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웠던’ 한은 총재 이창용, 오늘 퇴임···구조개혁 강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4년의 임기를 마치고 20일 퇴임했다. 2022년 러·우 전쟁 당시 취임해 역사상 첫 ‘빅스텝’에 나선 이 총재는 불법계엄 등 우여곡절을 거쳐 미국·이란 전쟁 중 임기를 마치게 됐다.
이 총재는 금리동결 결정을 두고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했으며, 불법계엄 이후 ‘정치와 경제가 분리돼 있다’고 외신에 메시지를 낸 점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회를 남겼다. 한은을 ‘싱크탱크’로 변모시켜 ‘시끄러운 한은’으로 다양한 메시지를 낸 이 총재는 퇴임날까지 “통화·재정정책만으로 경제안정과 성장을 이뤄내기 어렵다”며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지난 4년은 예상했던 범위 안에서의 시간이 아니라, 그 경계를 끊임없이 넘어야 했던 시간이었다”며 “역사상 처음인 두 차례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기준금리를 3.5%까지 끌어올려야 했고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여 경제가 역성장하기도 했다”며 소회를 남겼다.
임기 중 가장 어려웠던 통화정책회의에 대해선 이 총재는 지난 2024년 8월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것을 꼽았다. 이 총재는 “금융 안정을 고려해서 금리를 낮추지 않았다고 얘기하는데도 한동안 실기했다는 말이 많아 어려웠다”며 “지금은 금리를 너무 낮춰서 외환과 부동산 시장이 튀었다고 톤이 바뀌어서 양쪽으로 비난받는 걸 보니 금융통화위원들이 잘 결정해준 듯하다”고 말했다.
한은이 최근 금리를 올리지도 낮추지도 못해 7번 연속 금리동결 결정을 했다는 질문에 대해선 “딜레마라고 하면 수동적으로 비춰지는데 금리를 변동시키지 않는 것도 중요한 결정”이라며 “변동을 시키지 않는 것이 올바른 상황”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임기 중 가장 보람된 순간으론 불법계엄 관련 대응을 꼽았다. 그는 “과거 두번의 (계엄) 경험 당시 헌재가 제대로 작동하면 정치와 경제와 분리된다는 논리로 자료를 만들고 외신하고 인터뷰를 했다”며 “생각보다 잘 작동했던 것 같고 그때가 제일 보람됐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서학개미’ 관련 발언에 대해선 “서학개미라는 말을 안 썼을진 모르지만, 내국인 투자가 늘어 환율이 영향을 받는다고 얘기했을 것 같고, 덕분에 국민연금 제도 개선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회고했다.
퇴임 전 마지막 일정으로 G20 중앙은행총재 회의 등을 마친 이 총재는 “아시아에는 석유가 들어오지 않으면 공급망이 모두 영향을 받는다”며 “앞으로 몇 개월 원유를 못받게 되면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생산을 못하는 것이 상당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앤트로픽의 ‘미토스’가 해킹에 쓰일 수 있어 사이버 보안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며 “정보를 어떻게 교환하고 국제적으로 인공지능(AI)을 규제할지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을 넘어 대학입학 지방 할당제, 외국인 가사돌보미 등 한은의 ‘싱크탱크화’를 만든 이 총재는 이임식에서도 사회의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내외 금리차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조세정책, 연금제도,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크게 변동하는 시대가 됐다”며 “이러한 현실을 제도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과거와 같이 외환시장 개입이나 금리정책만으로 환율을 관리하려고 하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거취에 대해선 그는 “(유튜브 운영은) 농담하는 걸 진담처럼 쓴 것이고 나가면 경제 평론과 자문을 하게 될 것”이라며 “뒤에 가만히 있으면 알아주는 세상은 아닌 것 같아 얘기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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