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더 깔리나”···3기 신도시發 노선 확대 논쟁 ‘후끈’
GTX-A 효과에 집값 수억원 상승···‘학습효과’ 확산
예산 40조 vs 요구 650조···신설보다 연장·보완 선별 기류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유치전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고양·남양주·하남 등 수도권 지자체들은 앞다퉈 GTX 추가 노선 요구에 나섰다. 입주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교통망 지연으로 불편이 커진 영향이다. 다만 기존 노선 지연과 재정 부담이 겹치며 확대 추진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선교통 약속 지켜라"···3개 市, 14개 노선 공동 건의
20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 고양시와 남양주시, 하남시는 최근 공동 건의문을 내고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추가 노선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수도권 지자체 3곳이 함께 GTX 신설과 연장 노선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이 요구한 사업은 GTX D·E·F 노선과 경기도가 제안한 G·H 노선, 일산선 급행, 교외선 전철화, 위례신사선 하남 연장, 고양은평선 일산 연장, 9호선 급행 대곡 연장, 신분당선 일산 연장, 3호선 덕소 연장, 별내선 청학리~의정부 연장, 6호선 남양주 연장 등 총 14개다.

3기 신도시는 총 30만가구 이상 공급을 목표로 하는 초대형 주택 정책이다. 남양주 왕숙 약 6만6000가구, 하남 교산 약 3만3000가구, 고양 창릉 약 3만8000가구 등 주요 지구만 봐도 수도권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공급 규모가 큰 만큼 교통 인프라 지연은 단순 불편을 넘어 시장 불안 요인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통 인프라 확충의 방향은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달려 있다.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향후 10년간 국가 철도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중장기 계획이다. 신규 노선 반영 여부와 사업 우선순위가 이 단계에서 사실상 확정된다. 한 번 계획에 포함되면 예비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등 후속 절차로 이어질 수 있지만 반영되지 않을 경우 사업 자체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이번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 여부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국가계획에 포함되지 못하면 예비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등 후속 절차 진입 자체가 어려워진다. GTX 노선 유치 여부가 향후 집값과 기업 유치,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각 지자체가 총력전에 나선 모습이다.
◇ 동탄 12억이 부른 학습효과···"GTX 유치가 곧 도시 경쟁력"
이 같은 경쟁이 과열된 데에는 GTX-A가 보여준 가격 상승 효과가 결정적이다. GTX-A 동탄역 인근 '동탄역 시범 우남퍼스트빌' 전용 59㎡는 2024년 1월 8억7000만원에서 올해 2월 12억4700만원으로 약 3억7000만원 상승했다. 구성역 인근 'e편한세상 구성역 플랫폼시티' 전용 84㎡ 역시 같은 기간 10억7700만원에서 14억4000만원으로 3억6000만원 이상 올랐다.
GTX의 핵심은 이동시간 단축이다. GTX-A 기준 동탄~서울역 구간은 기존 약 80분에서 20분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외곽에서도 서울 도심까지 출퇴근 1시간 이내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주거 선택 범위를 넓히는 구조다. 이러한 시간 절감 효과가 집값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직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예산·절차·기류로 본 현실성 검증
업계에서는 지자체 요구가 실제 계획에 반영되기에는 제약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 사실상 '선별 국면'에 들어섰다는 판단에서다.

사업성 기준도 변수다. 국토교통부는 경제성뿐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 등을 종합 고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검토에서는 B/C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업은 후순위로 밀리는 분위기다. GTX와 같은 대규모 투자 사업은 금리 상승과 공사비 증가가 맞물리며 수익성 확보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여기에 예비타당성 조사부터 착공까지 최소 3~5년, 개통까지는 8~10년이 걸리는 구조도 변수다. GTX-B와 C가 수익성 문제와 공사비 갈등으로 지연된 사례처럼 금리 상승기에는 민자 유치도 쉽지 않아 신규 노선 확대에는 제약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 "신설보다 연장·보완 사업 무게"
업계에서는 신규 GTX 노선보다 기존 철도망을 활용한 연장·보완 사업 중심으로 선별 반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재 가장 앞서 있는 것은 GTX-D의 선행 사업 격인 서부권 광역급행철도다. 서부권 광역급행철도는 김포 장기~부천종합운동장 21㎞ 구간으로 지난해 7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총사업비 2조6710억원 규모로 GTX-B 선로를 활용해 인천 검단에서 서울역까지 20분대 이동이 가능해지는 구조다. 인천시는 2028년 착공, 203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도시 입주 일정과 직결된 광역교통개선대책 노선들도 비교적 현실성이 높은 축으로 꼽힌다. 고양 창릉을 위한 고양은평선과 9호선 급행 대곡 연장, 하남 교산을 위한 송파하남선·강동하남남양주선, 남양주 왕숙을 위한 별내선 연장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노선들은 이미 광역교통개선대책에 포함된 사업으로 국가계획 재확인 성격이 강하고 신도시 입주 시기와 맞물려 정치적 압력도 크다. 지자체들이 이번 건의문에서 신규 노선과 별도로 조속한 착공을 요구한 것도 바로 해당 노선들이다.
반면 GTX-E·F와 경기도가 독자 제안한 G·H 노선은 이번 계획에 담기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F는 예타 단계에 진입조차 못 했고 G·H는 국가 차원의 검토 자체가 초기 단계다. 예타 통과부터 개통까지 통상 10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노선이 실제로 달리기 시작하는 시점은 2040년대 이후로 밀릴 수 있다.
◇ 7월 발표가 분수령···"옥석 가리기" 불가피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당초 지난해 6월 발표 예정이었지만 연말로 한 차례 미뤄진 데 이어 올해 7월로 다시 늦춰지며 1년 이상 지연된 상태다. 계획 수립이 늦어질수록 예비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등 후속 절차도 연쇄적으로 밀리는 구조다.
정치 변수도 작용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별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노선 선정 과정에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GTX 관련 공약이 얼마나 반영되느냐도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7월이 분수령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어떤 노선이 계획에 포함되느냐에 따라 3기 신도시 교통 인프라의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권대중 한성대학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지자체 요구를 모두 반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재정과 사업성을 고려한 선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선 확대 기대감만으로 시장이 움직이는 것은 위험하다"며 "실제 착공 가능성과 사업 추진 속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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