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우리미술관 특별전 '소장품'展…거칠고 따뜻한 인천의 시간
화려한 형식보다 삶의 흔적 집중
공장·달동네 골목 등 32점 선봬

부두 끝으로 길게 뻗은 방파제 위 오토바이 한 대가 바다를 향해 달린다.
양옆으로는 크레인과 배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갈매기들이 그 위를 가로지른다. 만석부두 풍경을 담은 이 장면은 거칠고 분주한데도 묘하게 따뜻하다. 산업과 삶이 뒤엉킨 인천의 한 단면이 그대로 펼쳐진다. 이환범 작가의 작품 '만석부두 정경'이다.
인천 동구 우리미술관 1전시관에서 개관기념 특별전Ⅰ으로 '소장품展'이 진행 중이다.
2015년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골목에서 시작한 우리미술관은 최근 인근 옛 김치공장을 리모델링해 전시관과 교육 공간을 더했다. 공간을 확장한 것이다.
이번 소장품전은 새 전시 공간을 연 우리미술관이 처음으로 수집한 32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지난 15일 찾은 전시장에는 공장과 항만, 달동네 골목 등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세 개의 화면이 놓인 이탈 작가의 작품은 기계적 장치를 활용해 이미지를 구성한다. 기계성과 비인간적인 구조 속에서 오히려 인간의 얼굴이 강조되며, 인간과 환경 사이의 긴장을 드러낸다. 산업화된 풍경과 맞닿아 있는 인천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작업이다.
이러한 긴장감은 보다 구체적인 생활의 장면으로 이어진다. 고제민 작가의 '꿈꾸는 마을-괭이부리말'은 낡은 주택들이 이어진 골목 풍경을 담았다.

전시는 화려한 형식보다 삶의 흔적에 집중한다. 다소 거칠고 투박해 보이는 장면들 속에서 오히려 구체적인 시간과 감정이 드러난다. 미술관이 자리한 공간 역시 한때 사람이 살던 집에서 출발해 지금의 전시장으로 이어졌다.
작품과 공간이 서로의 이야기를 보완하는 셈이다. 이곳에서 전시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을 마주하는 경험으로 확장된다.
구영은 큐레이터는 "우리미술관의 소장품 전시와 지역의 역사와 풍경을 담은 전시로 지역 내 예술을 고취하고, 문화향유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우리미술관은 지역의 미술관이자 문화공간으로 정체성을 확보하고,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사업과 지역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적 소통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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