다는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차에서 내린 뒤 비를 맞지 않고 곧장 주출입구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도 새로 정비하고, 겨울철 눈비로 바닥이 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행 구간에는 열선도 깔았다.

건물 입구부터 변화는 눈에 띄었다. 새로 정비한 보도블록과 횡단 신호, 종합안내판, 인포그래픽 안내판이 들어섰고 이전부터 잦았던 차량 오진입을 줄이기 위해 보행로와 차량 동선도 다시 짰다.
점자안내판 역시 법정 기준대로라면 주출입구 한 곳에만 있어도 되지만 누림센터는 이동 공간마다 따로 설치했다. 처음 오는 사람도, 시각장애인도, 휠체어 이용자도 덜 헤매도록 하기 위해서다.
보행로에는 유도블록을 새로 깔고, 해가 빨리 지는 시간대 보행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중등과 유도등, 가로등도 추가 설치했다. 위에서 비추는 조명 대신 바닥을 비추는 방식을 택한 것은 휠체어 이용자나 키가 작은 이용자에게 생길 수 있는 눈부심까지 고려한 결과다.

가장 공을 들인 공간은 화장실이다. 기존 장애인화장실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던 문제를 풀기 위해 '모두의 화장실'을 새로 만들었다. 전국 최초 사례인 화장실 점자안내판과 큰 픽토그램, 장루·요루 세척기, 기립식 변기, 성인용 기저귀 교환대, 환복용 발판, 지팡이·목발 거치대도 들였다.
남성 장애인이 화장실 안에서 넘어졌지만 여성 활동지원사가 곧바로 들어가 돕기 어려웠던 사례, 양손이 없는 장애인이 이용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겪은 불편, 발달장애 아동을 부모가 성별이 다른 화장실에 함께 데리고 들어가기 어려운 현실 등이 설계에 반영됐다. 박동수 협력지원부장은 "모두의 화장실이 생기면서 지원사나 보호자와 함께 들어갈 수 있게 돼 이용 편의가 훨씬 좋아졌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했다.
비상 대피 설비의 경우 화재 발생 시 시각·청각장애인이 모두 상황을 인지할 수 있도록 소리와 빛으로 동시에 알리는 장치를 더 촘촘히 설치했다. 단순히 출입구에 유도등을 다는 수준이 아니라 공용 대관 공간처럼 처음 방문한 사람이 많은 장소에 경보와 조명을 더 많이 배치해 대피를 돕는 방식이다.
누림센터의 이런 변화는 단기간 고민으로 완성된 게 아니다. 장애인 당사자 10여명과 건축·BF 전문가 20여명 의견을 반영했고 의견 수렴과 조율은 5년 가까이 이어졌다.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요소가 지체장애인에게는 불편이 되는 등 상충하는 요구를 조정하는 과정도 거쳤다. 공공복지시설에서 흔치 않은 선례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센터 관계자는 "신규 건물보다 이미 운영 중인 기존 건물을 이렇게 바꾸는 일은 사실상 더 어렵다"며 "그만큼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공간을 다시 설계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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