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비 껑충"…'거지맵'에 뜬 광주 가성비 식당들의 딜레마
주요 고객 끊길까 가격 인상 엄두 못 내
'거지' 호칭에 "홍보 효과" vs "불쾌하다"

한 끼 8000원 이하의 가성비 식당을 공유하는 이른바 '거지맵'이 어려운 경기 속에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광주 지역 해당 식당 업주들은 가격 유지와 인상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착한 가격이라는 명성을 잃고 싶지 않지만서도 식자재 가격 상승이 음식값 인상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오전 11시께 광주광역시 동구에 있는 한 식당. 이른 점심을 해결하러 온 손님들이 벌써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저렴한 가격과 함께 푸짐한 양으로 온라인에서 소문난 이 식당은 최근 유행하는 '거지맵'에도 등록됐다.
해당 사실을 처음 들었다는 식당 사장 황모씨는 "인터넷을 보고 찾아왔다는 젊은 손님들이 조금 늘긴 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황씨의 가장 큰 고민은 치솟는 식자재 물가다. 최근 쌀, 밀가루, 계란 등 음식의 기본 재료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도 가성비 식당으로 알려진 만큼 섣불리 가격을 올리기가 부담스러워서다.
황씨는 "최근 조류인플루엔자로 거래하던 계란 특란이 한 달새 20~30% 올랐다"며 "전체 메뉴는 아니더라도 육고기의 경우 마진이 거의 없어 단 돈 몇백원이라도 올리고 싶지만 남편이 인상은 안 된다고 고수하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거지맵'에 오른 또다른 식당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인시장에서 20년 가까이 저렴한 국수를 팔아온 이모씨는 "과거 1000원에 국수를 팔던 시절이 지금 3000원에 파는 것보다 차라리 덜 힘들었다"며 "1000원 팔아도 남는게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동명동에서 32년 동안 밥장사를 해온 이모씨 역시 오전에 결제한 식자재 영수증 내역을 보여주며 한숨만 내쉬었다.

한편, '거지맵'이라는 명칭을 바라보는 사장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앞서 만난 동구의 식당 사장 황씨는 "요즘은 뭐든 바이럴(인터넷상 소문)이 돼야 하는 시대 아니냐"며 "이름에 '거지'가 들어가더라도 어떻든 앱을 통해 우리 가게를 한 번 더 찾아보는 손님들이 생겨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불쾌감을 드러내는 상인과 손님도 있었다.
대인시장 국숫집 사장 이씨는 "아무리 재미라지만 가게 이미지도 안 좋아지고 '거지'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며 "저렴한 가격에 정성껏 만들어 음식을 내어주는데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썩 유쾌하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국수로 이른 점심을 해결하러 온 김갑석(78)씨는 "남이 내 단골집과 나를 그렇게 부른다고 하니 기분이 영 좋지 않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