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개인정보·기후위기·이주민···시시각각 변화하고 늘어나는 과제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의 10년 활동에도 센터가 마주하는 과제는 시시각각 변화하며, 늘어나고 있다. 인공지능(AI)·정보기술(IT)의 발달로 위협받는 정보주체 권리, 미래 세대의 환경권, 이주민 인권 등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에 따라 법으로부터 소외되는 영역도 새로워지고 늘고 있다.
정부·기업 주도 AI 기술에 ‘정보 권리’ 변론
센터에는 최근 정부와 기업들의 AI 기술 활용을 견제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공익 변론이 늘고 있다. AI와 IT 발전에 필수인 개인정보 수집·이용 과정에서 정보주체인 시민이 소외되고 있다는 문제인식이 커지면서다.
센터가 2022년 청구한 법무부의 AI 식별추적 개발사업 관련 헌법소원은 국가의 개인정보 보호 책임을 묻는 대표적 소송이었다. 법무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출입국 심사에 활용할 AI 기술 개발에 착수하면서 알고리즘 학습 명목으로 공항 출입국 심사 때 수집한 1억7760만여명의 얼굴사진, 국적·성별·출생연도 등 개인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24개 민간기업에 넘겼다.
센터는 내·외국인을 대리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올해 2월 헌법재판소는 법무부가 이 사업을 종료하고 유출된 개인정보를 모두 파기해 권리구제 실익이 없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이로 인해 AI 기술 이용에서 국가가 정보주체 권리를 어디까지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론을 얻지 못했다.
SKT 유심정보 유출 사태에선 일부 성과를 얻었다. 센터는 지난해 6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피해자 3900여명을 대리해 집단분쟁조정신청을 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1월 SKT에 1인당 30만원을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다만 SKT가 조정안 수용을 거부하면서 센터는 올해 2월부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기후위기에서 ‘미래세대’ 권리 발굴도
센터는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미래 세대의 권리를 묻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헌재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국가 책임을 최초로 인정받기도 했다. 헌재는 2024년 8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35% 이상 감축한다’고 정한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충분치 않아 청소년, 영유아 등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센터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헌재는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정하지 않아 감축 부담을 미래세대에 전가한다’고 판단했다.
헌재가 정한 법 개정시한은 올해 2월28일까지였다. 하지만 국회는 아직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센터는 헌재 취지에 반해 졸속으로 법이 개정되지 않도록 관심을 쏟고 있다.
이주노동자 ‘거주권·건강권’ 국가 책임 인정
이주노동자 인권 문제는 현재도 화두지만 미래엔 더 중요해질 현안이다. 이주노동자는 미등록 체류자를 포함해 약 150만명으로 추산된다. 사업주의 갑질과 인권 침해는 되풀이되고 있다. 법·제도와 당국의 감시가 충분치 못해 센터가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센터는 지난해 9월 법원에서 이주노동자의 주거권과 건강권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받았다. 2020년 12월 이주노동자 고 누온 속헹씨는 영하 20도 한파에 경기 포천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잠을 자다 숨졌다. 센터는 유족을 대리해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데 이어 법원에 국가배상 소송을 냈다. 2심은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유족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사업장의 건강진단 실태, 기숙사의 근로기준법 요건 준수 여부 등을 고용노동부가 점검했다면 속헹씨가 치료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정부가 노동 감독을 소홀히 해 사망에 이르게 된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사업주의 폭언·폭행 등 인권 침해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제한제도가 구조적 원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 제도는 사업주가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수급받고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손쉽게 관리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주노동자의 자유로운 사업장 변경을 금지한다. 그러나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는 위험한 노동환경과 사업주 갑질에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센터는 이러한 차별적 제도를 폐지하는 데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현경 기자 hyl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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