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후 사망’, 경찰 고발인 조사 마쳐…유가족은 국민청원 게시
만취 상태였음에도 합의했다는 업주 주장 받아들인 경찰
20일 고발인 조사 마쳐

안산에서 성폭행 피해를 신고한 10대 여성이 경찰의 불송치 결정 후 숨진 사건과 관련, 경찰이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숨진 여성의 유가족은 미진했던 조사 결과를 바로 잡고 새로운 성범죄 수사 매뉴얼을 도입해달라며 국민동의 청원을 게시했다.
20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2월 10대 여성 A씨는 자신이 일하던 안산시 단원구 한 주점에서 회식에 참석했다가 만취 상태에서 성폭력을 당했다며 업주 B씨를 준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사건 당일 B씨를 고소하고 진술 조서를 작성했다. A씨는 조서 작성 시점에도 만취 상태였고, "술을 마시고 기억을 잃었는데 성행위가 이뤄졌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 2월18일 A씨가 항거불능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자신의 핸드폰에 이의신청서를 남긴 뒤 불송치 결정 3일 후인 21일 숨졌다.
이의신청서를 접수한 경찰은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검찰은 지난 3월16일 보완 수사를 요구했으나 경찰은 B씨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유지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안산단원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과 당시 사건을 수사한 전 여성청소년과장을 직권남용, 명예훼손, 법왜곡죄 등으로, 안산단원경찰서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이날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김 사무총장은 "만취 상태로 심신미약인 A씨와 B씨가 합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경찰은 합의하의 성관계라는 B씨 말만 듣고 수사를 마무리했다"며 "피해자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고 부실 수사를 한 점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오늘 조사에서는 경찰을 고발하게 된 이유, 어떤 부분에 대해 의혹을 가지고 있는지 진술했다"고 전했다.
한편 A씨 유가족은 국회 전자 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올렸다. A씨 유가족은 청원에서 "아이는 사건 직후 성범죄 신고를 하고 해바라기센터에 방문해 응급진료를 받는 등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취했다"며 "해바라기센터에서 측정한 알코올 농도가 0.085%였음에도 이에 대한 전문적 검토를 받지 못한 채 조사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또한 "사건의 확보되지 않은 증거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미진했던 조사 절차를 바로잡아 달라"며 "피해자가 죽음의 사지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실체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수사를 청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청원에는 약 6만명이 동의한 상황이다.
/추정현 기자 chu363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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