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진현 부산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수준 높은 음악제 유지하려면 클래식 향유권 넓혀야”
시민과 클래식 간 접점 확대 필요
공연 관람객에 음악적 자극 줘야

“건축으로 치면 작곡가는 설계, 연주자는 시공을 담당합니다. 지휘자는 작곡가의 곡을 재현하는 모든 과정을 감리하는 역할인 셈이죠.”
클래식 공연마다 열정적인 지휘를 선보이는 백진현 지휘자는 지휘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다. 그는 소리의 크기와 속도 등 악보에 드러나는 작곡가의 의도를 그대로 구현하는 지휘가 가장 올바르다고 강조한다. 지휘는 ‘재현의 예술’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1년 전부터 악보를 틈틈이 연구한다.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수없이 악보를 펼친다.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백 지휘자의 손에 들린 악보 표지는 이미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이에 대해 백 지휘자는 “지휘자가 악보를 모두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연주자들과 연습을 시작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가 지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대학에서 호른을 전공했다. 호른 연주자로 무대를 거듭하며 다양한 소리를 이해하고 싶다는 갈증이 지휘로 이어졌다. 오케스트라의 한 단원에서 연주자 전체를 이끄는 지휘자로 음악 인생을 확장한 것이다. 미국, 러시아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여러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으며, 국내에서는 KBS교향악단과 부산시립교향악단 등을 지휘하며 음악인으로서 보폭을 넓혀 왔다.
현재 그는 대구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을 맡고 있으며, 부산 동서대학교 교회음악학과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왕성한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수도권 중심을 벗어난 활동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부산시 주최의 부산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올해로 17회를 맞는 부산국제음악제는 이달부터 기존 ‘부산마루국제음악제’에서 명칭을 변경했다.
백 지휘자는 예술감독으로서 음악제의 전체적인 방향성과 구성을 설계한다. 그는 클래식과 부산 시민의 접점을 넓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통영처럼 부산에도 수준 높은 음악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클래식에 대한 시민들의 전반적인 관심과 향유권을 확대해야 합니다. 가령 부산을 찾은 유명 오케스트라 덕분에 전석 매진됐다는 사실만으로 부산의 문화적 수준이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올해 9월 예정된 부산국제음악제의 주제인 ‘눈부신 여정’에도 이러한 고민이 담겼다. 새로운 이름으로 출발하는 첫해를 기점으로 부산 음악의 눈부신 발전을 기원하는 의미다.
이를 위해 그는 때로는 기획자처럼 움직인다. 과거 중국에서 수석객원지휘자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해외 오케스트라를 직접 섭외한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발로 뛰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 결과 올해 부산국제음악제에는 광저우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초청할 예정이다.
“유명 음악인을 만날 때마다 부산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설명합니다. 그런 인간적 교류가 음악제를 지탱합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부산 시민에게 음악적 자극을 주는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음악이 멎은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이 조금이라도 음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키워가길 바란다.
“음악 공연을 보고 ‘엄마, 나도 저거 할래’라며 제2의 조수미, 조성진이 나온다면 공연은 성공입니다. 그런 순간을 기대하며 지역 음악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사진=정종회 기자 j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