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실리콘밸리식 혁신' 못하는 韓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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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경쟁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는 대학과 기업 간 긴밀한 산학협력이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기술 혁신은 대학 연구실에서 시작돼 기업으로 확장됐다.
또한 기업은 장기 기술 전략을 함께 설계할 파트너를 기대하지만, 대학은 연구비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기술 경쟁의 시대에 산학협력은 '과제 단위 협업'을 넘어 기업과 대학이 기술 전략을 함께 설계하는 '전략 단위 동맹'으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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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논문실적 위주 평가
기업과 공동연구는 미미
전략적 동반자 거듭나야

기술 경쟁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는 대학과 기업 간 긴밀한 산학협력이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기술 혁신은 대학 연구실에서 시작돼 기업으로 확장됐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산학협력의 중요성이 오래전부터 강조돼 왔음에도 기술 선진국 수준의 협력 구조는 아직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고 그 배경에는 몇 가지 구조적 문제가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대기업 연구소 중심 구조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 인력과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 핵심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산업 경쟁력의 기반이 되지만 동시에 대학을 전략적 연구 파트너로 활용할 유인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연구의 보안과 속도, 실행력을 고려할 때 내부 수행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논문 중심의 평가 구조다. 한국 대학에서는 교수 채용과 연구 평가가 여전히 논문 실적 위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기술 이전이나 산학협력 성과는 평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교수들은 기업과의 장기 공동 연구보다는 단기 논문 성과에 집중할 유인이 커지게 된다.
세 번째는 연구 생태계의 구조다. 미국은 MIT 미디어랩이나 스탠퍼드 AI랩처럼 기업 연구소와 대학 연구실이 캠퍼스 안에서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센터 중심의 협력이 활발하다. 중국에서도 화웨이-칭화 AI랩이나, 알리바바-저장대 AI랩처럼 기업 연구소가 대학 캠퍼스에 들어와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면 연구 참여 없이 해외 석학의 이름만 소속에 올려 대학랭킹을 올리는 방식은 '연구용병'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양될 필요가 있다.
네 번째는 연구 재원의 구조다. 한국 대학 연구비는 정부 의존도가 높은 편이며, 이에 따라 연구 방향도 평가 기준과 과제 구조의 영향을 받는다. 정부 연구비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과도한 의존은 유연한 장기 연구나 기업 수요 기반 연구에 제약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대학의 연구 역량이 연구자 개인 중심이 되고, 인력 이동에 따라 축적된 성과가 약화되는 문제가 반복된다. 또한 기업은 장기 기술 전략을 함께 설계할 파트너를 기대하지만, 대학은 연구비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대학이 연구의 기획 단계부터 수행, 성과 검증과 사업화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공동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정책적 개선도 필요하다. 교수 평가 체계에서는 논문 중심 기준을 완화하고 기술 이전, 공동 연구, 산업 기여도를 실질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연구센터를 확대하고 장기 연구과제 중심의 지원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기업과 학교 간 인력의 이동과 협업을 촉진하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대학과 기업 간 경계를 낮춰야 한다.
다행히 삼성전자와 성균관대의 반도체 계약학과처럼 기업과 대학이 함께 인재를 양성하는 모델이 확산되고 있으며, 일부 기업과 대학 간 공동 연구센터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연구 인프라 공동 활용과 성과의 사업화 기반이라는 과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술 경쟁의 시대에 산학협력은 '과제 단위 협업'을 넘어 기업과 대학이 기술 전략을 함께 설계하는 '전략 단위 동맹'으로 전환해야 한다. 연구가 연결되지 않으면 기술도 경쟁력도 축적되지 않는다. 대학이 산업의 외부 연구소이자 장기 기술 전략을 함께 설계하는 진정한 연구 파트너로 자리 잡을 때, 한국형 기술 생태계 역시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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